박혜란
결혼 45년차 여성학자.
대학 1학년 가을 학기 늦은 오후, 교정을 어슬렁거리다 여대생 헌팅에 나선 연극반 선배와 운명처럼 눈이 맞아 오 년 반을 불같이 연애했다. ‘연애와 결혼은 따로’라고 말하는 여자들을 속물이라 비웃으며 스물다섯에 결혼했지만, 그들이 얼마나 현명한지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 아이를 낳고 45년을 지지고 볶고 살아오면서 이제 그날의 만남을 우연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부딪치는 우연 속에서 그때그때 아주 작은 선택을 하며 그걸 운명적인 결단이라 착각하며 사는 존재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식성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시금치를 간장에 무쳐 먹어도 보고, 때로 된장에 무쳐 먹어도 보면 한 가지 맛만 고집하며 사는 것보다 입맛이 풍요로워지듯 결혼은 상대의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타협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결혼 비혼 여성들을 숱하게 만나오면서 받은 ‘결혼’에 관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 주리라 시작한 글이건만 욕심이 과했고, 쓰는 동안 스스로의 궁금증을 해결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결혼해서 살아 보기도 하고, 결혼 안 하고 살아도 봐야 그 다음엔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생에선 결혼 안 하고 살아 보고 싶다. 그래도 ‘3포세대’를 논하는 지금, 결혼을 결심하고 또 지켜나가고 있는 기특한 후배들에게 이 말만큼은 들려주고 싶다.
‘결혼이 맘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쉽게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왜 결혼했는가 후회하지 마십시오. 배우자와 스스로를 탓하지도 마십시오. 결혼이 두 분을 행복하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두 분이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 가십시오.’
지은 책으로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나이 듦에 대하여』 등이 있다.
<결혼해도 괜찮아>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