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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의 사랑작품 소개

<눈먼 자의 사랑>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절 세상은 내게서 빛을 앗아갔다.

어둠만이 가득할 내 세상에 그를 안고 있을 수가 없어 다시는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그에게 상처를 줘 버린 나는 그렇게 그에게 나쁜 년으로 기억되어진 채 세상의 모든 빛을 잃었다.
그리고 그가 배제된 새로운 삶, 온통 어둠뿐인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그를 다시 만났다.


세상 모든 것이 내 위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 때 난 세상에서 가장 처참하게 버려졌다.
주위의 모든 것이 나를 배제한 채 돌아가는 듯 했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한 여자를 사랑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했던 세상!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고 그런 세상과 맞서 이겨냈다.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보았다.



본문 中에서…….


그날 너무 늦지 않게 수정을 집까지 배웅해 준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채훈이었다. 와인을 마신 상태였기에 술도 깰 겸, 겸사겸사 걷는 이 길이, 7년 전 그날로 두 사람을 데려간 듯 설레게 했다.

“춥지 않아?”
“좀 추운가? 나 술 좀 많이 마셨나 봐요. 얼굴에서 불나겠는데요.”

완전히 편안해진 말투로 대답하는 수정이 제 볼에 두 손을 가져다 댄 채 서슴없이 농담을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도 좋았지만, 채훈을 닮은 승원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옛 추억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아 모처럼 행복했다. 흰 지팡이가 바닥에 닿으며 타닥타닥 내는 소리도 오늘은 쓸쓸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늘 지나다니는 길이라 방심한 것인지 아니면 술로 인해 사고가 흐려진 탓인지 아차 하는 사이 전봇대와 그대로 박치기할 뻔했다.

“조심.”

채훈이 서둘러 수정을 낚아채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흰 지팡이 끝에 전봇대가 걸리는 것을 느꼈으면서도 몸이 제동력을 잃은 듯 그리로 기울었다. 꼭 감은 두 눈, 수정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구. 미안, 내가 제대로 잡아 줬어야 했는데.”

수정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치고 나온 채훈이 자책했다.
놀란 마음도 잠시, 저보다 더 놀란 듯 채훈의 목소리가 크게 떨려오자 수정은 그만 웃고 말았다.

“지금 웃음이 나와? 너 다시는 술 마시지 마. 아니다. 그 술도 내가 사왔지. 미안해. 다시는…….”

재미는 있었지만 이대로 놔두다가는 끝 간 데를 모를 것 같아 수정이 잘라 내 주었다.

“그만, 거기까지 하시죠. 비장애인도 멀쩡하게 잘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자신을 비약하시는 건지, 모르겠네. 승원 오빠 덕분에 전 멀쩡하네요. 그러니 이거 놔주시죠.”

수정의 얘기를 듣고서야 채훈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수정을 급히 제 몸에서 떼어 냈다.

“미안, 그게 그러니까.”

채훈이 또다시 크게 당황해 허둥대는 목소리였다.

“승원 오빠는 뭐가 그렇게 저한테 미안하신 건데요.”

7년 전 채훈과 사귀었을 때가 자연스럽게 생각나게 했다.

“오해할까 봐.”

채훈이 어쩔 줄 몰라 하면 수정은 채훈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 채훈이 어떤 상태인지 알 것 같았다.

“누구랑 닮았어요. 승원 오빠는.”
“…….”

수정의 얘기에 채훈은 그 어떤 말도 이을 수 없었다.

예전으로 다시 돌아간 듯 채훈의 가슴은 설렜고, 수정을 바라보는 눈은 사랑으로 넘쳐났다.

“배달 봉사 활동 말이야.”

집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채훈은 조급증이 일었다. 그래서였다. 순간 그 말이 나간 것은 채훈의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던 승훈을 떠올린 탓이었다.

“배달 봉사? 왜 승원 오빠가 하시려구요.”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의 수정이었다.

“매일은 힘들겠지만 가끔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 없이 내놓은 말이었지만 채훈은 당황하지 않았고 자연스러웠다.

“바쁘시면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래도 이왕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해보세요.”

평소 수정이었다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술기운에 옛 기억까지 버무려져 있어 채훈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권하기까지 했다.

“저도 도움 많이 받았거든요. 시간 나시면 낭독 봉사하셔도 될 것 같은데, 목소리도 좋으시니까.”

차가운 바람이 술로 인해 붉어진 수정의 볼을 간질였다.

“그럴까. 그럼. 같이 가 줄 수 있나?”

채훈이 사랑스러운 수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마음을 그대로 내비쳤다.

“뭐예요. 지금 제게 작업 거시는 거예요? 설마, 그러지 마요. 전 연애 같은 거 안 해요. 아니 못해요.”
“왜? 눈이 좀 불편하다구?”

채훈이 수정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속상해 곧장 반박했다.

“불편이라…… 안 보이는 거죠. 이거 전염병 같은 거예요. 제 유전자에 붙어서 제 아이에게도 옮길 수 있는 좋은 것만 줘도 아까울 것 같은데, 이런 건 주고 싶지 않거든요.”

단호했지만 수정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슬퍼 보였다.

“그런 건 수정이가 정하는 게 아니야. 그런 아이가 태어났다면 더 많이 사랑해 주고 그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부모가 할 일이니까.”

채훈의 말에 수정이 말문이 턱하니 막혔다. 승원으로 믿고 있는 채훈의 목소리가 마치 정말 채훈이 자신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 눈물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순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리움을 불러냈다.

“말은 누가 못해. 막상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 아이를 낳은 부모는 어떨 것 같아요?”
“수정인 바보구나. 아무것도 시작도 안 해봤으면서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아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니 말이야. 잘은 모르지만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부모라고 해도 100%로 유전이 되는 건 아닐 거야. 그러니까 그게 무서워서 사랑할 기회조차 스스로 박탈하는 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잖아. 장애를 가지지 않은 부모 밑에서도 아픈 아이는 태어날 수 있어. 수정아.”

채훈이 차오르는 슬픔을 토하듯 열변을 토해 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수정이 그에 압도당한 듯 말똥거리는 눈으로 채훈을 바라보고 섰다.
“왜? 내 말이 틀려?”

채훈이 수정의 눈빛에 그제야 민망함이 밀려왔지만 어쩐지 아무것도 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수정이 맘에 들지 않았다.

“생각이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제 걱정해 주신 건 알겠네요. 다 왔다.”
수정은 놀라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말은 그 전에도 수도 없이 들어왔던 말이었는데, 왜 유독 채훈의 말은 이다지도 가슴을 콕콕 쑤셔대는지 알 수 없었다. 채훈을 닮아서일지도…….

“들어갈게요.”

더 이상의 언쟁을 원치 않았던 수정이 그대로 뒤로 돌아 집으로 들어가다 걸음을 멈췄다.

“도서관으로 오세요.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잠시 멈췄던 걸음을 떼어 내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채훈은 홀로 거리에 남아 수정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불조차 켜지 않는 집, 채훈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수정의 집을 올려다보고 있어야 했다.


저자 프로필

구슬영아

2018.09.18.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필명 : 구슬영아

출간작

그녀 혹은 그녀석
환생
사랑하는 이
푸른장미
탐타적여
청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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