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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조은아 프로필

  • 국적 대한민국
  • 학력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 학사
  • 경력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

2018.01.12.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320만 년 전 별들의 세계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줄곧 꿈을 꾸는 존재였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꿈을 꿨기 때문이다. 오직 인간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레 트루아 프레르(Les Trois Frères) 동굴에는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 들소의 머리에 인간의 다리를 하고 피리를 부는 그림이 있다. 1만 1000년 전 아나톨리아 고원에 지어진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일상생활과 무관한 종교적 기능을 제공한 성소로 추정된다. 이런 역사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현실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대한 개념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세계는 곧 꿈의 공간이다.

조상들의 꿈을 합리적으로 추측해 보려면 그들과 우리의 정신 사이에 상당한 연속성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어쨌든 호모 사피엔스는 적어도 31만 5000년 동안 해부학적으로 동일했다. 게다가 몇몇 증거에 따르면, 그들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대표 아종인 유럽 및 후기 서아시아의 네안데르탈인과 시베리아의 데니소바인은 문화적 공통점도 갖고 있다. 따라서 가장 오래된 조상들 역시 우리처럼 자는 동안 꿈을 꾸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2장 <조상들의 꿈> 중에서

도파민에 의한 보상체계로
꿈에 관한 과학 이론의 빈틈을 메우다
그동안 알려진 꿈과 수면에 관한 연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주로 심층심리학 관점에서 꿈을 해석한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이론은 꿈과 정신이 분명하게 관찰하기 어려우며 주관적이고 모호한 영역일 뿐만 아니라 성욕을 기반으로 한 해석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한낱 생각에서 기인할 수 있으며 꼭 뇌 병변의 결과일 필요는 없다는 발상은 실질적인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신경학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에게 성욕이 있다는 주장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오늘날 꿈이 기억의 처리 과정에서 수면의 역할을 넘어 그 꿈을 꾼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라는 것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것은 자신의 꿈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에게는 너무 명백한 사실이지만, 프로이트의 견해에 반대하며 렘수면이 꿈의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이를 별의별 방식으로 부정했다. 최소한의 장비를 잘 갖춘 진지한 연구자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측정 가능한 생리학적 상태가 있는데, 뭐 하러 밤의 환각에 관한 주관적 이야기를 조사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겠는가?
- 13장 <렘수면 중에는 꿈을 꾸고 있지 않다?> 중에서

렘수면과 꿈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노력은 남아프리카의 신경학자 마크 솜즈에 의해 물꼬를 트게 되었다. 솜즈는 도파민과 보상체계가 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도파민의 양이 적을수록 꿈을 적게 꾸고, 도파민의 양이 늘어나면 꿈꾸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꿈이 단지 무작위의 이미지가 아니라 도파민으로 활성화되는 보상 체계에 의해 생성되는 이미지이며 이는 뇌가 인체를 위험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과정임을 새롭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뇌 깊숙이 있는 자그마한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에서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의 축삭돌기 또는 세포체가 존재한다. 이 영역의 도파민 작동성 뉴런은 축삭돌기를 뇌 전역에 널리 분포시키며, 주로 동물이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게 하는 신경화학적 신호 전달을 담당한다. VTA가 손상되거나 축삭돌기가 돌출되지 않으면 렘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꿈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이 손상은 깨어 있는 삶의 동기와 즐거움의 상실, 계획성의 감소로 이어진다. 그 이유는 VTA가 뇌의 처벌과 보상 체계에 필수적이고, 이러한 뇌 구조를 통해 우리는 목표를 추구하고 유해 자극을 회피하며 성욕(libido)을 충족시키고 긍정적‧부정적 경험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체계는 실제로 우리에게 기대와 만족과 좌절을 안겨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려는 본능을 표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13장 <렘수면 중에는 꿈을 꾸고 있지 않다?> 중에서

히베이루는 뇌신경의 발달을 진화론으로 바라본 ‘신경 다윈주의’와 의식을 뉴런과 시냅스 같은 뇌신경 단위를 연구하는 분자생물학 수준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뒷받침하여 꿈의 반복성과 예측성을 설명한다. 강렬한 경험은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하여 기억에 남아 같은 내용의 꿈을 반복해서 꾸게 하며 생존과 관련된 정보일수록 다양한 형태로 시뮬레이션 되어 예언적인 꿈으로 나타난다. 히베이루는 이러한 연구에 상상력과 인지 능력을 더하였다. 꿈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꿈에서 미래를 보는 그 순간에 의식과 인지 능력이 유의미한 도약을 했다.

창이 발명된 후 우리 조상들은 또 다른 획기적 도구를 얻기까지 40만 년이 걸렸다. 이 도구는 적어도 나무 활과 신축성 있는 끈, 화살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이 아이디어를 최초로 떠올린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오래된 증거는 최소한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밤의 꿈이었을까, 아니면 낮의 몽상이었을까? 이 답은 결코 알 수 없겠지만, 그 아이디어가 거의 모든 대륙으로 빠르게 퍼져 나간 것만은 분명하다. 요컨대, 인간이 발전해 온 궤적의 특징은 도구와 그것을 고안한 내부의 정신 상태가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 15장 <확률론적 예언> 중에서

