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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결혼 상세페이지

그런 결혼작품 소개

<그런 결혼> 그런 결혼이 있다. 자신의 의지나 의욕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그런 결혼.


조부들끼리의 약속으로 팔자에 없던 정략 결혼을 하게 된 수혁과 주이.
세상에 이런 결혼, 저런 결혼 많이 있다지만 아직도 서로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각자가 간직한 마음을 꽁꽁 숨긴 채 위태위태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두 사람.


이 결혼,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원래 국은 잘 안 드세요?”

긴장이 풀린 주이가 수혁에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수혁은 제 국그릇을 흘깃 바라보고 어,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럼 특별히 좋아하시는 반찬은요?”
“딱히.”
“아니면 안 먹는 건요? 편식하세요?”
“아니.”
“의외에요. 까다로울 것 같았는데…….”
“면전에서 그런 말 실례야.”

앗. 주이가 젓가락 끝을 물며 입을 닫았다. 수혁은 금세 밥 한 공기를 비우고 주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한 강한 시선에 주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반찬을 집어왔다.

“나 원래 집에서 밥 안 먹어. 대충 사먹거나 보통 저녁은 거르거든.”
“그럼…….”
“이제 너랑 이렇게 같이 먹을 일 없을 거란 말.”
“그럼 우리는 언제 마주보고 이야기해요?”
“왜 그래야 하는데?”
“부부잖아요.”
“부부?”

수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주이의 태도에 말문이 턱 막혔다. 흔들림 없는 그녀의 모습에 수혁은 잔뜩 날이 선 말로 응수했다.

“식은 안 올렸지만 혼인신고까지 한 마당에 부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네가 이 집에서 아내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어. 원하지도 않고.”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기에 그 말에 담긴 의미도 어떤 건지 알아요. 하지만 저는 아내로서 해야 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요. 제 할 일 하면서 내조도 잘할 자신 있어요. 부족하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아내 뽑는 오디션을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닌 거 아시잖아요.”

뭘까. 생각보다 자신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주이의 태도에 수혁의 마음속에서 못된 감정이 싹튼다.

“말은 신중하게 해야지.”
“신중하게 하고 있어요.”
“글쎄.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요?”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하며 애를 키우고……. 그게 부부관계의 끝이고 전부인가 묻는 거야.”
“그럼 뭐가 더…….”
“남자랑 잔 적은.”
“네?”

그제야 수혁이 진짜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은 주이가 동요했다. 노골적인 언행에 주이의 작은 귀가 불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수혁의 눈에 고스란히 담겼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부부, 결혼……. 이런 단어를 어릴 때 하던 소꿉놀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네가 진짜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면 나와 한 침대 위에서 엉켜 뒹구는 것까지는 각오하란 뜻이야.”

듣기 민망할 정도로 엄청난 말을 한 사람치고 수혁은 지나치게 평온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차갑게 느껴져 주이는 저도 모르게 팔을 문질렀다.

“별다른 할 말 없지?”
“식사 같이 하자는 말이 이렇게까지 말할 부탁이었어요?”
“적어도 나한테는.”
“세 끼 다 먹자는 것도 아니고 저녁 한 끼잖아요?”
“지금 같이 먹어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너랑 먹는 거 내키지 않아.”

수혁이 말과 동시에 주이의 오른손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그의 행동에 천천히 고개를 숙이니 그녀의 눈에 X 모양으로 잡힌 젓가락이 보였다.

“서투르게 반찬 집는 거 보면 입맛 떨어져. 정 같이 먹고 싶으면 젓가락질부터 고쳐.”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느냐고 따지는 노래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젓가락질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마다 주이는 더 당당하게 대꾸했다. 비단 수혁만 이 젓가락질을 뭐라고 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지만 어째선지 그의 말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꾸만 자신의 손을 흘깃하던 이유를 알고 나니 허탈하기도, 수치스럽기도 했다. 젓가락이 이토록 처량해 보이기는 처음이다. 주이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저자 프로필

정소이

2020.01.31.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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