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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신 선배님작품 소개

<존경하신 선배님> 후천성 심장병을 앓았던 전과(?)를 가진 레지던트 3년차 모모진 인생에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상처쪼가리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으로 스카웃해 부임해온 김하신이 바로 그 상처쪼가리다.


서로가 서로의 첫 사랑이었으나 그때의 모진과 하신은 닿지 못했다.
그렇게 끊어진 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운명의 끈은 12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이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들이 처음 만났던 혜민대학병원에서.


잊고 지낼 수 없어 가슴에 고이 묻어뒀는데, 그 사람이 모진의 눈앞에,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막아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아무리 밀어내도 그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자꾸만 모진의 마음을 두드린다.
이제 그만 하자고, 그만 아프고, 사랑하자고, 버티고 버텼는데도 안 되면...
그냥 무너지면 안 될까?



-본문 중에서-


신체 기관 중에서 입술은 그만큼 다양한 역할을 하고,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특히나 애정도를 확인하는 데 있어 입술만큼 중요한 부분은 없다. 하신의 입술에 연고를 바르던 모진이 문득 저를 뚫어질 듯 바라보는 하신의 시선을 느끼고는 물었다.

“아직도 아파요?”

모진은 하신이 입술이 아파서 그런 줄 알고 물었으나 지금 하신은 아픈 것과는 상관이 없어졌다. 그저 모진의 촉촉하고 붉은 입술에 닿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단단히 묶어둔 이성이 자꾸만 그를 깨어나라고 재촉해 잠시 멈춰있는 것이었다.

“살살하고 있는데.”

면봉이 없어 손가락 끝으로 입술 상처를 톡톡 두드리며 행여 아플까봐 조심했다. 그런데 그는 아픈지 대답이 없어 더욱 세심하게 발라주기 위해 의자를 조금 더 앞으로 당겨 앉았다. 그러다보니 그와 그녀의 사이가 전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이제 다 됐어요. 입술 상처가 특히 아프다고 했으니까 하루 세 번 연고 발라주면 다 나을 거예요.”

모진이 하신의 입술에서 손을 떼고 손가락 끝에 남아있는 연고를 제 팔목에 바른 뒤에 구급상자를 닫았다. 그때까지도 하신은 모진의 입술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입이 열릴 때마다 보이는 붉은 혀와 마시면 단맛만 날 것 같은 입술의 샘과 여릴 것만 같은 점막이 자꾸만 그의 이성을 끊을 듯 당겼다.

그리고 모진이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남아있던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며 하신이 모진의 어깨를 눌러 앉힌 뒤에 그 의자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 찰나에 순간에 하신이 모진의 뒷목을 한 손으로 감싸 당겨 입술을 집어 삼켜버렸다.

말 그대로 모진의 입술이 하신의 입 안에 통째로 삼켜졌다. 놀란 토끼 눈이 된 모진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하신은 눈을 감고 오직 혀의 감각으로만 모진의 정신과 마음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마비였다.

스물아홉 인생 그때처럼 짜릿한 감각은 처음이었으니까.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신은 통통하고 촉촉한 모진의 입술이 닿자마자 뜨뜻한 혀로 닿은 입술을 쓸었다. 그리고 두 입술 사이로 모진의 입술을 머금고 그녀가 자진해서 틈을 벌릴 수 있도록 기다렸다. 하지만 오히려 정신이 든 모진이 손을 들고 하신의 가슴팍을 밀어댔고, 더 이상 착하게 기다려줄 수 없어 하신이 모진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뜨뜻한 혀가 여린 살갗을 쓸었고, 점점 숨이 부족해지기 시작한 모진이 있는 힘껏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자 정신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화난 모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신이 다급하게 손을 붙잡았다.

“모진아.”

모진은 돌아선 채 하신의 손을 뿌리치며 앞으로 나아갔고, 하신이 모진의 뒤를 따랐다. 문을 여는 모진의 뒤로 바짝 다가선 하신이 모진이 연 문을 다시 닫았다.

“좋아해. 모진아.”

문과 하신의 사이에 선 모진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 감정, 이 상황이 낯설고 어색했다. 무엇보다 미친 듯이 뛰어대는 이 심장이 가장 낯설다.

“자그마치 12년이야.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래 됐을지 모르지.”