창조의 꿈 그리고
문화적 보편성과 꿈의 해석
꿈을 빼놓고 종교와 과학, 예술을 말할 수 없다. 종교 지도자들은 꿈에서 진리의 메시지를 들었다. 꿈에서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보고 벤젠고리의 구조를 밝혀낸 아우구스트 케쿨레처럼 많은 과학자가 꿈에서 새로운 발견의 힌트를 얻었다. 살바도르 달리는 꿈의 이미지를 수집하기 위해 무거운 금속을 손에 쥐고 졸다가 물건이 떨어지면서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 잠에서 깨어나 그 순간의 영감을 포착하는 방법까지 썼다. 폴 매카트니가 쓴 <예스터데이(yesterday)>가 꿈에서 기인한 멜로디라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예술가들은 창조적인 꿈에 대해 자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음악 가들은 종종 잠든 상태로 선율을 ‘작곡한’ 후 깨어난다. 이런 유형의 일 화는 베토벤과 헨델 같은 여러 클래식 작곡가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주세페 타르티니(Giuseppe Tartini)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악마의 트릴(The Devil’s Trill Sonata)〉이라는 G단조 소나타가 꿈에서 직접 영향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주장했다.
- 12장 <창조를 위한 수면> 중에서

신라 김유신의 누이가 서라벌을 뒤덮은 오줌 꿈을 사고 왕비가 되었다는 일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인상적인 점은 이런 내용의 꿈을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현명한 노인, 창조, 홍수 등은 인류 역사 전반에 나타나는 서사와 등장인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의 꿈에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겪는 출생, 사춘기, 이성, 출산, 싸움, 질병, 죽음의 서사와 상징은 꿈에 흔히 나타나는 이미지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꿈이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꿈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메시지이자 인류가 지금껏 고민했던 모든 문제의 답안이다.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한 가지는 깨어 있을 때 겪은 일뿐 아니라 꿈에서 겪은 일도 언어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다양한 어휘와 복잡한 화법, 암기하고 상기해서 말하는 능력을 얻으면서 서사는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졌다. 꿈은 밤마다 새로운 이미지와 아이디어, 갈망, 두려움의 원천이 되어 인간의 서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꿈은 우리 조상들의 영화였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매혹적이었다. 인간의 의식이 기나긴 여명기를 거쳐 온 지난 몇 백만 년 동안, 선사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꿈의 무한한 복제 세상에 놀라 깨어나는 흐릿한 순간을 수없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들은 꿈이 허구라는 사실을 태양이 떠오를 때마다 깨달았겠지만, 이러한 깨달음은 일찍이 꿈이 가짜여도 현실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 2장 <조상들의 꿈> 중에서

꿈을 잃은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
전기가 발명되고 도시의 불빛으로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인간은 점점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빈부격차, 기후 위기, 팬데믹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은 꿈속에서 해결 방법을 찾을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면증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매일같이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깨어나지만 졸음은 쏟아지고 할 일은 늘어나기만 하고, 내면을 돌아볼 기회가 부족해서 꿈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면증이 만연하고 하품이 일상이 된 시대에 우리는 꿈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1장 <왜 우리는 꿈을 꾸는가> 중에서

자각몽(Lucid dreaming)은 제한이 없는 꿈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의식을 지금보다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 공간이다. 꿈꾸지 않는 인류의 시대, 히베이루는 꿈의 예언을 받는 것을 넘어 직접 꿈을 자각하고 우리의 내면 의식을 깊이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조성과 시뮬레이션 능력을 키우고 인간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꿈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진일보하게 도울 수 있다고 제언한다.

문화적 래칫이 전 세계의 붕괴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가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우리 몸에 가장 깊이 밴 습관이 가져올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는 능력을 한시라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수원(水原) 파괴부터 정신과 뇌의 양분화까지, 미세 플라스틱의 축적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흑인 인구의 황폐화까지, 경찰의 집요한 잔혹성부터 끈질긴 남성 우월주의까지, 자살의 유행부터 아직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땅에 대한 삼림 벌채의 가속화까지, 심각한 불평등부터 만연한 부패까지, 중독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돈 중독부터 사육과 잔인한 도살을 통한 동물 대학살까지, 약자를 약탈하는 자본주의부터 성공적인 로봇 도입으로 인한 거의 모든 직업의 종말까지, 자각몽은 그 광대함에서 이 같은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 내는 정신 공간이 될 잠재력이 있다.
- 18장 <꿈과 운명> 중에서

■ 추천의 글
박문호(《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 저자)
이 책은 꿈에 대한 지식을 두 가지 영역에서 확장해 준다. 첫째는 서파수면과 렘수면 꿈을 유전자 수준에서 연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꿈의 발생이 뇌의 보상 체계와 관련 있으면서 생존에 중요한 시뮬레이션인 확률적 예언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 구성된 꿈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가 현실로 구현되는 현대 사회에서 꿈의 의미 역시 그 비밀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는 꿈이 만든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는 다양한 과학적, 역사적 자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또한 수면과 뇌과학을 재해석함으로써 꿈이 인간의식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꿈은 단순한 개인의 뇌 작용을 넘어서 역사적 문화적 현상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까지의 꿈과 뇌과학 이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의 시대상까지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식의 깊은 역사와 꿈과 뇌과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자세히 알고 싶거나 꿈에 대한 최근 지식과 가설이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궤도(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
지구상에 잠을 자지 않는 인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쉬운 건 평생 삼분의 일을 잠든 상태로 보내면서도 그 시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경이롭고 신비로운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뇌는 꿈을 꾸며 잠들어왔고, 매력적인 망상과 창의적인 정신 상태가 융합된 놀라운 장관을 선사해왔다. 여전히 우리는 꿈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며 마치 불가사의한 현상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 분야와 함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제 두 눈을 똑바로 뜬 채로 꿈의 세계를 여행할 시간이다.

<꿈의 인문학> 저자 소개

조은아 작품 총 6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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