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정보
- 2014.09.29. 출간
- 파일 정보
- EPUB
- 2.5MB
- 약 12.4만 자
- ISBN
- 9791186054109
- EC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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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분야: 현대소설
* 작품 키워드: 계약관계 정략결혼 고수위 후회남 카리스마남 상처녀 기타
* 남자주인공: 차무영 - 나쁜 남자.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 남자.
* 여자주인공: 연이수 - 사랑을 걸고 도박을 시작한 여자
* 이럴 때 보세요: 무겁고 진지한 스토리에 몰입하고 싶을 때
* 공감글귀:
여전히 당신이 밉지만, 한 번도 사랑을 멈춘 적은 없었어.
<부서질만큼> 나쁜 년, 연이수. 처음부터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신데렐라 언니처럼 밉고 가증스러운 여자로 시작하는 이 불리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차무영, 내 이름은 연이수야.”
- 사랑을 걸고 도박을 시작한 여자, 연이수.
“연이수, 내 아내가 된 걸 축하하지.”
결점이라곤 없는 무영의 얼굴은 얼음을 입힌 듯, 싸늘했다. 적에겐 그 누구보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남자가 혐오스럽게 이수를 내려다봤다. 새까만 정장을 입은 무영은 날개를 뜯기고 나락으로 떨어진 악마처럼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 사랑 따윈 믿지 않는 남자, 차무영.
뼛속까지 시리고, 숨 막히게 뜨거운 사랑이 한 장의 종이로부터 시작된다.
<미리보기>
하얀 니트를 입은 무영이 서 있었다. 시리도록 푸른색으로 가득했던 창가는 까맣게 변해 있었다. 캄캄한 밤하늘 위로 떠 있던 보름달이 물가에 비쳐져 흔들렸다. 세상조차도 잠든 것 같은 밤, 저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홀린 듯 한 발자국 걸었을 때 무영의 손가락에 감겨 있던 위스키의 얼음이 짤깍 소릴 냈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마치 그의 공간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무영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거부하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을 저몄다.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한잔하겠어?”
부드러운 저음. 오싹하리만치 사람을 끌어당기는 남자를 향해 섰다. 두근거렸다. 그녀가 바라던 야릇한 설렘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 위로 솟구쳐 올랐다. 건네는 위스키를 마시자 황금빛 액체가 목을 태울 듯 격렬하게 훑고 지나갔다.
콜록거리는 그녀를 무영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합환주도 했으니, 시작하면 되겠군.”
“뭘…….”
“산 물건의 값어치를 확인할 시간이야.”
다가오는 발걸음이 무서웠다. 오만하고 거리낄 것 없던 시선이 어딘가 뭉개져 있었다. 상처 입은 짐승을 조심해야 한다던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무영의 손이 단숨에 허리를 휘감았다. 거센 힘에 말려 침대에 내던져지자 그의 의도를 깨달았다.
남자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러운 손가락이 이수의 눈가를 지나, 뺨과 턱 선을 훑었다. 부드럽고 차가운. 어떻게 그런 느낌이 있을 수 있을까.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눈을 보던 무영이 피식 웃었다.
“떨지 마. 그럴 필요 없어.”
그의 눈은 너무 깊고 어두워서, 밤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똑바로 마주친 서로의 눈동자가 점점 가까워졌다.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맞물린 입술에선 무영의 향기가 났다. 휘감아 오는 혀의 감촉, 입술을 깨무는 느낌과 가운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손가락. 독이라도 주입당할 걸까. 꼼짝할 수 없었다.
무영이 고개를 들었다. 타액에 젖은 입가를 닦아 낸 그의 눈은 조금도 따뜻하지 않았다.
“삼백 억짜리 키스, 부디 기분 좋았길 바라지.”
“좋네요. 이젠 비켜 줘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한텐 손끝도 대고 싶지 않을 텐데 이러는 이유가 뭐죠?”
“거래니까. 그러니 이행해야지. 즐길 수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차 회장! 이수는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설명하려 벌렸던 그녀는 날카로운 통증에 숨을 들이켰다. 무영이 문 입술이 찢어졌다. 비릿한 피 맛과 함께 올려다본 그의 무심한 입가에도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영은 손가락 끝으로 훑어 낸 피를 혀로 핥았다.
“비려. 너처럼.”
“나가게 해줘요.”
그의 눈빛을 견딜 수 없었다. 있는 힘껏 밀어내며 버둥거리던 이수는 흠칫 놀랐다. 싸늘한 쇠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나이프가 무영의 손에 들려 있었다. 눈을 감았다.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오싹하리만치 차갑고 무거웠다.
“걱정 마. 죽는 일은 없어.”
브래지어 끈이 잘려 나갔다.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는 잔인했다.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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