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후섭 동화선집

저자 - 심후섭
나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음력 4월 28일에 태어났다. 그러나 호적에는 1953년 음력 2월 8일로 올라 있다. 그것은 전쟁 중인 탓도 있지만, 돌림병 등으로 아이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이 호적에 늦게 올렸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날 무렵, 우리 마을에는 공산군이 들어와 짧은 기간이기는 했지만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을 징발해 본부로 삼고 있었다고 한다. 국군이 탈환하려고 왔다가는 공산군의 공격에 밀려 들판에 많은 시체를 남기고 물러간 적도 있는데, 끝내는 공산군들이 깊은 밤중에 소문 없이 물러가 버렸다고 한다.
그러한 와중에 우리 식구들은 이웃 마을로 숨어 다니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지휘 아래 꿋꿋이 집을 지켰다.
나의 선친은 2대 독자셨다. 그럼에도 12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이 세상을 헤쳐 나가야만 하셨다.
홀어머니와 외롭게 자라난 아버지는 장가를 들어 먼저 3남 3녀를 얻으셨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돌림병 등으로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먼저 산에 갖다 묻어야 했다.
나는 일곱째로 태어났지만 장남이 되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나의 어릴 적 이름은 놓치지 않고 꼭 붙들어야겠다는 의지를 담아 ‘붙들이’라 지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불릴 때에는 된소리로 ‘뿌뚤이’였다.
전쟁 직후인 만큼 어린 시절은 몹시 궁핍했으나 귀한 아들로 길러졌다.
읍내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아침저녁으로 낙동강의 한 지류인 반변천 냇물을 건너야 했는데 홍수가 지면 거룻배를, 겨울이면 나무 말목의 섶다리를 이용해야만 했다. 섶다리가 떠내려가고 없으면 신발을 벗어 들고 건너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우연히 앞부분과 뒷부분이 각각 여남은 장씩 떨어져 나가고 없는 ≪집 없는 아이 레미≫라는 서양 번역 동화를 읽었는데, 이것이 문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시초가 아닐까 한다. 가운데 부분만 읽었으므로 앞뒤는 어떻게 되었을까가 매우 궁금해 누워서도 생각하다 잠들곤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에는 읍내 가설극장에서 ＜두만강은 알고 있다＞라는 독립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후 그 장면들을 스토리 중심의 만화로 그려 보았다. 그랬더니 반 아이들이 서로 가져가려 했다. 이 또한 내가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후 읍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차례로 진학해서 줄곧 학생회장을 지냈다. 당시 성적은 그런대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집안 형편상 도회지 고등학교로 갈 수 없었다. 당시 이러다가는 경쟁에 뒤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막연하게나마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교에 다닐 때에 우연히 마을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에 이끌려 가게 되었는데 매우 유익한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는 그대로 공책에 옮겨 한 권 가득할 정도였다. 이때에도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크게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중학교 때에는 책 읽기를 즐겨 해서 도서실 봉사반에 자원해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고등학교 때에는 방송실장이 되어 교내 음악 방송 선곡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도 빠짐없이 모아 온 덕분에 친구들보다 이야깃거리가 비교적 넉넉했다.
이후 대학 입학 예비고사를 거쳐 대구교육대학에 진학했다. 당시 재학생으로서는 예비고사 합격자가 나 혼자뿐이었다. 그만큼 시골 고등학교인 데다 농업학교여서 진학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교육대학에 가서는 총학생회 학예부장을 지내면서 학보(學報)에 칼럼과 당시 상황을 비판하는 만평을 싣기도 했다.
당시는 거리에 최루탄이 난무하는 정국이었고, 소 값은 떨어져 반 토막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뒷날 나의 동화 작품에도 일부 반영되어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교육대학에 다니면서 한문 시집을 내기도 했는데, 이것은 순전히 중학교 다닐 때에 마을 어른을 찾아가 옛 서당식으로 ≪명심보감≫과 ≪소학≫을 읽은 때문이었다. 이에 교사가 되어서도 ≪사서삼경≫에 관심을 가져 ≪대학≫, ≪논어≫ 등은 조금 읽었으나 그 밖의 것은 손대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문학에 대해 보다 친숙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이웃에 있는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이때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잡지 ≪새교실≫이 있었는데, 이 잡지에 교사 작품 추천 제도가 있었다. 나는 동시를 내었고 세 작품이 통과되어 추천 완료 작가가 되었다. 이 무렵 쓴 ＜비 오는 날＞은 뒤에 제7차 교육 과정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 이후 주로 방과 후 글짓기 지도에 주력하면서 이른바 교단 작가로서 꿈을 키워 가던 중 대구로 전출되었다.
