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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상세페이지

BL 소설 e북 현대물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소장단권판매가3,800
전권정가11,400
판매가11,400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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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3권 (완결)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3권 (완결)
    • 등록일 2017.08.01.
    • 글자수 약 15만 자
    • 3,800

  •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2권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2권
    • 등록일 2017.08.01.
    • 글자수 약 14.7만 자
    • 3,800

  •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1권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1권
    • 등록일 2017.08.02.
    • 글자수 약 15.1만 자
    • 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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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작품 소개

<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The game is never over)> 본 도서는 2017년 8월 3일자로 본문 내 일부 맞춤법 표기가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기존 구매자께서는 '내 서재'의 다운받은 도서를 삭제하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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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 단, 재다운로드 시 기존 도서에 남긴 독서 노트(형광펜, 메모, 책갈피)는 초기화되거나 위치가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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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 할리킹, 로코, 복수, 오해/착각, 질투, 위장연애, 배틀호모, 재벌3세공, 백마탄왕자님이공, 슈가대디공, 미남공, 호구였공, 계략공, 능글공, 내숭수, 유혹수, 계략수, 사고뭉치수, 속물수, 골때리수, 돈이좋수, 명랑수, 잔망수, 허당수, 츤데레수, 뻔뻔수, 도망수, 후회수


노아는 대재벌 웰스가의 후계자이자 잘나가는 사업가에,
별명이 ‘백마 탄 왕자님’인 에드워드 웰스와 비밀 연애 중이다.
하지만 말이 연애지, 그가 자신을 섹스파트너 취급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처음에는 실망했으나 돈을 펑펑 쓰게 해 주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 노아의 목표는 아파트와 롤스로이스를 챙겨서 안전이별 하는 것.

“우리 헤어져요. 진짜 날 사랑한다면 그냥 이쯤에서 헤어져요, 에드워드.”
“웃기는군. 사랑하는데 헤어지는 병신이 어디 있어. 내가 그런 놈으로 보이던가?”

한편, 타고난 다이아몬드 수저인 실패를 모르는 남자, 에드워드는
바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순종적인 애인 노아 우드를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간의 모습은 전부 내숭인 데다 돈 때문에 자신과 사귄다고.
심지어 술에 취해 ‘존나 못한다’는 막말까지 지껄인다.

“너 애인 없잖아. 주말마다 우리랑 같이 놀았으면서.”
“나 애인 있다고오. 그리고 존나 부자야……. 부자인데…… 존나 못해.”

자존심에 상처 입은 에드워드는 복수를 결심한다.
반드시 노아를 무릎 꿇리고 사랑을 구걸하게 만든 뒤, 잔인하게 차 버리겠노라고.
하지만 노아의 뻔뻔함과 요망함에 휘말려 복수는 점점 산으로 가게 되는데…….

