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1=3

<미리 보기>
“헉, 헉.......”
“지민아.......”
“흑, 형, 나 이제.......”
“힘들어?”
“이제 못 해먹겠어요!”
김지민은 후드집업을 집어던지고 매트 위로 엎어졌다. 그 폭력적인 동작에 의자에 늘어져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치환도, 노래를 다시 감기 위해 오디오를 조작하던 유현도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여기는 XX엔터테인먼트 3층, 연습실.
김지민은 벌써 두 시간째 춤을 추고 있었다. 흰 면티셔츠는 물론이고 팬티까지 땀으로 홀딱 젖어서 온몸에 찐득하게 달라붙어왔다. 갈색 머리카락은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져있었다. 헐떡거리는 흰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가슴은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거기까지는 두 시간째 격렬한 안무를 연습했던 탓이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습실에 흐르는 이 기묘한 공기는 달리 해석할 바가 없었다. 겨우겨우 숨을 고르고 있는 지민을, 유현이 불렀다.
“지민아?”
유현은 피부가 흰 탓에 까만 머리와 이목구비가 더욱 선명해 보였다. 특유의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예쁘게 접히며 웃었다. 같은 연예인이 봐도 ‘진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비주얼의 남자를, 지민은 두렵게 올려다봤다. 유현은 평소처럼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지민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곱상한 얼굴과는 달리 지민을 끌어당기는 팔 힘은 단단했다. 얼떨결에 그의 손에 딸려 올라온 지민에게, 유현이 속삭였다.
“페로몬 다 새고 있어.”
부드러운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했다. 지민은 딱딱하게 굳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 맺혀있던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지민은 그새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운 치환과 눈이 마주쳤다.
“아직도 안 되나?”
치환이 나무 막대기를 연습실 구석에 놓인 휴지통으로 집어던졌다. 탱, 명중. 막대기가 휴지통에 골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열네 살짜리도 다 하는 건데.”
치환이 의자 등받이에 팔을 괴고 지민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한심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민은 화가 울컥 차올랐다. 그러나 그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맞는 말이라 뭐라 할 말이 없기도 했지만,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민아, 괜찮아?”
유현이 걱정스럽게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를 위로하려는 동작인 줄은 알지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유현이 지민에게 접촉하는 것과 동시에 알파 페로몬이 매섭게 몸을 짓눌러왔다.
여기는 연습실. 지민은 이 곳에서 페로몬 조절을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민은 엊그제 몸살을 앓았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지만, 그와 함께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 우성 알파가 두 명 있었다. 두 알파들은 그것이 감기 몸살이 아니라 발현 증상이라는 것을 감지해냈다.
스물두 살, 지민은 열성 오메가로 발현했다. 대부분의 알파나 오메가가 십 대 중반에 발현한다는 것을 감안하자면, 지민은 거의 돌연변이 수준이었다. 덕분에 평범한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우는 페로몬 조절법을 지민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아이돌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집에 자주 갈 수도 없었다. 무척 난처한 상황이었다. 고맙게도 팀 내의 두 알파들이 지민에게 페로몬 조절 방법을 가르쳐주는 트레이너 역할을 맡아주겠다고 나섰다.
아주, 스파르타식으로.
“형. 좀.......”
떨어져주세요. 지민이 조그맣게 속삭이며 유현을 밀어냈다. 후들거리는 손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것은 알파의 능력이었다. 위압감을 조성하고, 사람을 통제하는 것. 지민이 요즘 읽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페로몬 이야기’의 표지에는 알파와 오메가가 한 명씩 그려져 있었다. 거기에 그려진 알파의 모습은 이러했다.
붉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든 채 오만한 미소를 띠우고 턱을 약간 들어 독자들을 내려다보는 남자.
표지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민은 알파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새겼다. 겨우 발현열이 가라앉은 머리로 불안하게 달달 외웠던 책의 내용도 떠올랐다. 알파는 사업가, 정치가, 검사, 교사, 군인 등의 직업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은 뛰어난 리더십과 강한 지배욕이 특징이며, 특히.......

<한뼘 BL 컬렉션 시리즈>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BL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BL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BL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_잠복 근무_송닷새
_클럽 블랙_송닷새
_우주 정찰대를 위한 경고문_따랴랴
_시선의 길목_먼스먼스
_책도깨비_경계선
_생일 소원_리커
위의 도서 외 매달 10- 20여종의 도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