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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해줘요 상세페이지

그녀를 사랑해줘요작품 소개

<그녀를 사랑해줘요> 격이 다른 워커홀릭 조유현.
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정략결혼이라는 무덤에 뛰어들다.
그런데 이 여자,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은 말을 던진다.

“결혼한 그날부터 매일 잠자리를 가져야 돼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천하제일의 사랑꾼 배이지.
어릴 적부터 흠모하던 남자와의 정략결혼에 기꺼이 한 몸 희생한다.
그런데 이 남자, 첫 만남부터 재수 없게도 군다.

“혹시 남자가 궁한 거야?”




<본문 중에서>


“그렇게 정색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우린 결혼할 사이라고 신문에 났고 지금 여긴 보는 눈들이 많아.”

낮고 굵은 저음이 귓전을 감아왔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중년의 남녀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두 사람은 유현과 이지를 알아보았는지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때였다. 유현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끌어당긴 것은.
놀란 이지는 제 어깨에 올라 있는 그의 손을 보곤, 고개를 반대쪽으로 홱 돌려 유현을 바라봤다. 남자답게 각이 진 턱 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느껴지는 듯 마는 듯한 화장수의 향이 그녀를 자극했다.
유현은 슬쩍 시선을 내려 말똥말똥 뜬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그러곤 조그맣게 입을 연다.

‘잠시만 이렇게 있어. 쇼맨십도 필요하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작스럽게 이러는 게 어딨어요?’
‘매일 밤 섹스하자고 하던 사람이 이 정도로 당황한 거야, 설마?’
‘계속 나를 조롱할 거라던 사람이 이 정도에 쇼맨십을 부리고 싶은 거예요, 설마?’
‘명심하라고. 우린 우리보다 회사와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퍽이나요.’

이지는 몸을 비틀어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덕분에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크로스백이 팔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는 계속 몸을 비틀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팔은 더욱 단단한 힘으로 그녀를 묶었다.
몇 번의 몸부림에도 그는 끄떡없었고 이지는 마침내 온 몸에서 힘을 뺐다.
그러고 나서야 제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그의 느낌이 온 몸으로 감각되었다. 틈새 하나 없이 붙어버린 옆선에서 그의 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덩달아 가슴이 뛰었다. 그저 그녀가 가장 절망해 있던 순간에 힘을 준 조유현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남자로 느껴진 것에 당황스러웠다.
사실은 이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에 영원히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달콤한 순간을 좀 더 오래 붙잡고 싶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빨리 다가왔다.

“음미는 그만 하고 이제 내리지 그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지하주차장에 다다라 있었고 앞 서 탔던 중년의 남녀는 이미 내린 후였다.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덮고 있던 남자의 손도 말끔히 치워지고, 차가운 온도만 내려앉아 있었다.
이지는 조소하고 있는 유현을 살짝 흘겨 본 후 후다닥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뚜벅뚜벅 서둘러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유현이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의 몸이 홱 돌려세워졌다.

“왜 이래요?”
“이거.”

유현이 내민 건 그녀의 크로스백이었다. 아까 굉장한 몸부림 덕에 스르르 떨어져 내린 걸 그가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지는 멋쩍어져선 가방을 돌려받은 뒤 다시 돌아섰다.

“명심해, 배이지.”

그가 뒤에서 문득 한 마디를 던졌다. 이지의 걸음이 멈추어졌다.

“우린 서로 좋아서 하는 결혼이 아니야.”

나쁜 자식. 그렇게까지 단언하듯 말 할 필요는 없잖아.
이지는 돌아섰다. 다시 그와 마주서서 대답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알아요. 우리 서로, 좋아서 하는 결혼이 아니죠.”

가슴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 같았다. 돌아서는 당당한 발길은 보여주기 위함일 뿐이다. 실상 아프고 힘들었다. 다시금 윤지의 말이 떠올랐다.
넌 외로울 거야.


저자 프로필

배유미

2015.07.13.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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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출간작]

비밀의 지중해, 윈터 레인, 여비서, 슈즈(shoes)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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