시국이 매우 불안한 가운데에도 한 가지 빼놓기 싫었던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는 ‘주말의 명화’ 시간이었다. 나는 영화의 줄거리를 보는 대로 메모하고 나름대로 평을 달아 가며 줄거리를 모아 나갔다. 이 또한 스토리텔링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근무지가 시골이어서 4년제 대학 편입이 힘든 데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부득이 방송통신대학 초급 대학 과정 행정학과 2년을 마치고 이어서 학사 과정 3년을 졸업한 뒤에야,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상담 심리 전공, 교육학 석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교육 방법 및 심리 전공, 교육학 박사)을 졸업해 지적 갈증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한편, 1980년 제8회 창주문학상 신인상에 동시 ＜봄비＞가 당선되었으며,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하늘＞이 추천 완료되어 본격적으로 아동문학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그러나 품은 생각과는 달리 무딘 표현이 마음에 차지 않아 동시를 쓰는 데는 한계를 느끼고 동화에 관심을 갖던 중 ≪소년≫지에 동화 ＜강아지의 죽음＞, ＜가 버린 흰줄이＞ 등이 추천 완료되고 198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자전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동화 ＜눈 오는 날의 아버지＞가 당선되어 더욱 동화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새벗≫ 신인작품상에 중편 동화 ＜독짓골로 간 덕호네＞, ≪월간문학≫에 동화 ＜별은 어디에 있었나＞가 신인작품상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동화 창작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어서 1989년, 제1회 MBC창작동화대상 공모 부문에 장편동화 ≪싸리울의 분홍 메꽃≫이 당선되어 장편동화에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동시인으로 활약하는 한편 동화 작가로서 그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했다.
1982년 첫 동화집 ≪별은 어디에 있었나≫를 낸 후 ≪산에 산에 피던 꽃≫, ≪도깨비방망이의 행방≫, ≪할배요 할배요≫를 냈다. 이어서 ≪사탕수수 나라의 털보 대통령≫으로 1992년 동화 부문에서 한국아동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이후 ‘소’를 주제로 한 장편동화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의로운 소 누렁이≫와 ≪소야, 웃어 봐≫를 발간하고, 이어서 ‘나무’를 주제로 한 ≪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에 이어 ≪나무도 꾀를 부린다≫, ≪꽃의 노래≫, ≪옛날 옛날 이 나무는≫, ≪나무도 노래를 부른다≫ 등을 출간했다.
그 밖에도 독서 동기 형성 자료집인 ≪무인도에 가도 한 권의 책만 있다면≫을 비롯한 교양서적과 ≪하늘을 감동시킨 선비≫ 등 선비 시리즈 8권, ≪새로 쓴 톨스토이 이야기≫, ≪톰소여의 모험≫ 등의 명작 번안을 비롯해 총 60여 권을 출간했다.
작품 경향 초기에는 “동화의 본질을 깊이 추구하되 우리의 토속적인 삶을 중후하면서도 내밀하게 그려 내고 있다”(김종상), “사라져 가는 것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으로 인간성 회복에 관심을 가지고 사실적인 문장으로 개성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그려 내고 있다”(하청호) 등의 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 규명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의 원초적 비애와 과학 문명의 발달로 빚어지는 인간 소외 현상을 묘파한 작품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최용)는 평을 받은 바 있다.
1991년 한국아동문학상, 1997년 대구문학상, 2007년 제28회 한국교육자대상, 2010년 문학 부문 금복문화대상, 2012년 대구광역시문화상을 받았다.
현재 대구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동요문학 동인 등으로 활약하고 있으면서, ≪이야기를 통한 교육≫이라는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교육은 이야기를 통해 더욱 내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동시와 동화 문학을 병행하되, 순수 예술로서의 작품 완성도를 높여 나갈 작정이다.

약력과 작품 및 수상 연보

1951년 경북 청송에서 출생.
1972년 대구교육대학교 졸업 후 초등 교단에 근무하면서 경북대학교교육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의 대학원을 졸업해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음.
1980년 창주문학상 공모 부문에서 동시 ＜봄비＞ 당선.
1982년 월간 ≪소년≫에 동화 ＜가 버린 흰줄이＞ 외 2편이 추천 완료, ≪월간문학≫에 동화 ＜별은 어디에 있었나＞ 당선. 동화집 ≪별은 어디에 있었나≫(대일기획출판사) 출간.
198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눈 오는 날의 아버지＞ 당선.
1985년 동화집 ≪파랑새호의 모험≫(한국서적공사) 출간.
1986년 동화집 ≪산에 산에 피던 꽃≫(웅진출판사) 출간.
1987년 동화집 ≪겨울잠 소동≫(육영사) 출간.
1988년 동화집 ≪도깨비 방망이의 행방≫(견지사) 출간, 문화부 지정 우수 아동도서로 선정. 동화집 ≪마지막 승리≫(한국서적공사) 출간.
1989년 제1회 MBC창작동화대상 공모 부문에 장편동화 ≪싸리울의 분홍 메꽃≫ 당선. 동화집 ≪할배요 할배요≫(가톨릭출판사) 출간.
1990년 동화집 ≪사탕수수나라의 털보대통령≫(지경사) 출간.
1991년 동화집 ≪사탕수수나라의 털보대통령≫으로 한국아동문학상 받음. 동화집 ≪키모와 바바≫(윤진문화사), 동화집 ≪원자의 일기≫(견지사에서 교학사로 옮겨 증보 출간), 동화집 ≪너의 노래 나를 울릴 때≫(도서출판 동지) 출간.