‘열심히 등쳐 먹고 튀어야지 VS 나한테 반하게 만들어 차 버리겠다’
서로 속마음을 숨긴 채 밀고 당기는 러브게임, START♥


출판사 서평

〈 본문 발췌 〉
The game is never over

이른 아침의 라스베이거스 거리는 지난밤의 화려함이 꿈인 양 한적하고 깨끗했다. 침대 위에 머리를 풀고 누워 요염한 미소를 짓던 여인이, 아침이 오자 정숙한 옷을 입고 새침을 떠는 것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가 이 풍경을 보고 사치와 향락을 떠올리겠는가.
에드워드는 그저 평범한 관광지로밖에 보이지 않는 단정함이 재밌어 피식 웃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관광버스를 타고 레드락 캐년에라도 다녀올까 하는 실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호텔 책상 위에 쌓인 서류뭉치들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기분 좋은 아침임은 틀림없었다.
바로 뒤에 앉아 고약한 술 냄새를 풍겨 대는 존재를 제외하기만 하면―
“…….”
에드워드는 커피를 마시려다 잘생긴 눈썹을 살짝 구겼다. 커피 향에 술 냄새가 섞여, 자신이 마시려고 했던 것이 술인지 커피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왜 이 주정뱅이는 카페테라스의 많고 많은 자리를 두고 딱 뒤에 붙어 앉아 기분을 망치는지 모를 일이었다.
에드워드는 짜증이 일어 자리를 옮길까 고민했다. 그러나 막 카페테라스 입구에 들어선 사람을 보곤 관두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던 친구, 벤 올리버였다.
“여기야, 벤.”
벤은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듣고도 그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라니까.”
“음? ……아, 에디!”
“안경 다시 맞춰야 하는 거 아니야?”
“내 안경엔 아무 문제없거든? 네가 수트를 안 입고 있어서 못 알아본 거라고.”
벤은 왜 내 안경에 시비냐고 투덜거리면서 에드워드 앞으로 와 앉았다. 둘은 동갑내기였으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삼촌과 조카로 보일 정도로 외관 차이가 심했다. 그걸 의식한 벤이 괜히 자신의 벗겨진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옷이라도 젊게 입고 오는 건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멋을 부리고 와도 에드워드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는 않을 터였다. 에드워드가 워낙 동안인 탓이다. 더군다나 그는 오늘 수트만 입고 있던 평소와 달리,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거기다 머리도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어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벤은 에드워드를 흘겨보며 속으로 탄식했다. 잘생긴 놈이 동안이기까지 하다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했다. 그것도 모자라 잘나가는 사업가에 재벌 3세라는 점이 더욱더.
“일은 잘 끝냈어? 합병 건 때문에 잠잘 시간도 없이 바쁘다더니만.”
“대충. 아직 마무리가 남았지만 잘 해결될 거야.”
“……소문엔 웬 신생 투자회사가 훼방을 놓았다면서?”
“뭐, 조금 귀찮게 하긴 하더군.”
에드워드는 심드렁한 말투완 달리 속 시원한 얼굴로 씩 웃었다. 그는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근 한 회사의 투자 합병 건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잘 진행되어 가던 일에 멋모르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끼어들어 분탕질을 쳐 놓은 것이다. 덕분에 에드워드가 골치 아파 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쫙 퍼졌다.
벤은 처음 그 소문을 듣고 친구보다 중간에 끼어든 신생 투자회사의 안녕이 먼저 걱정됐다. 아무리 신생 회사라 뭘 몰라도 그렇지, 하필 에드워드를 중간에 훼방 놓다니. 그건 일종의 자살행위였다. 에드워드는 은근히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데다, 누가 뒤통수치는 것을 매우 싫어했으므로. 그리고 에드워드의 시원한 표정으로 보건데 아마 그 회사는 시작부터 비싼 수업료를 치렀을 것이리라.
벤이 쓸데없는 남 걱정을 하는 사이, 에드워드는 주머니에서 카드키와 초대장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벤 앞으로 밀어 놓으며 말했다.
“네가 묵을 호텔 키야. 이건 초대장.”
“초대장?”
“오늘 밤 VIP 파티가 있거든. 거기서 널 회장님께 소개하려고.”
“회장님이라면…… 네 조부님 말이지? 그래서 날 라스베이거스로 불렀어?”
“맞아. 포커 칠 줄 알지?”
“칠 줄이야 알지. ……그런데 잘해야 하냐, 아니면 못해야 하냐?”
“너무 잘하지 않으면서, 또 못하지도 않게 해야지.”
모호한 말이지만 정답이었다. 에드워드의 조부인 다니엘 웰스 회장은 소문난 포커광이었다. 포커를 너무 사랑하여 라스베이거스부터 시작해 리노와 아틀랜틱 시티까지 다니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는 포커판이 열린다는 소문이 들리기만 하면 일도 팽개치고 달려갔다. 회장이 실력과 운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패가망신을 여러 번 하고도 남았을 수준의 열정이었다.
