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천 동화선집

저자 - 배익천
나는 1950년 3월 22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주남리에서 태어났다. 본적지가 주남리여서 그렇지 실제는 면사무소가 있고, 한 면에 하나밖에 없는 국민학교가 있는 원리동에서 태어났다.
20대에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아버지를 따라 학교를 네 번이나 옮겨 다니면서, 6학년 2학기에 청기면 청기국민학교로 전학해 반년을 다니고 졸업했다. 전기도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나보다 두세 살씩 많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다른 아이들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교장 아들’이라고 던지는 눈총이었다.
그때는 겨울이 되면 집집마다 아이들 수대로 장작을 한 짐씩 가져와 난로를 피웠는데, 아버지는 학교에 낼 나무를 내지 않을뿐더러 집의 땔감이 모자라면 학교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그것이 참 싫어서 일요일이면 아버지를 졸라 산에 나무하러 갔다. 학교 바로 앞에 작은 내가 흐르고 내 건너는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 세 개의 큰 산이 있었다. 아버지가 그 산 중간쯤에서 나무를 베어 토막을 낸 뒤 얼음이 꽝꽝 언 계곡으로 던지면 나무토막이 와당탕탕 굴러 내려가 꽁꽁 언 강에 떨어졌다. 거구에 어울리는 대단한 힘이었다. 나중에 그때의 이야기를 쓴 것이 ≪해가 세 번 뜨는 산≫이다. 그리고 나무를 내지 않는 대신 매일 아침 일찍 학교로 가 바싹 마른 장작을 낮은 축담에 걸쳐 놓고 큰 돌로 내리쳐 반으로 꺾은 다음 교실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불을 피웠다.
반년 동안이었지만 아이들의 눈총을 온몸으로 막으면서 생활하는 중에도 참 위안이 되었던 것은 담임이었던 이창호 선생님이 내 일기 속에 들어 있는 자작시 한 편을 빨간 펜글씨로 칭찬해 주신 것이다.
읍내에 있는 영양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시작된 유학(?) 생활이 평생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길이 됐다. 청기에서 영양까지는 가곡까지 20리 걸어서 버스 타는 길과 30리 재를 넘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우리 마을 또래들은 토요일이면 우르르 떼를 지어 집으로 오고 일요일 오후면 또 그렇게 영양으로 갔다.
한편 나중에 알았지만 나는 시인이었던 박주일 선생님의 눈에 띄어 고등학생 누나와 함께 특별 수업(?)을 받았는데, 선생님은 평일이든 일요일이든 가리지 않고 산으로 들로 강으로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글을 쓰게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교지를 편집하면서 권택명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다 박주일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다. 선생님은 경주 안강중학교에서 영양중학교로 오셨는데 택명이는 안강중학교에서 선생님께 국어를 배웠던 것이다. 우리는 의기투합해서, 역시 안강중학교를 나온 한 해 후배 이동덕과 그의 친구였던 권도중과 함께 남자 상업학교 학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라문학동인회’를 만들었고 등사판 문집도 폈다. 1974년 내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자 그해 택명이는 ≪심상≫으로, 도중이는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소라문학동인회’는 상원고등학교로 개명한 대구상업고등학교의 영원한 전통으로 살아 있다.
당시 우리는 대구 시내 고등학교 문예 서클인 ‘회귀선문학동인회’를 만들었는데 그것 역시 지금까지 건재하다.
고등학교 때는 들뜬 기분에 여기저기 응모도 하고 백일장에도 참가해, 대한적십자사 경북지부가 주최한 도내 고등학생 백일장에서 시부 장원을 했고 전북대학교가 주최한 전국고등학생 문예 작품 현상 모집에서 수필부에 대상 없는 가작으로 입선했다. 그때 제목이 ＜겨울 아이들＞이었는데 초등학교 때 반 아이들을 위해 난로를 피우던 이야기였다. 심사를 맡으셨던 천이두, 이보영 교수님은 내 작품을 찰스 램의 작품에 비유하며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 동화의 뿌리는 이 작품인 것 같다.
