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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작품 소개

<물빛> 해민 :

“난 네가 끔찍해.”

갑작스러운 희원의 등장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났을 때 그는 다짐했다.
평생 괴롭혀 주리라고.

희원 :

괴롭힘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연했던 헤어짐이 다가왔을 때 정작 그를 놓을 수 없었다.
그땐 미처 몰랐다. 그게 사랑이라는 걸.


#친구에서연인

#악연에서인연으로

#상처받은 남녀 이야기

#위로

#치유



[미리보기]


해민의 말과 동시에 둘은 정식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해도 안 떠오르는 이른 새벽, 그들을 따라 쫓아오던 정식은 얼마 안 가 포기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속이 텅텅 빈 희원이 뛰어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정식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해민이 그런 희원을 일으켜 세웠다.

“삐쩍 곯았군.”

희원이 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아버지한테 들었어. 너 곧 떠난다며? 일이 이렇게 돼서 유감이지만,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 것 같다.”
“…….”
“왜? 내가 이렇게 나오니 웃기냐?”

희원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많이 생각했다. 막상 네가 간다니까 너한테 잘해준 적이 한 번도 없더라. 네가 아직까지 끔찍한 건 분명하니 너에 대한 원망이 지워지진 않겠지. 엄마 그렇게 된 거 사고란 거 아는데 나도 너처럼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워할 누군가를 찾았나보다. 가라. 조금 있으면 첫차 다닐 거야. 하루에 한 대 밖에 없는 거 알지? 그거 타고 다신 이곳에 오지 마. 서로 마주치지도 알고 너도 더러웠던 기억들 다 잊어.”
“흡, 흐흑흑……미안. 미안해. 미안.”

평생 해민과 이럴 날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해민이 저렇게 나오니 고마움과 미안함 감정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다행히 어젯밤 치마 안 헝겊주머니에 돈을 넣어둔 터라 당분간의 여비는 충분했다. 사실 쌌던 짐도, 옷 몇 가지가 전부였다.
주저앉아 우는 희원을 뒤로 하고 해민은 옆에 앉아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해가 밝아왔다.
7시가 다 되어가자 저 멀리 버스가 보였다.
아무 말 없던 둘 사이에 여전한 침묵이 지배하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기 몇 초의 순간, 해민이 먼저 일어나 희원과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희원이 버스에 타자, 해민이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희원이 탄 버스가 떠나갔다.
맨 뒷자리에 앉은 희원이 멀어져가는 해민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해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저자 프로필

김나래(느린오후)

2020.09.10.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김나래(느린오후)

출간작 [선 왕조의 막내 옹주]
출간 예정작 [밤그늘] <안개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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