그러나 도박판이 실력과 운으로만 진행되는 곳이던가. 그곳엔 회장의 부를 뜯어먹기 위해 더러운 수를 쓰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작정하고 속이면 실력과 운도 아무 소용없는 법이라 회장도 여러 번 큰돈을 잃었다. 한 번은 중요한 계약이 날아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장에게 속임수를 쓰는 이들은 사라졌다. 더러운 수법으로 그를 속이고 뒤통수친 자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목격한 탓이었다. 물론 그것이 회장의 짓이라는 증거는 없었으나, 그를 기만한 대가임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다니엘 웰스 회장은 복수의 화신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어 고집과 의심이 깊어진 회장은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기만 하면 잡아먹을 듯이 구는 쪼잔한 폭군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바로 벤이 회장 앞에서 포커를 너무 잘하지 않으면서, 또 못하지도 않아야 하는 이유였다. 벤은 오늘 밤 회장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적절한 수준’의 포커를 쳐야만 했다.
“걱정하지 말고 적당히 쳐. 얕보이지만 않으면 돼.”
“……회장님한테 포커로 얕보이지 않는 게 쉬운 일이냐?”
“쉬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네가 잘 보여야 우리 사업이 힘을 얻겠지? 금전적인 도움도 좀 받고 말이야.”
에드워드는 남 이야기하듯 웃으며 초대장을 손끝으로 툭툭 쳤다. 그와 벤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현재 벤이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해 몇 개 회사와 합병시킨 후, 새로이 경영해 볼 계획인 것이다.
한데 예상외로 이 일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 물론 에드워드가 돈을 긁어모은다면야 해결될 문제긴 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M&A 회사를 경영 중이었으며, 몇몇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다른 사업에도 돈을 투자해 놓은 터라 자금을 쉬이 끌어올 수가 없었다.
하여 그들은 새 투자자를 찾기로 했다. 위험성이 높은 엔터사업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으며, 회사 경영에 관해선 그들을 지지해 줄 투자자. 에드워드의 조부인 다니엘 웰스 회장은 그런 면에서 이상적인 상대였다.
“너도 같이 포커 칠 거지?”
“아니, 구경만. 포커엔 흥미가 없어서 말이야.”
“……중독될까 봐 손 안 대는 게 아니고?”
“난 중독 같은 거 안 돼. 너도 알잖아.”
에드워드는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조부인 웰스 회장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드워드가 폭군에 도박광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그는 합리적인 것을 좋아했으며 이성적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망가뜨리는 데 힘쓰기보단 그 시간에 서류나 한 장 더 볼 인간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드러나는 승부사 기질이나 집요함 탓에 역시 회장의 핏줄이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러니 에드워드의 저 냉정하고 차분한 겉가죽 속 어딘가엔 그의 조부와 같은 열정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지금은 사업 외엔 아무 것도 관심 없다는 듯 냉철하게 굴지만, 분명 언젠가 그는 뭔가에 미치게 되리라.
“그래도 가끔씩 넌 이상한 것에 꽂힐 때가 있잖아. 조심하라고, 에디. 그러다 뭔가에 중독돼서 왕창 잃을 줄 누가 알아.”
“충고는 고맙게 듣도록 하지. 그러니 너도 오늘 회장님의 신임을 왕창 잃지 않도록 해 줘, 벤.”
“……노력은 해 볼게.”
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오늘밤 회장님과 포커 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에드워드는 웬만하면 회장님께서도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실 테니까 너무 어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그의 친구인 벤에겐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병이 있었기 때문이다. 폭군 앞에서 긴장이 풀려 맹하게 있느니, 차라리 뻣뻣하게 굳어 있는 것이 낫다. 에드워드는 일의 성공을 위해 친구의 곤란함을 잠시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번 일이 잘되면 한동안 여유가 생기겠군. 그간 하룻강아지 한 마리가 귀찮게 구는 바람에 내 애인한테 전화조차 못할 정도로 바빴거든.”
“이번엔 얼마나 못 했는데?”
“글쎄. ……한 3주쯤?”
“뭐? 3주……?! 그러고도 안 차였어?!”
“……이번 애인은 마음이 넓어서 괜찮아. 다 이해해 줄 거야.”
3주나 연락이 안 됐는데 괜찮을 리가 있나. 만약 그래도 괜찮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방치나 포기일 것이다. 벤은 비난이 가득한 얼굴로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야, 저거 노아 아니야?!”
그때 갑자기 카페테라스 밖 도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와 벤이 돌아보니 젊은 여자와 남자 두 명이 이쪽을 가리키는 것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에드워드 뒤에 앉아 자고 있는 주정뱅이를.
“맞지? 옷이 똑같은데?”
“뒤통수가 때리고 싶게 생긴 게 노아 맞네.”
“아오, 저 새낀 호텔 놔두고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찾기 힘들게…….”
그들은 투덜거리며 카페테라스 안으로 들어왔다. 주정뱅이의 친구들인 것 같았다.
“으…… 술 냄새. 이 녀석 우리랑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마신 거 같은데? 아침까지 혼자 마신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삼촌한테 좀 깨졌냐, 얘가.”
“노아! 노아! 일어나 봐! ……아휴, 침 흘리는 것 좀 봐. 그나마 봐줄 만한 건 얼굴뿐인데 완전히 망가졌네.”
“푸핫, 이거 사진 찍어 놔야지!”
