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나무꾼 - 사랑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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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논은 나무꾼이었다. 마을 바깥 숲속에 살면서 15세에 유일한 가족이던 아버지를 잃고 가업을 이어 나무를 하며 살았다. 혼자니 굳이 말을 할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의 일상에서 쓰이는 말이라곤 "얼마요?"와 "kg 당 50브론즈" 라는 두 마디가 전부였다. 그래서 그는 지금 상황이 무척 곤혹스러웠다. 널찍한 원탁에 두 명의 국왕과 기사단장, 부기사단장, 그리고 2년 전부터 끈질기게 구애해왔던 막내 왕자와 함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며 앞으로 그의 신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는 상황 말이다. 심지어 분위기는 쓸데없이 친근했다.
"뜻은 알겠다만, 아들아, 그리고 새아가. 사실혼 정도로 만족해줄 수는 없겠니? 짐도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만 국가적 체면이라는 것도 있지 않겠니."
"왕자님이 남자를 데려오셨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왕(父王) 전하! 왕손이 동성을 탐함을 꾸짖으셔야 마땅합니다!"
"부단장은 그럼 왕가 사람이 아니면 괜찮다는 말씀?"
"단장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왕자님이 동성애자였단 걸 몰랐던 사람은 이 왕성에 너랑 왕자 밖에 없다는 얘기."
"아들, 짐의 마음과 상관없이 국제 정서가 그렇단다. 너의 성적 취향과 상관없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아주렴. 네가 나를 미워하면 나는 살 수가 없다."
푸웁. 아논은 먹던 것을 대차게 뿜을 뻔했지만 다들 익숙한지 아무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상대에게 던져대고 있었다. 정신없고 어설프고 와중에 부왕은 막내아들이 상처라도 입을까 안절부절못했다.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왕자는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겠어요?"
모왕(母王)이 다정하게 물었다.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만도 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만 되면 숲으로 찾아오던 그에게 아논은 왕자가 왜 이렇게 한가하냐고 반쯤 따지듯이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은 사랑받는 막내아들이라 시간이 많다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왕자가 무슨 중요한 할말이라도 있는지 자못 비장한 얼굴로 포크와 나이프를 놓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 움직임에 모두들 왕자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아바마마, 사실혼은 아논에게 너무 모욕적인 처사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고, 그는 사실혼이 아니라 결혼을 하러 여기 함께 온 것입니다. 결혼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사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것은 왕자뿐이지만. 아논은 맹세한 적이 없지만. 그 사실을 지적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아논은 참았다. 그는 왕자를 사랑하는지는커녕 좋아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매일 되풀이되는 도끼질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 청혼을 수락하고 따라온 것뿐이었다. 사실혼도 상관없었다. 왕궁에서 대충 먹고 살 수 있다면 만족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아들, 알다시피 이는 유례가 없는 일로..."
"결혼할 수 없다면 집을 나가겠어요!"
왕자는 벌떡 일어서며 부왕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집을 나간다니! 곱게 키운 내 아들이! 부왕은 충격에 눈을 부릅뜨고 왕자를 올려봤다. 딱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생각을 않았다. 눈동자엔 경악과 충격, 불신, 분노, 슬픔, 좌절과 고뇌의 빛이 눌어붙었다. 불쌍하게도. 아들에게 너무 과한 사랑을 주니 그렇게 되는 거야. 아논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 충격과 공포의 침묵 속에서 모왕이 중재자로 나섰다. 그녀는 조용히 아들의 어깨를 눌러 자리에 앉히고 부드럽게 말했다.
"왕자의 마음은 알겠어요.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의 청을 거절하는 아버지의 심정도 헤아렸으면 좋겠네요. 아버지는 지금 단장의 아픔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과장은. 아논은 속으로 조소하며 음식을 입안에 넣었다.
"사랑은 시간에 따라 변해요. 특히나 왕자처럼 젊을 때는 뜨겁게 불타다가도 한순간에 식기도 한답니다. 타오를 때는 영원할 것 같다가도 3년이 채 가기도 전에 완전히 남처럼 변하기도 하죠. 아, 지금 왕자가 그렇다는 얘긴 아니에요. 그런 일이 많다는 얘기죠."
다시 일어날 것 같은 왕자를 앉히며 모왕은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우리에게 그 사랑을 증명해 보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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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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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염소를 찾고 있습니다_대흉근강화주간
헝가리안 랩소디_대흉근강화주간
호러영화는 친구와 단둘이_다람더럼더럽
왕자와 나무꾼_대흉근강화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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