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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가이드

* 배경/분야: 현대소설
* 작품 키워드: 카리스마남, 도도녀/무심녀, 외유내강/현명한여인
* 남자주인공 : 신은철 - 영화 감독. 몇년전 여배우의 죽음으로 찍다만 영화를 찍기위해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 낸다. 남자 다우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남자.
* 여자주인공 : 이화영 - 제주 호텔 바텐더.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의 병원비로 힘들게 살아가는 여자.
* 이럴 때 보세요: 화끈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땡길 때


탐닉작품 소개

<탐닉> “이렇게 합시다. 영화 세트를 제주도에 지으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화영 씨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네?”

나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세트를 제주도에 짓는다고? 그게 가능한 건가?


“연기력 문제야 화영 씨한테 많은 걸 기대할 상황이 아니란 걸 모르는 바도 아니고 나로선 일단 영화를 마무리 짓는 게 목표니까.”
“진짜 끈질기시네요.”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남자가 웃었다. 냉정해보이던 눈매가 아래로 살짝 휘어지며 가늘어지고 입 꼬리가 뺨 쪽으로 길게 당겨지며 시원스런 웃음이 얼굴에 가득 나타났다. 갑자기 시야가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함께 일해야 하는 거죠?”
“길면 한 달? 보름 정도 휴가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은데. 최대한 그 안에 찍고 나머지 빠진 분량은 조금씩 짬을 내서 완성하고.”
“얼마나 주실 건데요?”

내가 물었다. 어제는 전혀 실행가능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수고비에 관한 걸 묻지 않았었다.

“일단은 처음이고, 실력이 검증된 것도 아니니까…….”

이것 봐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비행기를 태울 때는 언제고 돈 얘기가 나오니 대번에 몸값을 깎으려는 수작이다.

“천만 원 정도?”

천만 원이란 소리에 내 입이 떡 벌어졌다. 한 달 일하는 대가로 천만 원. 급여생활자로서 충분히 솔깃해질 만한 액수였다.

“정말요?”
“너무 적은가?”
“더 줄 수도 있어요?”
“음. 화영 씨가 일을 얼마나 해내는지 봐서.”

남자가 내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새카만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계약, 합시다.”

남자가 큼직한 손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계약. 나는 남자가 말한 계약이란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어서 잡아요.”

나는 망설이면서도 남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어젯밤 느꼈던 아쉬움에 대한 반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앨리스가 시계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갔던 것처럼 나도 일상을 떠나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손태경 씨 유부남이야. 소속사에선 아직 비밀로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유부남. 다음 순간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신은철이 왜 이 대화를 시작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손태경 씨한테 엉기기라도 할까싶어서 지금 걱정해주는 거예요?”

이 남자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잘 생긴 남자라면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무조건 들러붙고 보는 정신 빠진 여자 취급인가?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참고삼으라고 말하는 거야.”
“웃기셔. 진짜 별 걱정을 다 듣네.”
“영화 찍고 나면 상대역에 대해서 감정에 혼란 느끼는 거 흔한 일이야. 화영 씨는 이전에 이런 일을 해본 적 없을 테니 더 하겠지. 미리 조심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봐.”
“다 저를 위한 거다?”

내 목소리가 히스테리를 부리기 직전의 그것처럼 뾰족해졌다.

“사실이 그러니까.”
“사람이 왜 그래요? 진짜.”

짜증이 확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내가 신은철 씨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사귀자 그랬어요? 집적거리길 했어요? 신은철 씨 눈에는 내가 무슨 발정 난 동물처럼 보이나보죠?”
도저히 짚고 넘어가지 않고는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내가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인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면 뭔데요? 어디 해명이라도 좀 해 봐요. 어이없는 표정 짓지 말죠? 진짜 어이가 없는 건 나니까. 내 참 살다 살다 별 이런 그지 같은 취급을 다 당해보고 참 인생 재밌네.”

나는 한바탕 설전을 치를 각오를 하고 다리를 삐딱하게 짚은 채 허리에 손을 떡하니 얹었다. 이 자세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싸움을 하려는 자의 올바른 자세 아닌가.

“그걸 또 그렇게 받아들였나?”

그가 피식, 코웃음을 웃었다.

“당신, 지금 나 비웃었어요?”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그의 얼굴 바로 코앞에 내 얼굴을 들이대며 눈을 부라렸다. 큰 키의 남자에게 시선을 맞추자니 까치발까지 들어야했다. 이쪽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서 거의 이성을 잃을 판인데 능글능글 눈웃음이나 지으며 아무 일도 아니란 듯한 저 태도는 도대체 뭔가? 얼마나 사람을 우습게 여기면…….
촉. 이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게다가 이 감촉은.
뜨아. 나는 방금 들은 물기가 가득한 그 소리가 은철의 입술이 내 입술에 재빨리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뭐, 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려는데 은철의 얼굴이 다시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육감적인 두 손이 나의 어깨를 잡더니 그 중 한 손이 아래로 신속하게 미끄러져 내려가 허리를 안았다. 몸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며 단번에 내 몸은 그의 품속으로 폭 안기고 말았다.

‘키스하려는 거다.’