술 냄새도 짜증 나는데 이젠 소음까지 더해졌다. 에드워드는 이곳에서 벤을 만나기로 한 것을 후회했다. 아니, 그냥 아까 벤이 왔을 때 바로 자리를 옮겼어야 했다. 불쾌함을 참지 못한 에드워드는 벤에게 일어나자고 눈짓했다. 그러나 자리에서 반쯤 일어선 순간, 잠에서 깨어난 주정뱅이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쇳소리 섞인 푹 잠긴 목소리가 에드워드의 귀를 긁었다. 어쩐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 같았다. 그러고 보니 노아라는 이름도 낯이 익었다. 너무 흔한 이름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묘하게 이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에드워드는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걸 본 벤도 따라서 궁둥이를 의자에 붙였다.
“너 도대체 얼마나 더 마신 거야?”
“술값은? 네 지갑 내 가방 속에 있던데. ……설마 먹고 튀었냐?”
먹고 튀었냐는 말에 욱한 주정뱅이가 인상을 쓰며 품을 뒤적거렸다. 그는 한참 주머니 근처를 더듬거리더니, 새카만 카드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 카드 있거든……? 너도 하워드처럼 날 멍청이로 아냐?! ……아, 시발! 더 마실 거야!”
“여기서 뭘 더 마셔?! 안 돼!”
“시끄러워. 난 더 마실 거라고……. 너도 같이 마시자! 내가 다 계산할게……! 더 시켜!”
“이 미친놈이 뭐라고 지껄…… 엇, 이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든데? 게다가 블랙이야!”
노아를 말리던 여자가 테이블 위의 카드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떻게 부의 상징이라는 이 카드를 얘가 가지고 있는 걸까. 셋은 당황해 다시 잠든 노아와 카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설마 훔친 건…….”
“얘는 멍청해서 도둑질 못 해. 주웠겠지.”
“야, 노아! 일어나! 이 카드 뭔데?”
“그만…… 아, 그만 흔들라고……. 머리 아파.”
“너 밤새 이걸 쓰고 다녔어?! 네 것도 아니면서?!”
노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머리를 감쌌다. 속은 메슥거리고 머리는 지끈거려 죽겠는데, 친구들이 자꾸 자신을 흔들어 대니 미칠 것 같았다.
“이 카드 어디서 난 거야?! 주웠으면 신고를 해야지, 네가 쓰면 어떡해?!”
“……내 카드야.”
“웃기고 있네! 너 가난뱅이잖아! 어떻게 이걸 발급받아?!”
“내거 맞다니까!!”
“훔친 거 아니지? 응?!”
“야, 그냥 솔직히 불어! 돈 빌려줄 테니까 일단 쓴 것은 갚고…!”
“아, 내 거야!! 내 거 맞다고!! 잘난 애인이 줬다! 됐냐…?!”
넷이서 투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에드워드가 씩 웃었다. 그는 문제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와 노아라는 이름의 주정뱅이의 정체가 대충 짐작이 갔다. 어쩐지 목소리가 사람을 잡아끈다 했더니, 침대 위에서 듣던 목소리여서 그랬던 것 같았다. 놀랍게도 아까부터 뒤에 앉아 술 냄새를 풍겨 대던 주정뱅이의 정체는 바로 그의 애인인 노아 우드였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생각나던 참에 이런 황당한 방법으로 마주치니 신기하고 놀라워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벤의 얼굴은 점점 당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에드워드가 뒤쪽의 대화를 엿들으며 웃는 것으로 보아 그는 저 주정뱅이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왠지 일로 만난 사이라기보다는 사적으로 만난 것 같은 눈치였다. 좀 끈적한 의미의 사적인 만남 말이다.
게다가 분명 저 주정뱅이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를 자신의 애인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한데 그걸 사귀는 사람에게 선뜻 내줄 수 있는 사람은 부자들 중에서도 드물었다. 맘만 먹으면 비행기도 살 수 있는 카드를 어떻게 막 주겠는가. ……물론 간혹 그런 사람이 있기는 했다. 벤의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에드워드 웰스 같은 미친놈이.
“……너 애인 없잖아. 주말마다 우리랑 같이 놀았으면서.”
“시발……. 좀 믿어라. 나 애인 있다고오. 그리고 존나 부자야…….”
노아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가득했다. 그 억울함만큼 벤의 얼굴도 경악으로 가득 찼다. 그는 입모양으로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혹시 저 주정뱅이가 말하는 애인이 바로 너냐고. 에드워드가 웃으며 고갤 끄덕이자, 벤의 입이 놀라움으로 쩍 벌어졌다. 정말 황당한 우연이었다.
한편, 에드워드는 애인인 노아의 억울함을 풀어 줄지 말지를 고민했다. 마침 뒤에 앉아 있으니 억울함을 풀어 주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애인이라고 나서도 저들이 믿을까 하는 것과 마지막으로 본 것이 3주 전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마저도 한밤중에 찾아가 섹스만 하고 헤어진 게 전부였다.
그 후론 너무 바빠 전화 한 통 못했던 탓에 지금 여기서 나서기엔 좀 서먹한 감이 있었다. 하필 재회 장소가 라스베이거스의 카페테라스인 데다, 한쪽이 엄청나게 취한 상태라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또한 선뜻 나서기엔 에드워드가 너무 유명인이었다. 그는 종종 잡지나 TV의 ‘젊고 잘생긴 부자’ 리스트에 올라가곤 하는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지금이야 친구인 벤도 못 알아볼 정도로 편한 차림이긴 했지만, 얼굴을 제대로 맞대면 정체를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에드워드로선 그로 인해 야기될 소란이 부담스러웠다.
“뭐 하는 사람인데 너한테 이런 카드를 줘?”
“……몰라. 그냥 부자야.”
“말 못하는 거 보니까 지어낸 거 확실하네!”
“야, 일단 카드사에 연락부터 하자. ……카드를 주인 찾아 주려고 지갑에 넣어 뒀다가, 실수로 썼다고 하면 믿지 않을까?”
