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 리얼리스틱하게 묘사된 민중의 한
역사에 묻혀가는 수많은 아픔을 보듬는 부드러운 손길
중국근대문학 대문호 루쉰의 대표작 모음!
『눌함』
『눌함』은 「아Q정전」을 비롯해 14편의 단편소설과 머리글로 이루어져 있으며, 집필연대는 1918~1922년 사이다. 머리글은 첫 작품집을 내면서 자기의 정신 형성사를 독자에게 호소하려고 한 반(半)자전적 내용이다.
여기에 실린 「광인일기」는 습작을 제외한 루쉰의 사실상 첫 작품일 뿐 아니라, 근대문학으로서의 중국문학의 방향을 제시한 최초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광인의 수기(手記)형식으로, 봉건적 가족제도와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유교사상을 공격한다. 다른 사람에게 잡혀 먹히지 않을까 하는 피해망상에 빠진 주인공은 옛날부터 인의(仁義)도덕의 명목 아래 사람이 잡아먹혔으며, 누이동생의 죽음은 형이 잡아먹었기 때문이고, 따라서 자신도 언제 잡아먹힐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도 언젠가는 사람을 잡아먹으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 절망에서 사람을 잡아먹지 않은 어린아이 말고는 구원해줄 사람이 없으니, “어린아이를 구하라” 외친다. 유교에 대한 비판과 구어체(口語體)의 제창을 중심으로 한 중국근대 문학혁명의 대표걸작이다.
「아Q정전」은 근대중국문학 초기걸작으로서 수많은 언어로 외국에 소개되어 극찬을 받은 루쉰의 대표작이다. 무지한 농민 아Q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 무렵 중국 민족의 약점인 노예근성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동시에 신해혁명에 끌리면서 오히려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되는 아Q의 운명을 그려 혁명의 본질을 비판하고, 중국혁명에서 참으로 구제되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그려냈다. 루쉰은「아Q정전」에서, 궁지에 몰려 소외되고 낙오되고 짓눌린 자의 모습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봉건적 예속에 허덕여야 했던 그 무렵 중국 민족의 원망과 한을 리얼리티하게 묘사했다.
「아Q정전」에는 얼핏 빈약한 인물과 사건 속에 보다 정확한 현실인식과 인간인식이 감춰져 있다. 혁명이나 전쟁 등 역사적 대사건도,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에게는 그저 사소한 변화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 사람은 하찮은 일상다반사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쓸데없는 인간관계 갈등에 의해 죽거나 파멸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슬픈 진실임을 루쉰은 강조한다.
『방황』
제2창작집 『방황』에는 1924~25년에 이르는 기간에 쓰인 단편 11편이 실려 있다. 그 작품들을 편의상 소재에 따라 분류하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축복」 「상야등」 「이혼」은 농촌사회에서 취재하여 쓴 작품이다. 「술집에서」 「고독자」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며」는 한때는 높은 이상을 품었으나 사회에서 소외되어 몰락해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렸다. 「행복한 가정」 「비누」 「고선생」은 사회와 타협하고 사는 속물지식인을 풍자했다. 「조리돌림」은 구경을 좋아하는 민중들의 근성을 스케치하듯이 그렸다.
「축복」은 농촌을 그린 대표작으로서, 어느 농촌 여인의 불행하고 절박한 삶을 극한적인 상황으로 표출해냈다. 지식인인 ‘나’에게 한 여인이 다가온다. 구걸하려는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사람이 죽고 난 뒤 영혼이란 게 있을까요?” 묻는다. 그 반생의 노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마지막 구원을 사후세계에서 구하려는 여인. 이 작품에서 루쉰은 불가항력으로 전락해가는 여인의 모습을, 위로의 말 한 마디도 해 줄 수 없는 지식인인 ‘나’와 대비시켜서 우울한 분위기로 그리고 있다. 더구나 마을에서는 여인의 운명은 아랑곳없이 ‘축복’의 폭죽 소리가 화려하게 울려 퍼진다. 부단한 일상의 흐름과 그것이 확대된 역사의 흐름에 묻혀가는 수많은 참극을 루쉰은 스스로 잊어버리고 싶어 하면서도 눈길을 돌리지 못한다.
『들풀』
『들풀』은 1924~26년에 걸쳐 〈어사〉에 연재되었던 23편의 시초(詩抄), 그리고 서문 대신에 실은 제사(題辭) 1편 등 모두 24편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이 책 발간 전후 2년간에 걸친 추억물과 이어 상징적인 것, 그리고 관념적인 것들이 나란히 실려 있다. 뒤에 루쉰 자신이 『들풀』 영역본 서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저마다 그것을 쓰게 된 구체적 동기들이 있었다. 루쉰은 이렇게 고백했다. “당시 유행한 실연시를 풍자하기 위해 「나의 실연」을 썼고, 세상에 방관자가 많은 것이 미워서 「복수」 제1편을 썼다. 그리고 청년들의 의기소침에 놀라 「희망」을 썼다.” 여기에 실린 시들의 상징은, 그 시가 쓰인 현실배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루쉰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새로 엮은 옛이야기』
『새로 엮은 옛이야기』에는 단편소설(그중 1편은 희곡형식) 8편과 서문이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모두 신화나 전설 또는 고대사에서 취한 것이다. 집필은 1922년부터 1935년까지 긴 시간이 걸렸으며 중간에 긴 쉼이 있었다. 이것은 루쉰에게서는 물론이요,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작품집이다.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며, 또 우화소설이나 풍자소설도 아니면서 그것들의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는, 기묘하게 혼합된 작품들이다.
「물을 다스리다」는 전형적인 풍자소설이다. 「벼린 검」은 풍자의 요소가 적고, 『방황』에 실린 「고독자」와 비슷한 내면세계를 다루었다. 「성 밖으로 나가다」는 공자와 노자와 관윤희의 관계를, 「남을 공격 않는다」는 묵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공수반과의 대면을 주제로 했다. 이 두 작품은 문헌적 재료를 충실하게 쓰는 점은 같으나 작풍은 매우 다르다. 「하늘을 깁다」는 프로이트설을 바탕으로 천지개벽신화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작자는 설명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매우 많은 문헌적 지식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작자의 사상과의 관련이 모호하다. 읽는 이의 기호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