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복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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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른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은 그럭저럭 한적했다. 콩나물시루처럼 다닥다닥 붙어 서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다 모르는 사람과 몸이 닿기라도 하면 영 신경이 쓰이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일찍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하던 유정은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반대편에 앉은 여자가 손잡이를 붙잡고 서 있는 유정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정은 난처하게 웃어 보이고 시선을 돌렸다.
야릇하게 웃는 여자의 미소와 온몸을 훑어내는 시선을 그대로 받아내면서도 유정은 이제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이제는 그도 이곳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물건을 훑어보고 품평하듯 유정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로 훑어본 여자들이 저런 식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니까.
남자는 여자들의 눈요깃거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온몸을 씻고 제모를 한 뒤에 한 듯 안 한 듯 가벼운 화장과 자연스러운 머리 세팅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아무렇게나 머리를 만지고 나왔다가 눈총을 받곤 하던 유정도 이제는 제법 남자 티가 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웅, 좋은 아침."
나름대로 일찍 나왔는데도 사수는 유정보다 먼저 출근해 있었다. 손톱을 다듬으며 유정의 인사를 받아주는 사수는 사내 남직원 중에서는 에이스로 꼽히는 남자였다. 손톱도 항상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외모도 뛰어났다. 피부는 매끄럽고 입술에는 은은한 색조를 더했지만 지나치게 야하지는 않게 화장도 했다. 몸에 꼭 맞는 유니폼이 그의 몸 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남자의 전형 같은 모습이었다.
역시 나도 헬스를 좀 해야 하나, 유정은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괜히 거울에 요리조리 자신의 몸을 비춰 보았다. 역시 운동을 좀 해야 할 듯했다. 식단 조절만으로는 몸이 탄탄해지질 않았다. 쉬는 시간에 사수에게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유정은 바짓단을 탁탁 폈다. 이제는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오는 짧고 얇은 면바지도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길이를 조금 더 줄이면 너무 싸 보일까? 그런 고민을 하며 유정은 총총 데스크로 향했다.
유정이 이 세계에 떨어진 지도 벌써 일 년, 이 회사에 취직한 지는 삼 개월이 다 되어 갔다. 눈을 뜨니 그는 길바닥에 있었고 지나가는 여자들이 수군대며 그를 힐끔거렸다. 누군가는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유정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유정은 눈을 굴리다가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과 경찰서로 향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은, 유정이 전에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경찰서에는 남성 전담 경찰 한 명이 남자였고 나머지 경찰들은 모두 여자였다. 여자들은 유정을 훑어보며 까르르 웃거나, 길에 늘어져 있던데 걸레 같은 남자 아니냐며 수군대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들리는데도 유정의 주민등록을 도와주고 있던 남경은 웃으며 농담이니 너무 신경쓰지는 말라고 했다.
때로 종종 이런 식으로 다른 세계에서 남자들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조금은 어색하게 신상을 등록하고 센터로 안내받을 때까지도 유정은 얼떨떨했다.
하지만 센터에서 이세계에서 온 남자에게 실시하는 사회 적응 교육과 직업 교육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유정은 한동안 방황했다. 남자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요! 라고 외치기도 부지기수였지만, 유정을 대하는 강사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자주 있는 일인 것 같았다. 결국에는 유정도 이 세계에 적응해야만 했다.
이미 안내 데스크에 서 있는 사수의 곁에 다가간 유정이 괜히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 그나마 깔끔하게 생겨서 다행이었다. 아예 못생기거나 피부가 좋지 않기라도 했다면 데스크 겸 사내 복지 담당 직원으로 채용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수를 힐끔 쳐다보자 반지르르한 그의 피부가 보였다. 나도 피부과를 다녀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유정은 이내 자세를 고쳤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에."
"좋은 아침입니다, 수아 님."
"호영 씨도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아직은 사수처럼 익숙하게 지나가는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부드럽게 인사를 건네지는 못하더라도, 유정도 나름대로 방긋방긋 예쁘게 웃으며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다. 여자들은 대체로 그런 유정을 흘긋 쳐다보고 대충 인사를 받아주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로비에서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던 여자들은 유정이 인사를 하며 야릇하게 웃으며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한뼘 로맨스 컬렉션 소개>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로맨스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로맨스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로맨스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로맨스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여황제의 은밀한 정복_한달식비
바뀐 몸을 취하는 법_편백
공작부인의 첫날 밤_흑미젤라또
친구가 아니야_김덤덤
오늘부터 이혼했습니다_지샌별
위의 도서 외 매달 10여종 이상을 발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