“아, 진짜 애인 있다니까……! 부자야! 부자라고!”
아무리 술에 취해 있어도 그렇지,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는단 말인가. 에드워드는 억울해서 혼자 끙끙 앓는 노아가 안타까웠다. 그는 그동안 노아를 혼자 내버려둔 것이 미안해서라도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호텔로 주워가 푹 재우고 해장도 시키자. 결심한 에드워드는 돌아앉으려고 상체를 옆으로 틀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한마디가 그를 또다시 멈춰 세웠다.
“부자인데…… 존나 못해.”
“……뭐?”
“시발, 나쁜 새끼……. 자기만 싸고 튀고…….”
카페테라스에 침묵이 찾아왔다. 뒤늦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친구들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들을 구경하고 있던 벤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딴 카드 하나 던져 주고선……. 시발, 나쁜 놈이야, 그놈…….”
노아는 좋지 못한 기억을 되새기는 듯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풀어져 병신처럼 헤죽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나쁘니깐 괜찮다? 나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런데 그놈은 내가 자기한테 뿅 간 줄 안다니까……!”
“……애인 사이라며.”
“애인 맞는데…… 아닐걸?”
“무슨 소리야……?”
“……몰라, 짜증 나.”
부자 애인 있다고 그렇게 우기더니, 이젠 또 애인이 아니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노아의 말에 친구들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아는 혼자 신나 카드를 들고 웃었다.
“……히히, 그냥 이대로 헤어지면 정말 좋겠다! 나 아파트 있거든! 카드도 있어! 이거 봐…… 내 블랙 카…… 우욱, 웩……!”
“노아!!”
급기야 주정뱅이는 구역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여자가 테이블보로 그의 입을 막는 바람에 물컵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다른 친구 중 한 명이 그걸 잘못 밟고 넘어져 멍청한 소릴 냈다. 남은 하나는 웨이터를 부르러 카페 안으로 들어가다가 테이블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아주 가관이었다.
에드워드는 어이가 없어 피식거렸다. 하지만 웃고 있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엔 냉기가 가득했으므로.
“에, 에디……?”
벤이 눈치를 보며 땀을 흘려 댔다. 불쌍하게도 그는 뒤의 대화를 엿듣는 5분 사이에 10년은 늙은 듯 얼굴이 폭삭 삭고 말았다. 그것도 모자라 에드워드의 눈빛이 싸늘해지는 정도에 비례해 점점 더 겉늙어 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 에드워드는 진짜 그걸 못하나?
곤란과 호기심이 뒤죽박죽 뒤섞인 가운데 갑자기 어디선가 발랄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뮤지컬 그리스의 ‘Summer Nights’을 연주한 것이었는데, 경악스럽게도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에드워드의 휴대폰이었다. 벤은 다시 입을 떡 벌렸다. ‘Summer Nights’과 에드워드라니.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음……?”
그건 에드워드의 애인도 동감인 모양이었다. 구역질 중이던 노아가 소릴 듣고 식겁해 몸을 일으켰다. 그 기척을 느낀 에드워드는 재빨리 휴대폰을 벤의 앞으로 밀었다. 네가 대신 받아 보라는 소리였다. 액정화면엔 에드워드의 비서 이름이 떠 있었다. 벤은 얼떨떨한 얼굴로 화면만 쳐다보다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보스?
“무, 무슨 일이지? 내가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전화하지 말랬잖아! 벤과 심각한 이야기 중이라고!”
-벤 올리버 님, 중요한 사안이니 보스 좀 바꿔 주시겠습니까.
“하여튼 우리 비서들은 나 없인 아무 일도 못 한다니깐! 안 중요한 사안이 없어!”
-따로 시간을 내서 전화하겠으니 농담은 그때 해 주십시오. 재미없습니다.
“뭐? 이게 농담으로 들려?! 해고당하고 싶나!!”
그냥 적당히 받아넘기면 될 것을 꼭 이렇게 오버해야 하나. 에드워드는 친구의 어설픈 연기를 보며 혀를 찼다. 그러나 주정뱅이에겐 먹힌 모양이었다.
“……아니네.”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던 노아는 휴대폰 주인이 대머리인 것을 확인하고 크게 안도해 몸에 힘을 쫙 뺐다. 그는 조금 전 존나 못한다고 욕을 했던 부자 애인, 에드워드 웰스의 휴대폰 벨소리를 ‘Summer Nights’으로 설정해 놓은 적이 있었다. 이것과 똑같은 피아노 연주, 똑같은 구절을.
그래서 순간적으로 에드워드가 이곳에 와 있는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었다. 한데 그냥 저 대머리가 같은 벨소리를 설정해 놓은 것뿐이었다. 참 다행인 일이었다. 안심한 노아는 다시 구역질을 시작했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그를 부축해 카페테라스에서 데리고 나갔다.
“……여보세요, 스티븐? 이제 끝났어요. 에디 바꿔 줄게요.”
-그것 참 고맙군요.
휴대폰을 돌려받은 에드워드는 몇 가지 명령을 하는 것으로 비서와의 통화를 짧게 끝냈다. 그리고 바로 다른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로 에드워드의 사적인 스케줄과 제반 업무를 관리하는 수잔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보스.
“수잔, 내 애인인 노아 우드는 요즘 어떻게 지내지?”
-……조용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저번 주인데, 보스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우울해하더군요. 그래서 손목시계를 선물로 보냈습니다.
“진짜 우울해하던가?”