졸업해서 두 해 쉬고 안동교육대학에 들어간 나는 역시 몇 해 쉬고 들어온 손기원과 죽이 맞아 공부는 뒷전이고 거의 날마다 ‘청운횟집’에서 막걸리를 마셨지만 글만 쓰면 상을 받았다. 2년 동안 백일장에서 시부 장원을 두 번 하고, 학보사 주최 현상 모집에서 수필과 동화에 당선됐는데, 2학년 때 쓴 ＜노래하는 병＞이 내가 쓴 첫 동화인 셈이다. 기원이는 1984년 새벗문학상을 받아 등단해 나보다 먼저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교대에 다닐 때는 기원이와 함께 ‘일요문학회’를 만들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1973년 졸업을 하고 그해에 버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경북 월성군 내남면 명계국민학교로 발령을 받아 이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12월 막바지 당선 전보를 받고 빈 교실에서 울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40년 세월이 흘렀다. 그해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특이한 글씨체로 엽서를 보낸 송재찬 선생과는 총각 시절 연인처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결국 그는 제주에서 내가 있는 경북으로 전출 오고 19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찬란한 믿음＞으로 화려하게 등단했다.
송재찬 선생과 나는 그 후 대구아동문학회에 가입해 경주와 봉화에서 부지런히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김성도 선생은 ‘가보세’에서 당시 귀했던 맥주를 거품처럼 따뜻한 웃음과 함께 사 주셨고 김상삼 선생은 우리 시골 선생들을 집까지 데려가 재워 주고 먹여 주었다. 그러다가 하청호, 강준영, 김재수, 권오삼, 손원상, 노원호, 김충도 선생 등 아홉 사람이 ‘한뜻 모임’을 만들고 동인지 ≪꽃과 항아리≫를 3집까지 만들었다. 1970년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대구아동문학회는 내가 동화작가가 될 수 있었던 너른 멍석이나 다름없다.
그 후 6년간의 교직 생활을 끝내고,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해’에 사시가 ‘어린이에게 꿈을, 청년에게 이상을, 가가호호에 보람을’인 부산문화방송에서 창간한 ≪어린이문예≫를 만들기 위해 1979년 6월 입사했다.
그 후 ≪어린이문예≫가 잠시 휴간됐을 때는 FM PD로 5년간 일하며 부산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목요음악회’도 맡았다. 부르기만 하면 웬만한 가수들이 달려오던 시절이었다.
2008년에 퇴직했지만 ≪어린이문예≫는 지금도 변함없이 만들고 있으며, 요즘은 경남 고성에 있는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가꾸면서 유경환 선생이 물려주신 ≪열린아동문학≫을 오랜 친구, 오랜 글동무들과 함께 열심히 만들고 있다.

약력과 작품 및 수상 연보

1973년 안동교육대학 졸업. 1979년까지 경북 월성(현 경주)군 내남면 명계 국민학교, 강동면 양동 국민학교, 외동면 모화 국민학교 재직.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 당선.
1979년 부산 MBC 입사.
1980년 단편동화 ＜빛이 쌓이는 마을＞(태화출판사) 출간.
1982년 1990년까지 매달 동화 신문 ≪작은 글마을≫ 발행(62호까지).
1984년 단편동화 ＜떡갈나무네 식구들＞(예문당), 단편동화 ＜마음을 찍는 발자국＞(겸지사), 단편동화 ＜큰바위와 산새＞(웅진출판사) 출간.
1985년 장편동화 ≪비탈 위의 작은집≫(동아일보사) 출간. ≪비탈 위의 작은집≫ 연재(≪소년조선일보≫), 각색해 KBS TV 단편 드라마 방송.
1986년 ＜큰바위와 산새＞로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1987년 단편동화 ＜거인과 소녀＞(써레) 출간, 동화문학사에서 재출간.
1988년 장편동화 ≪꿀벌의 친구≫(대교출판). 장편동화 ≪별로 뜨는 민들레≫(교학사) 출간. ＜거인과 소녀＞로 해강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수상, ≪꿀벌의 친구≫로 세종아동문학상 수상.
1989년 2006년까지 이주홍문학상 심사.
1990년 ≪은빛 날개의 사슴≫ 연재(월간 ≪어린이 동산≫).
1991년 부산시문예진흥기금 수혜. 중편동화 ＜냉이꽃의 추억＞(아동문예), 그림책 ≪반쪽이와 똑똑이≫(고려원미디어) 출간. ≪별로 뜨는 민들레≫ 연재(월간 ≪나이테≫).
1992년 1997년까지 ＜왕거미와 산누에＞가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읽기 교과서에 수록. 제2회 대교문학상 신인상 심사. 단편동화 ＜꽃씨를 먹은 꽃게＞(새남출판사), 단편동화 ＜눈사람의 휘파람＞(늘푸른 출판사), 단편동화 ＜꽃도깨비의 옛날이야기＞(학원출판공사) 출간. ≪꿀벌의 친구≫ MBC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해 설 특집으로 방영. ＜꽃씨를 먹은 꽃게＞로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93년 ≪벽에서 나온 아이≫(중원사) 출간. ＜꽃씨를 먹은 꽃게＞를 KBS 라디오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송.