본능이 소리쳤다. 어떡하지? 미, 밀어낼까? 고개를 숙여서 피해? 순간적으로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나는 결정적인 순간,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내게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신은철이라는 남자가 싫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싫지 않다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몹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자석에 맥없이 끌려가는 철가루처럼. 아이돌의 매력에 빠져드는 십대 계집애처럼. 단 음식에 꼬여드는 하루살이 초파리처럼.
나는 그에게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거 봐. 이렇게 무방비하면서.”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슬며시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아마도 눈을 감았던 때의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였을 것이다.

“뭐, 뭐하는 짓이에요?”

양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는데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웠다.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불시에 당한 스킨십 때문에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 속에 도사리고 있던 욕망을 발견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화영 씨가 얼마나 무방비한지 보여주려는 거야.”

그의 팔이 단단하게 허리를 잡고 있는 바람에 상체가 약간 떨어졌을 뿐 허리 아래는 그에게 꼭 달라붙어있는 채였다. 그의 단단한 다리의 근육이 허벅지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놔 줘요.”

눈을 살짝 내리깐 채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을 받고 있으려니 얼굴이 화끈하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그는 남자치고는 꽤 속눈썹이 긴 편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매가 강해보이는 건 짙은 속눈썹 탓이었다. 까맣고 긴 속눈썹이 눈매를 따라 가지런히 뻗어있는 모습은 그의 얼굴에 귀족적인 매력을 더해주었고 그의 눈초리가 은근히 섹시해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그 탓인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그의 숨결이 뺨에 고스란히 느껴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은 왜 감은 거야?”
“내, 내가 언제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있는 힘을 다해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그가 마지못해 허리를 잡았던 손을 떼자 겨우 그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건 비웃은 게 아니라, 얼굴이 새빨개져서 흥분하는 걸 보니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나왔던 거고. 이러면 해명이 될까?”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굽어보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

“지금, 재밌어 죽겠는 표정인 거 알아요?”

마음에 안 든다.

“응. 재밌어.”


***

“으읏, 하……앗.”

그가 허벅지 안쪽을 꽉 잡으며 세차게 가슴을 빨자 몸의 맨 안쪽 근육이 바짝 조여들며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호텔로 돌아와 그의 객실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자제력을 잃고 허물어졌다. 나를 안아오는 그의 강인한 팔에 매달려 전부를 열었다.

“으으응…… 뜨거워.”

다리 사이가 뜨거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그가 내게 오늘밤을 제의한 순간부터 나의 안은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입고 있던 청바지가 그의 손에 벗겨지고 셔츠의 단추가 하나하나 풀리는 동안 나는 이미 다리 사이가 촉촉이 젖어있음을 느꼈다.

“넌 너무 예뻐.”

은철이 목 아래까지 걷어 올라간 브라를 벗기고 발목에 걸린 속옷까지 다 벗겨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가 입고 있던 카고 스타일 반바지의 버클을 열고 지퍼를 내렸다.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그의 남성이 달라붙는 스타일의 속옷 아래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벗기고 만져줘.”

그가 시키는 대로 드로어즈를 양 손으로 밀어서 아래로 내리자 검붉은 상징이 안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끝부분을 살짝 감싸 쥐었다.

“아…….”

그의 입에서 흐르는 신음이 나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송이버섯의 머리처럼 보이는 귀두부분을 쓰다듬자 그의 기둥이 내 손길 아래 바르르 떠는 게 느껴졌다. 끝부분에서 흘러나온 쿠퍼 액이 손가락 끝에서 미끈거렸다. 투명한 액이 묻은 손가락을 들어 올리니 거미줄처럼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지다가 끊어졌다.
이렇게 미끈거리는 촉감이라니,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가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아래로부터 위쪽으로 풀어나갔다. 열에 들뜬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은철의 표정에서 묘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셔츠의 단추를 다 풀고 드로어즈를 발목 아래로 끌어내린 다음 나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눈높이가 그의 중심과 거의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했다. 굵게 팽창한 그의 남성이 위를 향해 솟아있었다. 나는 기둥의 옆쪽으로 불끈 튀어나온 굵은 힘줄을 혀로 살짝 핥았다. 남자의 ‘그곳’은 의외로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음…….”

그가 쾌락과 기대로 몸을 떨었다. 나는 그의 단단한 엉덩이에 손을 올리고 그의 것을 천천히 입속에 넣었다.

“하아…….”

그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살이 이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혀를 넓게 펴서 기둥을 문질렀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입에 꽉 차게 들어오는 기둥이 버겁기만 했다. 잘못 집어넣으면 목젖을 찌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흐, 읏, 으응…….”

은철의 손이 내려와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그의 기둥을 입속 끝까지 넣어 깊이 머금었다가 다시 꺼내고 다시 머금기를 반복했다.

“아, 으읏, 응.”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신음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오로지 그 소리만 들렸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락을 주고 싶었다.
그가 나를 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싶었다.
침으로 턱이 젖었다. 머릿속이 꽉 막히고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이상하게도 그러는 사이 다리 사이가 더욱 더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허리가 튕겨지고 있었다.


저자 프로필

토람

2016.10.13.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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