-예. 매우 슬픈 목소리였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에드워드는 더 열 받은 얼굴을 했다. 그는 손끝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다가, 수잔에게 노아의 카드 사용 내역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그저 업무를 지시하듯 평온한 말투였지만 표정은 무시무시했다. 화가 나도 보통 난 것이 아닌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드워드는 현재 자신의 애인인 노아 우드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단순히 예쁘장한 얼굴과 몸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늘 자신을 배려해 주는 노아의 마음 씀씀이가 편하고 좋았다.
나보다 당신의 일이 더 중요하니 미안해하지 말라며 한 걸음 물러나 주던 노아가 얼마나 어여뻤는지 모른다. 쳐다보면 곧바로 시선을 피하는 묘한 수줍음까지도 다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 여겨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별로 안 좋아한다라……. 에드워드는 이대로 헤어지면 정말 좋겠다던 해맑은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를 빠득 갈았다. 싸고 튀기만 할 뿐, 존나 못한다던 최악의 평가도.
“너, 너무 화내지 마. 에디……. 술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라, 네 애인.”
“…….”
“아니면 널 오해한 것일 수도 있지. 원래 남자끼리는…… 잘 안 되잖아.”
같은 동성과 자 본 적도 없는 주제에 벤이 아는 척 입을 달싹거렸다. 딴엔 위로랍시고 한 말인 것 같은데 기분만 더 상하게 할 뿐,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하필 포인트가 그 짓을 못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게다가 최근에 너 계속 바빴잖아. 바쁘면 확실히 그게 힘들…….”
“한마디만 더 하면 나랑 자고 싶은 걸로 알겠어.”
“…….”
“그러면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게 되겠지.”
유부남인 벤은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에드워드는 한다면 하는 놈이니 계속 입방정을 떨었다간 진짜 침대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친구와 섹스라니. 벤은 끔찍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드워드는 남자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생긴 놈이지만 벤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는 푸근하고 다정한 자신의 아내가 취향이었다.
하지만 벤은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어 계속 눈치를 살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에드워드는 섹스 실력과 상관없이 애인에게 욕을 먹어도 쌌기 때문이다. 3주 동안 애인한테 전화 한 통 없을 정도로 에드워드는 늘 상대를 방치했다. 벤은 그가 교감이라고 눈곱만큼도 없는 돈만 처바른 연애를 하다가, 냉혈한이라는 이유로 차이는 모습을 지겹게 보아왔다.
이제와 그 편리만을 위한 연애 스타일이 바뀌진 않았을 테니, 에드워드는 아까 그 청년과도 비슷한 일을 반복했으리라.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 만나고, 그것을 불평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쥐여 주는 일을. 그 탓에 결국 혼자 사랑하는 일에 지쳐 버린 노아라는 청년은 돈을 펑펑 쓰고 다니게 되었을 터.
벤은 혼자 되도 않는 망상을 펼치며 사라진 주정뱅이를 동정했다. 그의 아내가 알면 또 오버한다고 옆구리를 꼬집을 일이었다.
“……그런데 너도 참 너무한 거 아니야? 네 애인이 바로 뒤에 있는데도 못 알아보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무신경할 수가 있어?”
“서로 못 알아봤으니 공평한 거 아닌가.”
“그런 말이 아니잖아. ……넌 진짜 그 태도 좀 고쳐야 해.”
“이제부터 관심 가질 테니 신경 끄도록 해, 벤 올리버.”
에드워드는 냉정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카페테라스에서 나오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냈다. 고용주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숨어 있던 경호원들이었다. 이어서 매끄럽게 잘빠진 리무진이 나타나 에드워드 앞에 멈춰 섰다.
“밤 9시에 보도록 하지. 준비 잘 하고 있어.”
그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리무진에 올라탔다. 벤은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허허 웃었다. 자신이 편을 들어 주지 않고 비난해서 삐진 게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관심을 가지겠다니. 큰일인데, 그 청년.”
벤은 떠나는 리무진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에드워드는 다니엘 웰스 회장의 손자였다. 그는 웰스가 특유의 승부욕과 뒤통수를 때린 인간은 용서하지 못하는 쪼잔함을 물려받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그의 조부만큼 다혈질도 아니거니와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하지만 이번엔 감이 좋지 않았다. 바로 뒤에서 대놓고 감정적 뒤통수를 친 데다, 에드워드가 자기 입으로 관심을 가지겠다는 말까지 했으니 노아라는 그 청년은 날벼락 좀 맞으리라.
“뭐, 불쌍하긴 하지만 내 알 바 아니지.”
더 관심을 가졌다간 침대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 웃긴 헤프닝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

