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파자

창의적 한자수수께끼 및 한자풀이·일상생활·문학작품에 있어서의 파자의 다양한 활용 사례와 문자 유희로써의 한자 파자 연구서

필자는 1995년 『파자(破字)이야기』를 출간한 바 있다. 한자의 문자유희인 파자(破字)에 대한 국내 최초의 연구서로서, 구전되어 오던 파자를 정리하여 일반인에게 소개함으로써, 종래의 좁은 의미의 한자 수수께끼에서 벗어나, 문자유희로서의 파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출판저널에 인터뷰 기사로 소개된 것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한자·한문에 뜻을 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으로 도서관을 비롯하여 개인 서가에 『파자이야기』가 꽂혀 있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파자가 재미있는데, 더 이상의 파자 사례는 없느냐”고 말씀하시는 분, 단일파자로 소개된 한자수수께끼를 보다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 색인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필자에게 보내주신 독자분, 이런 파자도 있다고 소개해주시면서 제보를 주신 분 등등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관심어린 애정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1995년의 『파자이야기』에서는 한자수수께끼의 단일파자(單一破字), 다자파자(多字破字), 파자점(破字占)으로 나누어 살펴본 바 있다. 단일파자는 기존 문답형식의 한자수수께끼라 할 수 있으며, 다자파자는 직접적으로 뜻을 나타내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여러 한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깨뜨려지거나 합쳐서 이루어지는 문자유희이다. 파자점은 민속의 점치는 방식의 하나로써, 한자를 짚으면 파자 점쟁이가 한자의 자획을 분합하여 새로운 뜻의 기발한 한자풀이를 내놓고 있다. 또한 장차 일어날 일을 한시의 파자점괘로 일러주기도 한다.
‘아는 것이 모르는 것이요, 모르는 것이 아는 것이다.’이란 역설적인 말이 있듯이, 당시로서는 최선의 책이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15년 전에 출간된 『破字이야기』는 파자 관련 최초의 연구서로 자리매김을 했을 뿐,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너무나 빈약한 내용에 학자적인 양심으로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15년 전에는 파자에 대한 자료수집에 있어 어려움도 많았으며, 필자의 젊은 열정도 한 몫 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다양한 서적에 대한 손쉬운 열람이 가능해졌으며,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하여 많은 자료에 대한 검색과 탐색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다양한 파자의 쓰임에 대한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할 수 있었다.
2011년 새롭게 출간하는 『漢字와 破字』는 『破字이야기』에서 나아가, 그동안 새롭게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체재의 개편과 다양한 내용으로 새롭게 출간하였음을 밝힌다.
『破字이야기』가 단순히 파자에 대한 소개에 중점을 두었다면, 책 이름의 『漢字와 破字』에서 알 수 있듯이 『漢字와 破字』에서는 한자와 파자의 상관관계를 중시하고, 漢字의 유희문자로써의 破字의 다양한 특성을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새로운 내용으로, 창의적 한자수수께끼를 비롯하여 한자풀이·일상생활·문학작품에 있어서의 파자의 다양한 활용사례와 문자유희로써의 한자를 상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꿈의 상징을 해몽하는 데 있어 파자의 원리를 활용하여 해몽하는 파자해몽의 다양한 사례를 새롭게 살펴봄으로써, 독자 여러분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였다.
필자 자신도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로, 파자의 쓰임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한자수수께끼나 한자의 뜻풀이 뿐만 아니라, 성씨나 이름에 파자 표현이 쓰이는가 하면, 부적(符籍)·항렬자·나이의 호칭, 나아가 드라마나 소설의 전개에 파자표현이 쓰이는 등 우리의 일상 생활면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참설(讖說)·참요(讖謠)·괘서(掛書)의 은밀한 암시적 표현뿐만이 아니라 피휘(避諱)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또한 가면극·판소리·한시나 한글의 해학적 문자유희 등 문학적 표현에서도 파자 표현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점을 치거나 꿈을 해몽하는데 있어서도 파자가 활용되고 있다.
주로 우리나라의 파자에 대하여 언급하였으나, 파자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자유희로써 지적인 희열을 맛보게 해주는 중국의 좋은 사례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았다. 이 경우 출전을 밝힘으로써, 독자 여러분이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한자 및 파자에 대한 색인을 덧붙여,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여 한자교육 등에 활용하도록 하였다.
특히 필자가 심혈을 기울여 새롭게 선을 보이는 파자해몽(破字解夢)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파자해몽은 문자유희로써의 파자의 묘미와 함께, 신비로운 꿈의 세계로의 향연에 독자 여러분을 한 발 한 발 디뎌나가게 함으로써, 독자 여러분들에게 지적 즐거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그동안 파자해몽에 관한 소개 및 다양한 파자 표현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를 위하여, 새로운 책의 필요성을 느껴왔으나, 이제서야 출간하게 된 것을 너그럽게 보아 주시기 바란다. 사실적으로 고백하자면, 지나간 15년 동안의 필자는 한자의 문자유희의 세계인 파자의 세계에서 나아가, 꿈해몽의 신비로운 세계에 심취된 나날이었다.
어찌보면 한자의 파자와 꿈해몽이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으나, 둘 사이의 연결고리로 파자해몽을 들 수 있다. 입이 열한 개 달린 여자가 배필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꾼 후에, 현실에서는 길(吉)씨 성을 지닌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있다. ‘입이 열한 개’는 ‘十 ＋ 一 ＋ 口’로 파자하면 ‘吉’자가 되는 바, 이렇게 파자해몽이란 꿈에 나타난 대상의 상징성을 해몽하는데 있어, 한자를 합치거나 깨뜨려서 살펴보는 파자 풀이의 다양한 방식을 원용해서 풀이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보다 많은 흥미 있는 사례가 보이고 있다. 실로 지적 희열의 향연이 베풀어지는 세계가 파자와 해몽이 결합된 파자해몽의 세계라고 하겠다.
오늘날 한자교육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상의 언어생활 외에, 국어의 어휘학습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국제화시대에 부응하여 중국어나 일본어 학습에 있어서도 한자 학습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나 한자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있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에, 대다수의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한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자학습에 있어서 옛날처럼 무조건 암기하는 방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자학습에 있어, 자원(字源)·부수(部首)·육서법(六書法)·한자어의 짜임 등을 활용하는 학습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여, 한자 학습을 재미있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파자의 원리를 활용한 ‘한자수수께끼’식의 학습방법을 필자는 주장해 왔다. 파자란 한자를 깨뜨리고 합쳐서 살펴보는 문자유희의 성격을 띤 것으로, 그 속에 자원·부수·육서법 뿐만 아니라, 기발하고도 해학적인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적인 희열감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漢字라면 딱딱하고 골치 아프다고 지레 외면하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의 한자학습에 있어서, 파자의 원리를 활용한 창의적인 한자수수께끼 학습법이야말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가 1997년에 발간한 『한자수수께끼』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 머리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