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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지 못하게 상세페이지

솔직하지 못하게작품 소개

<솔직하지 못하게> 한해의 막바지인 12월 24일.

웹디자이너인 수경은 고이 모셔만 두었던
연차를 다 찾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곳 부산에서 전학생이었던 인혁을 다시 만나게 된다.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다시 열아홉의 기억으로 돌아가 버린 스물일곱의 주인혁을.



-본문 중에서-



“……내내 상상했었어.”

반쯤 잠긴 목소리로 인혁이 속삭였다.

“저 손을 잡으면 어떤 기분일까.”

입꼬리가 위로 끌어올려지고 그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표정이 나타났다. 상대를 비웃는 것인지 스스로에 대한 조소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미소였다.

“널 볼 때마다 계속.”

그에게 붙잡힌 손목이 뜨거웠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잡힌 손목을 빼내려 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커다란 손이 여린 살갗을 더욱 옥죌 뿐이었다.

“아파…….”

수경은 이마를 찡그리며 칭얼대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수경을 제 몸 위로 단번에 끌어당겼다. 수경은 중심을 잃고 그의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너, 미쳤…… 읍!”

인혁의 다른 손이 수경의 뒷목을 붙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뜨거운 열기가 입술로 확 끼쳤다. 열린 입술을 뚫고 들어온 인혁의 혀가 수경의 혀를 빨아들였다.
꿀꺽, 타액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미쳤어.
입 밖으로 미처 다 뱉지 못한 말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 * *

눈으로 밀고 들어오는 햇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는 통에 전신이 나른하고 어지러웠다.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듯 인혁의 팔이 수경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쪽으로 바짝 당겨 안았다.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을 두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밖으로 불룩하게 솟아 보이지 않으려면 최대한 밀착하는 수밖엔 없었다.
아랫배가 그의 허벅지에 닿자 수경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인혁을 바라보았다. 인혁 역시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저벅. 저벅. 음악실 앞까지 다가온 발자국 소리에 수경은 순간 숨을 멈추고 말았다. 수경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있던 인혁의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덜컹. 음악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

“어이, 거기. 아무도 없지?”

가래가 낀 듯한 탁한 목소리가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커튼 뒤에서 바짝 긴장했다.
안으로 들어와서 확인하면 다 끝장이었다. 잠기지 않은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것 하며 음악실에 멋대로 들어와 피아노를 친 걸 뭐라고 변명할 것이며, 그들의 변명을 과연 수위아저씨가 믿어줄 것인가 하는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최후의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상념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으, 진짜. 이 짓을 관두던지 해야지.”

다시 덜컹, 음악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속도로 봐서는 제법 빠른 속도로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쿵쿵. 쿵쿵. 인혁의 널따란 가슴을 두드리는 심장소리가 수경의 귀에까지 들렸다.
내 심장 소리도 들릴까? 세차게 뛰는 인혁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수경은 생각했다. 고개를 들자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혁의 얼굴이 보였다. 수경의 키도 작은 편은 아니었으나 인혁이 워낙 큰 탓에 마주 바라보려니 고개가 아팠지만 홀린 듯 그의 시선에 빠져들었다.
좌우 균형이 잘 잡힌 잘생긴 얼굴에 반듯한 콧대와 섬세한 입술의 라인, 거기에 지나치게 그윽하다싶은 눈빛까지. 뜯어볼수록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인혁의 시선이 반항적이고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찌르는 듯한 특유의 시선 때문인 것도 있지만 짙고 풍성한 속눈썹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시원하게 찢어진 눈 주변에 풍성하게 뻗어 나온 짙은 속눈썹이 그의 눈에 드라마틱한 감각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의 새까만 동공과 동공 주위를 감싸고 있는 옅은 홍채는 색상의 농담 차 때문인지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저벅거리며 복도를 걸어가는 수위아저씨의 발자국 소리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
지나치게 가까이 있어 고개만 살짝 돌려도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이제…….”

이만하면 발소리가 충분히 멀어진 것 같아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몸을 비틀자 인혁이 팔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있어.”

인혁의 뜨거운 숨결이 관자놀이 근처에 닿았다.

“…….”

아직은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의 숨이 닿은 관자놀이가 화끈거리는 기분이었다.
하아. 가슴이 떨리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기분 탓일까? 인혁의 시선이 묘하게 자신의 입술 쪽으로 향하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수경은 시선을 들어 다시 인혁을 쳐다보았다. 입술로 내려갔던 시선이 천천히 수경의 눈으로 다시 돌아왔다. 수경과 시선을 마주친 인혁의 눈길은 다시 천천히 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뭔가에 홀린 것 같은 시선이었다.
자력에라도 끌리는 것처럼 그의 입술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와 수경의 뺨에 닿았다. 뺨을 꾹 누르고 떨어지는 인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인혁의 시선이 다시 수경의 것과 마주쳤다.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묻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시선이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수경의 입술에 닿았다. 인혁의 입술이 수경의 아랫입술을 무는 것처럼 잡고는 부드럽게 빨기 시작하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뜨거운 기운이 몸 구석구석까지 달음질쳤다.

“……응.”

맞닿은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이 흘렀다. 감각이란 것이 죄다 그와 닿은 입술로만 쏠리는 기분이었다.
열린 입술 사이로 그의 뜨거운 혀가 밀고 들어와 입 안을 훑었다. 숨을 다 앗아버릴 것처럼 강하게 빨아들이는 감각에 수경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혀를 얽었다가 빨아들이고 입술과 입술이 부딪쳤다.

“흐읏.”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통에 숨을 깊이 들이쉴 수가 없었다. 얕은 숨을 몰아쉬느라 가슴이 들썩거렸다. 머릿속이 멍멍해져서 그에게 기대지 않으면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수경이 입은 얇은 회색의 니트 티를 들추고 인혁의 손이 안으로 들어왔다. 등에 와닿는 그의 커다란 손이 기분 좋았다.

“하아.”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의 숨소리였다. 짧게 내뱉는 인혁의 숨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속 깊은 곳이 들끓는 기분이었다.

“……수경아.”

등을 쓰다듬던 손이 어느새 브라를 들추고 들어와 수경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건반을 느긋하게 쓰다듬던 손이 지금은 수경의 살결을 만지고 있었다. 따뜻한 손바닥이 보드라운 가슴을 덮고 주변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예민한 젖꼭지가 바짝 일어섰다.

“으응, 음.”

인혁이 엄지로 도드라진 부위를 부드럽게 긁자 배꼽 아래 깊숙한 곳으로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입술이 벌어지고 헐떡이는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아, 아읏.”

조금만 더.
더 깊숙이 그에게 닿고 싶었다.


저자 프로필

토람

2016.10.13.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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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에필로그1
에필로그2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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