술 냄새로 가득한 호텔 방 안에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침대 밑에서 나뒹굴고 있는 휴대폰에서 나는 벨소리였다. 침대 위의 휴대폰 주인은 그 소리를 듣고도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해 끙끙거렸다. 아니, 눈을 뜨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소리를 무시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벨소리는 끈질겼다. 한 세 번쯤 소리가 더 반복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 시발……. 누구야아…….”
노아는 휴대폰을 찾아 소리가 나는 침대 밑을 더듬거렸다. 눈이 잘 떠지질 않는 데다 방 안도 어두운 탓에 휴대폰이 쉽게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사이 벨소리는 끊어졌다 다시 울리길 두어 번 더 반복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전화를 끈질기게 하는 것일까. 노아는 지끈거리는 머릴 부여잡고 짜증스레 휴대폰을 잡아챘다. 그러나 그 짜증은 휴대폰 액정화면에 떠 있는 ‘♥♥’를 본 순간 증발하고 말았다.
“힉……! 뭐, 뭐야! 이 인간이 왜……?!”
그는 휴대폰을 든 채로 받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이름 대신 하트로 저장해 놓은 이가 어마어마한 부자에 잘생기기까지 한 뭇 여성들의 왕자님, 에드워드 웰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노아의 연인이기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아직 사귀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말이다.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보다 왜 나한테 전화한 거지? 혹시 최근에 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했나? 그랬다면 수잔이 경고했을 텐데? 노아는 휴대폰을 붙잡고 고민했다. 밤새 마신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그러나 노아는 곧 이성을 되찾았다. 이제 자신과 에드워드 웰스 사이에 남은 용건은 단 하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고 헤어지는 것뿐이었다. 3주 만에 걸려 온 전화에 그것 외에 또 무슨 용건이 있겠는가. 내심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노아는 히죽 웃었다.
이제 적당히 지치고 슬픈 척 연기하다가 헤어지기만 하면 끝이었다. 앞으로 못 쓰게 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래도 에드워드가 준 아파트는 남을 터. 이만하면 결실이 아름다운 연애였다. 이젠 남자답게 물러서서 에드워드의 안녕을 빌어 줘야 할 때였다. 노아는 억지 눈물을 쥐어짤 준비를 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오랜만이야, 노아.
“에드워드……. 3주 만이네요. 이제 나 같은 건 잊은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말아요. 당신한테 난 아무 의미 없는 존재라는 거 아니까.”
-아무 의미 없다니. 난 언제나 네 생각뿐이야, 노아.
……방금 엄청 이상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 냈다. 액정화면을 확인하니 하트 두 개가 보였다. 분명 에드워드 웰스가 맞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낯간지러운 말을 할 리가 없으니 숙취 때문에 헛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빨리 전화 끊고 해장이나 하러 가야지.’
그는 다시 침통한 연기를 시작했다.
“전화해 줘서 기뻐요. 하지만…… 전 이제 우리 관계에 지쳤어요. 나 혼자서 당신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애태우는 바보 같은 짝사랑에 지쳤다고요.”
-……음.
“더 이상 에드워드 당신 때문에 우울해하고 싶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 알죠?”
-그래. 잘 알겠어.
됐구나! 노아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언젠가 들었던 시시껄렁한 사랑노래에 감사를 표했다. 역시 이별엔 노래 가사가 최고였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은 잠깐일 뿐이었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에드워드의 대답이 그의 기쁨을 와자작 무너뜨렸다.
-네가 날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네?”
-그동안 외롭고 지치게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이제부턴 짝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내가 잘하도록 하지.
“아, 아니 뭐 그런 수고를……. 전 괜찮거든요, 에드워드?”
-또 괜찮다고 하는군. 나를 진짜 안심시키고 싶으면 괜찮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고 말해 줘.
으악, 이 미친 새끼가! 노아는 오그라드는 손발을 펴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 댔다. 에드워드 입에서 사랑한다고 말해 달라는 소리가 나오다니! 닭살도 이런 닭살이 없었다. 자신이 한 말도 유치해서 머리에서 삭제시키고 싶은데 이놈은 더했다.
노아는 에드워드에게 미쳤냐고 묻고 싶었다. 몸뿐인 관계였는데 이제 와 사랑 타령이라니! 이 인간이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맛이 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더 빼먹을 생각하지 말고 얼른 아파트나 챙겨서 도망가야지. 노아는 필사적으로 에드워드의 사랑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에드워드. 난 이제 너무 지쳐서 그냥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사, 사, 사랑하는 제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이젠 그냥 다 내려놓고 싶어서요. 무슨 뜻인지 알죠?”
-……상처가 크다는 말이잖아. 모두 내 탓이겠지.
“아니, 물론 상처가 크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나는 우리 관계에 지쳤다고요! 관계에……! 자, 생각을 해 봐요, 에드워드! 연인끼리 서로 사귀다가 지치면 누구 잘잘못을 가릴 게 아니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요! 상대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그다음 단계! 뭔지 알겠죠?”
-이런, 난 그 단계가 뭔지 영 모르겠는걸. 그런데 노아, 목소리가 왜 이렇지? 어디 아파?
“내 목소리요?”
-그래. 너무 안 좋군. ……혹시 술 마셨나?