1992년 예화집 ≪껍질을 깨는 용기≫, ≪그래도 나무를 심는다≫(장원교육문화) 출간. 동화집 ≪꿈만 꾸는 새≫(도서출판 늘푸른) 출간.
1993년 예화집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돼지의 눈과 부처님의 눈≫(장원교육문화), 위인전 ≪세종대왕≫(대교출판사) 출간.
1994년 대학 교재 ≪아동문학≫(공저, 정민사), 제1회 MBC금성창작동화대상 수상 동화집 ≪싸리울의 분홍 메꽃≫(금성출판사) 출간.
1995년 ≪이야기 명심보감≫(이상사) 출간.
1996년 동화집 ≪2학년 학습 동화≫(꿈이있는집), 예화집 ≪천하를 호령한 선비≫(장원교육문화) 출간.
1997년 대구문학상 받음. 예화집 ≪하늘을 감동시킨 선비≫(장원교육문화) 출간.
1998년 예화집 ≪민족혼을 일깨운 선비≫·≪백성의 등불이 된 선비≫·≪국난을 극복한 선비≫(장원교육문화), 교양 도서 ≪풀어 쓴 고사성어≫(이상사), 교양 도서 ≪슬기로운 독서 생활≫(대구 YWCA) 출간.
1999년 교양 도서 ≪한 권의 책만 들고 무인도에 가야 한다면≫(이상사), 교양 도서 ≪한국의 속담≫(이상사) 출간.
2000년 교양 도서 ≪소의 뿔에 책을 걸고≫·≪무인도에 가도 한 권의 책만 있다면≫(이상사) 출간.
2002년 동화집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의로운 소 누렁이≫(파랑새어린이) 출간.
2003년 예화집 ≪백성을 보살핀 선비≫·≪불의에 항거한 선비≫·≪정의를 위해 싸운 선비≫(장원교육문화), 번안 동화집 ≪톰 소오여의 모험≫(도서출판 아래), 동화집 ≪소야, 웃어 봐≫(계림닷컴) 출간.
2004년 번안 동화집 ≪바보 이반≫·≪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효리원), 전래 동요 해설집 ≪그리운 우리 노래를 찾아서≫(대구광역시교육청) 출간.
2005년 예화집 ≪교과서와 함께 읽는 세계 명언≫(효리원), 동화집 ≪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가문비) 출간.
2007년 동화집 ≪3학년 과학동화≫, 읽기 자료 ≪교과서과학상식퍼즐≫(효리원), 동화집 ≪나무도 꾀를 부린다≫·≪생각하는 나무≫·≪나무의 꿈≫·≪옛날 옛날 이 나무는≫·≪꽃이 부르는 노래≫(금성출판사) 출간.
2008년 위인전 ≪에디슨≫(효리원) 출간.
2009년 예문집 ≪어린이 동문선≫(처음주니어), 예화집 ≪미끼 없어도 잡을 수 있다는데≫·≪쏟아진 물 되담을 수 없다는데≫·예화집 ≪만 권 읽고 만 리 걸어야 한다는데≫(학이사), 전기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북랜드) 출간.
2010년 예화집 ≪대구의 인물과 나무≫·고전 번안집 ≪새로 읽는 삼강행실도≫(학이사), 명언집 ≪함께 가꾸어가는 삶의 지혜≫(대구광역시교육청) 출간.
2011년 동화집 ≪1학년 체험동화 발표력 기르기≫(소담주니어) 출간.
2012년 동화집 ≪옛날 옛날 우리 마을에≫(대구달성교육지원청), 예화집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위한 선현미담집≫(한국국학진흥원), ≪독서왕이 성공한다≫(처음주니어) 출간.
2013년 전기집 ≪옛날 옛적 우리 할배 할매는≫(학이사) 출간.

해설 - 최용
1963년 5월 8일 대구에서 출생했다. 대구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한의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김성도 동화연구＞로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무산고등학교를 거쳐 청구중학교에서 교사로 지내고 있으며, 경주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대구과학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강의를 했다.
1985년에 평론 ＜동심의 시적 변용＞이 계간 ≪아동문학평론≫에 당선되었다. 그 후 한국아동문학학회 이사, ≪아동문학평론≫ 기획위원,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평론분과위원장, 새바람아동문학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문협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 밖에 세계아동문학대회, 아시아아동문학대회, 한중아동문학대회에 참여했다. 그리하여 아동문학의 평론적인 연구와 학문적인 연구의 통합과, 분단 상황의 정치·사회적 맥락에서의 아동문학 주제에 천착했다. 또한 아동문학 평론의 이론적 체계 확립 그리고 동심의 진정성과 문학적 측면에 대한 조명을 고민하고, 창작 태도의 일상성과 방대한 문화주의적 시각의 비판적 대안을 제시했다.
평론으로는 ＜리얼리즘 문학론＞, ＜분단시대 아동문학 연구＞, ＜전통의 감응과 수용＞, ＜동화정신의 탄력성＞이 있고, 동시로는 ＜놀이터＞, ＜5월＞이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생명 존중의 패러다임≫이 있다. 제20회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