이 병원에서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5년을 함께 하면서 하신은 제 마음을 깨달았고, 고백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친구인 재민의 마음을 알면서 모른 척 모진에게 고백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재민의 거짓이 진심이라 믿은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재민과 모진, 친구들을 두고 떠나왔던 미국에서 재민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모두 저 때문인 것만 같고, 재민의 곁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떠나왔던 저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하신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 고백을 하면 무엇할까. 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남겨진 시간이 더 많았던 모진에게 저가 무슨 염치가 있어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끼고 아꼈는데, 모진을 다시 본 순간부터 하신은 깨달았다.

자신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더 이상은 감출 수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하신은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넌 그녀를 사랑할 자격이 있느냐고.

그리고 알고 있다. 사랑할 자격도, 사랑 받을 자격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녀를 향한 지고지순한 이 사랑을.

“좋아해. 좋아한다. 모진아.”

12년이나 지나 사랑을 고백하는 하신에게 모진은 해줄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가만히 떠올려보는 재민의 얼굴. 병마는 5년이나 재민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병마와 싸우느라 하얗던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지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져갔다. 그러면서도 재민은 모진의 손을 감싸 쥔 채 말했었다.

알아. 네 마음.

열일곱 어린 모진의 마음에도 그가 있었다. 재민이 아닌 하신이 있었다. 재민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진은 받아줄 수가 없었다. 사랑은 아름답고, 좋은 것이지만 때로는 아프고, 절망적인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그의 고백을 들었어도 모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신의 마음처럼 모진의 마음도 같지만 뿌리 깊게 박혀있는 재민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를 받아줄 수가 없다. 모진의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길게 흘러내렸다.

그리고 모진이 천천히 하신 쪽으로 돌아섰다. 모진의 눈물을 본 하신이 안타까움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모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오빠.”

모진의 부름에 하신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모진의 표정이 밝지 않았고, 그 표정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모두 알아챈 하신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안해.”

속에 꽁꽁 감춰두었던 감정들을 터트린 모진이 눈물을 흘렸고, 하신의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하신은 모진의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주었다. 미안하다는 말 안에 그녀의 사랑도 있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결국 하신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을 모진이 보기라도 할까 얼른 모진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를 않았다. 연이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던 하신이 모진의 등을 꼭 감싸 안았다. 모진도 따뜻한 하신의 품에서 모든 감정을 터트렸다.

저를 안고 있는 하신을 떼어낸 모진이 그를 올려다보며 손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하신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자석처럼 이끌려 내려간 하신도 모진의 목을 감싸며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축축하고 짠 눈물 맛이 났다. 사랑을 말로 할 수는 없어도 이렇게나마 잠시 서로를 향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12년의 시간을 이렇게라도 보상 받고 싶었다.

자신보다 무려 18cm이나 큰 하신과 키스하려다보니 자세가 영 불편했다. 그래서 모진은 슬리퍼를 벗고 하신의 발등으로 올라섰고, 하신도 모진의 허리를 한 손으로 단단히 감싸 안아 더욱 깊이 입술을 묻었다. 하신은 제 발등으로 올라선 모진을 더 깊이 껴안고서 입술을 통째로 삼켜 쭉쭉 빨았다.

12년의 세월 동안 켜켜이 쌓였던 그리움이 서로의 입술을 통해 흘러들어갔다. 제 뺨에 닿은 모진의 손을 떼어내 제 목에 두르게 한 뒤에 천천히 걸음을 옮겨 모진을 벽에 몰아붙였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 벽을 더듬어 문을 잠갔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에 모진이 눈을 떠 하신을 살짝 밀쳐냈다.

“왜, 왜 문을?”

행여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진 모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하신은 피식 웃으며 모진에게 한마디 던진 뒤에 다시 모진의 작은 입술을 통째로 삼켰다.

“그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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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리

2015.02.09.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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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미묘리

필명은 미묘리.
한때는 루시였고,
지금은 하나린이고,
주로 활동하는 필명은 미묘리이다.

세 명의 아이덴티티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원천은 결국 사랑이다.’라는
신념으로 모두가 행복한 글을 쓰고 있다.

로망띠끄에서 주로 서식하며, 여전히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글쟁이다.

종이책 출간작 : 우아한 결혼식, 사고쳤어요, 닥터의 연인


전자책 출간작 : 갈증, 수상한 연애, 그냥 아는 오빠, 아름다운 나의 연인,
우아한 결혼식, 사고쳤어요, 닥터의 연인


출간 예정작 :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까지. Hold me tight(홀드 미 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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