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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연애왕 상세페이지

내일은 연애왕작품 소개

<내일은 연애왕> 한권의 패션 잡지처럼 짧은 연애를 반복하는 여자, 한미수.

패션쇼 런웨이처럼 끝이 정해진 연애만 시작하는 남자, 유내일.


패션에디터와 모델, 연애와 패션의 고수들이 펼치는
스타일리쉬하고 핫한 연애스토리.



-본문 중에서-


카톡 리스트를 뒤져본다. 몇몇의 프로필 사진이 그 사이 또 바뀌어있다. 그러나 마땅히 말을 걸만한 상대는 보이지 않는다. 평일의 한밤중에 대뜸 술이나 한잔 할래? 라고 물었다가는 씹힐 확률이 50프로, 욕만 진탕 먹고 거절당할 확률이 50프로다.

얼마 전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던 사진작가가 눈에 들어온다. 하얀 구름의 프로필 사진, 나쁘지 않다. 매너 좋은 훈남으로 소문 나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래된 애인과 최근 헤어졌다던데 연락해 볼까. 1:1 채팅창을 열어두고 잠시 망설인다. 이놈의 몹쓸 버릇. 연애가 끝난 후의 허전함을 눈에 보이는 아무나와의 만남으로 채우는 습관. 어쩌면 그것이 스무 번 연애실패의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 고쳐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의지박약이다.

“카톡으로 썸 타려다가 캡처되면 뿜에 올라간다던데.”

낯선 목소리가 뒤통수에 꽂혔다. 미처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상대가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쌍꺼풀 없이 갸름한 눈매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헐렁하고 헤진 티셔츠를 걸쳐 입은 남자의 손에는 커다란 트렁크가 들려있었다. 부드러운 윤곽을 가진 턱이 내 손에 들린 폰을 가리켰다.

“핸드폰 끄고 일단 주위를 봐요. 그게 순서야.”

뭔가에 홀린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도로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휑한 공간을 더듬거리던 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쪽밖에 없는데요?”
“빙고.”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이 지랄 옆차기 같은 수법은 뭐래. 어느새 그는 트렁크에 걸터앉아 있었다. 갈색 웨이브 머리가 바람결에 자연스럽게 흩날렸다. 부드러운 눈매가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생긴 것만큼이나 작업 스타일도 프리한 건 알겠다만, 오늘은 이딴 작업에 맞장구쳐줄 기분이 아니다. 갑작스런 훈남의 등장에 설렐 만도 했으나, 그러기엔 내 심상이 몹시 사나웠다. 어떤 식으로 되받아칠까 머리를 굴리던 찰나, 남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연애 고수가 되고 싶어요?”

‘도를 믿으십니까?’ 보다 어이없는 물음이었다. 이건 또 무슨 신흥 다단계야? 저 트렁크에 옥 장판이라도 들어있나? 설마 만능 옥장판 위에서 섹스를 하면 명기가 된다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늘어놓지는 않겠지? 남자는 지금 내게 작업이 아니라 사기를 걸려는 게 분명했다. 네 눈에도 내가 만만해 보이는구나. 나는 팔짱을 야무지게 끼며 이마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

“게임 하나 해볼래요?”

용산이 망해간다더니, 용팔이 출신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밀린 월급 대신 싸들고 나온 재고 게임기 기계를 나한테 팔아보겠다 작정한 게 분명했다. 머릿속에서 위험 신호가 울렸다.

지하철에서 파는 손톱깎이와 때밀이 수건 따위를 대체 누가 살까 싶은가? 그걸 사는 몇 안 되는 인간 중 하나가 나다. 술만 마시면 귀가 얇아지고, 충동구매를 서슴지 않는다.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연애 미수자에 이어 호구까지 될 순 없었다. 내 안의 유약한 철벽 수비녀가 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눈을 치켜뜨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보세요.”
“애인 캐릭터를 골라서 당신이 원하는 연애를 하는 거죠. 일명 내일은 연애왕.”

순간 조금 전 민우와 돼지껍데기를 씹으며 주고받았던 대화의 한 토막이 떠올랐다.

[게임 이름이 뭔데?]
[내일은 연애왕.]

설마 그 연애왕? 나는 술기운이 묻은 눈을 깜박거렸다.

“아, 그 게임. 여성용은 없다던데.”
“내가 만들었어요.”

혹했다. 반짝 나타났던 철벽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술에 취한 탓만은 아니었다. 명기가 되는 옥장판도 아니고 온라인 연애게임이었다. 언젠가 쓰겠지 하며 사두었던 손톱깎이나 때밀이 수건과는 차원이 달랐다. 현재의 내게 당장 필요한 핫 아이템이었다. 아무나와 어설픈 썸을 타고, 끝이 빤한 연애를 다시 시작하는 거지같은 습관을 반복하느니 화면이나 두드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바람직할 터.

“물건 볼 수 있어요?”

때마침 지름신도 강림하셨다.

“물건 말고 게임 캐릭터는 보여줄 수 있는데.”
“캐릭터가 어디 있는데요?”
“Here.”

긴 손가락이 태연하게 가리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손가락 주인의 하얀 얼굴이었다.


저자 프로필

제이(提耳)

2017.09.06.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낯선 곳만큼 익숙한 도시로의 여행도 좋다.
읽는 것만큼 쓰는 게 즐겁다.
말하기보다 듣는 게 편하다.
그래서 늘
조용히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며,
무언가를 읽고 듣고,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저자 소개

낯선 곳만큼 익숙한 도시로의 여행도 좋다.
읽는 것만큼 쓰는 게 즐겁다.
말하기보다 듣는 게 편하다.
그래서 늘
조용히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며,
무언가를 읽고 듣고,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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