1995년 제5회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심사. ≪그림자를 잃은 아이≫(꿈동산) 출간. ≪내 마음의 하늘≫ 연재(≪소년조선일보≫), ＜해가 세 번 뜨는 산≫ EBS 라디오 단편 드라마로 각색해 방송.
1996년 단편동화 ＜므므와 재재＞(책만드는집) 출간.
1997년 한국문예진흥원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2년까지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 지냄. 단편동화 ＜밤도깨비와 싸우는 아이＞(성바오로), 그림책 ≪꽃씨와 병아리≫(아이런) 출간.
1998년 2006년까지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
1999년 단편동화 ＜별을 키우는 아이＞(문공사), 장편동화 ≪은빛 날개의 사슴≫(해성), 단편집 ≪그림자를 잃은 아이≫를 개명해 ≪구두병원 아저씨와 비둘기≫(꿈동산)로 재출간.
2000년 ≪별을 키우는 아이≫로 박홍근문학상 수상.
2001년 제44회 부산시문화상 문학 부문 심사. 장편동화 ≪내가 만난 꼬깨미≫(효리미디어) 출간.
2002년 ≪이상한 옛친구≫(진선출판사) 출간. ≪내가 만난 꼬깨미≫로 방정환문학상 수상.
2003년 2009년까지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사 및 겸임 교수 지냄. 장편동화 ≪오미 1∼2≫(배동바지) 출간.
2004년 제47회 부산시문화상 문학 부문 심사.
2005년 장편동화 ≪내 마음의 하늘≫(해성), 그림책 ≪봄비 맞은 도깨비≫(한국헤밍웨이), 그림책 ≪숲으로 간 크레파스≫(한국헤밍웨이) 출간.
2006년 제39회 세종아동문학상, 제14회 눈높이문학상 심사. 2008년까지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 단편동화 ＜오이밭이 된 손수건＞(은하수미디어), 단편동화 ＜안녕, 이구아나＞(계림), 그림책 ≪북풍을 찾아간 소년≫(기탄동화) 출간. ≪오이밭이 된 손수건≫으로 소천아동문학상 수상.
2007년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 심사 및 소천아동문학상 운영 위원에 선임. 2012년까지 서덕출문학상 심사. 단편동화＜잠자는 고등어＞(예림당), ≪할머니와 돌 장승≫(효리원), 그림책 ≪초록대왕 빨강대장≫(교원), 그림책 ≪심술은 나를 외롭게 해≫(교원) 출간. 장편동화 ≪꿀벌의 친구≫(담터미디어) 재출간.
2008년 제3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제5회 마해송문학상 심사. 부산 MBC 기획심의실 부국장으로 퇴임. 그림책 ≪목련꽃 할머니≫(교원) 출간. ＜잠자는 고등어＞로 윤석중문학상 수상.
2009년 제5회 윤석중문학상 심사, 2012년까지 제3·4·5회 해양문학상 심사,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 그림책 ≪검은 고양이의 봄≫(글뿌리) 출간.
2011년 제6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제5회 해양문학상, 제16회 박홍근문학상 심사. 단편동화 ＜아버지와 달력＞(알라딘북스) 출간.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 장편동화 ≪빗물, 공룡을 깨우다≫(어린른이), 장편동화 ≪민둥산이 와글와글≫(가문비어린이) 출간.
201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제45회 소천아동문학상 심사.
현재 부산 MBC ≪어린이문예≫ 및 계간 ≪열린아동문학≫ 편집 주간 지냄.

해설 - 김종회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나온 이래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해 왔으며 ≪문학사상≫, ≪문학수첩≫, ≪21세기문학≫, ≪한국문학평론≫ 등 여러 문예지의 편집 위원과 주간을 맡아 왔다. 현재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국제한인문학회의 회장으로 있다.
김환태평론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시와시학상, 경희문학상 등을 받았다. 평론집으로 ≪위기의 시대와 문학≫, ≪문학과 전환기의 시대정신≫, ≪문학의 숲과 나무≫, ≪문화 통합의 시대와 문학≫, ≪문학과 예술혼≫, ≪디아스포라를 넘어서≫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총장, 통일문화연구원 원장 등을 맡은 경력과 관련해 북한 문학과 해외 동포 문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많으며 그 결과로 ≪북한문학의 이해≫(전 4권) 및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전 4권)와 ≪한민족 문화권의 문학≫(전 2권) 및 ≪해외동포문학 전집≫(전 24권) 등을 엮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