“아, 아니요! 감기 때문인데요!”
뜨끔한 노아는 괜한 거짓말을 했다. 갑자기 이리로 튀는 이야기 때문에 당황해서 듣기 싫은 삑사리까지 났다.
-병원은 갔다 왔어?
“난 병원 따윈 안…… 흠, 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에드워드. 당신이 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냥 말할게요. 우리 헤어져요. 나는 당신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것 같아요.”
-나도 널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야 하지?
“……사랑하니까요. 사랑하니까 서로 힘들게 하지 말고 헤어지자고요. 진짜 날 사랑한다면 그냥 이쯤에서 헤어져요, 에드워드.”
-웃기는군. 사랑하는데 헤어지는 병신이 어디 있어. 내가 그런 놈으로 보이던가?
망했다.
노아는 온몸을 관통하는 패배감과 오글거림에 괴로워했다. 아무래도 계산을 잘못한 모양이다. ‘사랑하지만 이제 당신을 놓아줄게요. 헤어져요. 지쳐서 그래요. 그리고 내가 지친 건 전부 당신 탓이고 난 아무 잘못 없으니까 원한 같은 거 품지 말고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해 줘요. 댁 할아버지처럼 복수 같은 거 하지 말고’ 콘셉트면 1분 안에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할 걸! 아니, 그랬다간 안전이별이 안 될 수도 있어 또 문제였다. 노아는 풍문으로 들었던 웰스가의 복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소박하게 아파트만 챙겨 가고 싶을 뿐이었다.
-노아?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에드워드가 노아를 불렀다. 노아는 퍼뜩 정신을 가다듬었다.
-괜찮아? 왜 아무 말이 없어?
“……그냥 잠깐 어지러워서요.”
-많이 아픈가 보군.
그래. 그러니까 이만 전화 끊어라. 이별은 다음에 술 깨고 하자. 노아는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이마를 만졌다. 잊고 있던 숙취가 다시 밀려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럼 문 좀 열어 봐, 노아.
“문?”
-현관문 말이야. 지금 바로 앞이거든.
“……!!”
노아는 식겁해 호텔 방문을 쳐다보았다.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러나 노아는 곧 에드워드가 말하는 문이 이곳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방문이 아니라, 맨해튼의 현관문임을 깨달았다. 그곳에 없기에 열 수 없는 자신의 고급 아파트 문 말이다.
-노아, 어서 문 좀 열어 봐. 걱정돼서 그래. 그리고 아까 하던 이야기도 얼굴 보면서 마저 하도록 하지.
“무, 무, 무, 무슨 이야기요? 전 더 할 얘기가 없는데……! 하하하!”
-헤어지자고 그랬잖아. 전화로 할 이야기가 아니니까 얼굴 보고 하자고.
“아니, 됐어요! 그냥 다음에 해요, 에드워드! 다음에……! 지, 지금은 당신 얼굴 볼 기분이 아니라서 그래요!”
-왜? 이젠 얼굴도 보기 싫을 만큼 내가 미운 건가?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요! 혼자 있고 싶어서……!!”
-넌 환자잖아, 노아. 아픈 널 어떻게 혼자 두겠어. 괜찮은지 얼굴만이라도 확인하게 해 줘. 아, 그러고 보니 나한테 열쇠가…….
“안 돼―!!”
-뭐가?
에드워드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노아는 너무 다급하고 정신없는 탓에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 난……!! 지, 집이 아니라 카페에 있어요! 카페! 음……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그 문 열지 말아요, 에드워드!”
-흐음……. 그럼 내가 그 카페로 가도록 하지.
이 미친 스토커 새끼야! 노아는 속으로 울분을 터뜨렸다. 자신을 찾아올 때마다 섹스만 하고 가던 놈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에드워드 제발……. 오늘만큼은 혼자 있고 싶어요. 당신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구요.”
-너무하는군.
“…….”
-……그럼 내일 주치의를 보낼 테니 진찰받도록 해.
“그럴 필요까진…….”
-더 이상 거절하지 마, 노아.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아, 이놈이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노아는 울고 싶어졌다. 이제라도 미안하지만 사실 사랑한다는 거 뻥이고 이해심 많은 애인 노릇 하는 거 지겨우니까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악명이 자자한 ‘웰스가의 복수’ 때문에 후환이 두려웠다. 어젯밤 좍좍 긁어 댄 카드 역시 양심에 찔렸다. 재벌 3세에게 그 정돈 돈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쪼잔해져서 그거 다 물어내라고 하면 나는 어쩌나. 아직 어마어마하게 남은 학비 대출과 쥐꼬리 만한 주급이 노아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낭패였다.
-듣고 있어? 노아?
“듣고 있어요, 에드워드. 미안해요. 또 머리가 아파서…….”
-아픈데 내가 너무 귀찮게 굴었나 보군.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편히 쉬어.
다행히 에드워드는 더 귀찮게 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노아는 전화가 끊기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다. 그는 괴성을 지르며 허공을 발로 차고, 베개를 주먹으로 후려 팼다. 에드워드의 사랑 어쩌고 하는 말들이 정신에 큰 타격을 입힌 탓이었다.
“악……! 그 자식 미친 게 틀림없어! 언제나 내 생각뿐이었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달라고?! 시발, 그 에드워드 웰스가……! 저 혼자 잘난 놈이!! 시발, 오글거려서 내일 어떻게 보…… 헉!!”
한참 난리를 피우며 뒹굴던 노아의 머릿속에 에드워드의 마지막 말이 스쳤다. 바로 내일 보자는 말이었다. 그리고 주치의를 보내 준다던 말도. 한데 노아는 지금 라스베이거스에 있었으며,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은 내일 저녁 8시로 끊어 놓았다.
“아, 시발…….”
내가 왜 감기라고 거짓말을 했을꼬. 짜증 때문에 울먹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선 노아는 옷을 대충 껴입고 지갑만 챙겨 호텔방을 나섰다. 당장 맨해튼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저자 소개

꽃비단
bidan1212@naver.com

목차

The game is never over
Epilogue

외전 - 소원을 이루어 주는 요정
외전 - Happy Ever After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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