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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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아침, 라운드 처지 스트리트의 좁은 길이 학생들로 북적였다. 한쪽 편으로 조금씩 모습은 다르지만 2층 내지는 3층의 벽돌 건물들 쭉 이어져 있었다. 그 건물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화려한 색채의 대형 간판이 걸린 건물의 입구로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흥미로운 학교는 영국에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적어도 영국의 원 존(1 zone)에서는 확실히 유일한 예술 고등학교였다.
"에릭!"
에릭은 사이먼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웬만한 모델 저리가라 할 만큼 큰 키에 넓은 어깨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물론 더티 브론즈의 짧은 머리, 깊고 짙은 눈을 반달모양으로 접어 웃는 모습도 그에 못지않았다. 게다가 얇은 입술이 호를 그리며 올라가는 모습은 정말 패션화보속 메인모델 뺨치게 섹시했다. 그가 환하게 웃자 여학생들은 물론 주변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사이먼은 자신이 그의 유일한 친구라는 사실이 감격스러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사이먼의 목소리가 한 층 더 업 됐다.
"에릭!"
"넌 내가 그렇게 반갑냐?"
"응. 네 옆에 있으면 꼭 나까지 스타가 된 기분이야."
"또 그 소리냐. 쓸데없기는."
"어서 들어가자. 새로운 선생님 왔대."
"전에 선생님은?"
"몰라."
에릭보다 키가 한 뼘은 더 작은 사이먼은 항상 에릭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 덕에.
"야! 허리. 목! 목. 아파!"
에릭은 언제나 상체가 옆으로 꺾인 채였다. 아옹다옹 장난치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세상 걱정 없는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서로를 툭툭 치며 떨어졌다. 새로 온 선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교실 창틀에 기대어 서있었다.
그는 사이즈가 큰 황토색 워커를 신고 핏이 좋은 블랙진과 붉은 색 체크남방을 입고 있었다. 체크 남방은 단추를 전부 푼 채였다. 그 덕에 안쪽의 흰색 브이넥티셔츠가 훤히 다 보였다. 하얀 교실 벽 앞에 선 그는 들떠 보이기도 했고 긴장되어 보이기도 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을 때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풍성한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우와."
사이먼이 작게 탄성을 지르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다른 여자 아이들의 눈도 반짝거리고 있었다. 에릭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딘가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어수룩해."
"응?"
"창문을 넘어서 도망가고 싶은가봐."
"뭐?"
사이먼의 물음에도 에릭에게선 더 이상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수업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이 교실로 속속 들어왔다. 에릭은 제일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며 벽에 기대섰다. 딩동댕동~ 수업 종이 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학생이 문을 닫았다.
매튜는 교실을 한 바퀴 둘러봤다. 드로잉 수업 교실은 책상이나 의자가 없었다. 열 명, 개성 강한 아이들이 선 채로 매튜 한 사람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매튜는 젠장, 작게 중얼거리며 멀쩡한 앞머리를 서너 번 더 쓸어 올리고 연신 턱을 비비다 웅얼거리듯 말을 꺼냈다.
"다 온 것 같으니.... 큼, 내 소개부터 하지. 흐음."
매튜의 소개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는 첫 수업을 1분도 빠지지 않고 꽉 채웠다. 수업이 끝날 때쯤 하늘의 별을 바라보듯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은 상한 생선처럼 흐리멍덩해져있었다.
"그럼 이만. 다음 수업엔 크로키 30장 이상 해오도록. 최대 70장이야."
첫 수업부터 꽤 묵직한 과제까지 나왔다. 아이들은 이제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도 않은 채 교실을 빠져나갔다. 언제나 순하던 사이먼도 인상을 팍 쓴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릭은 가장을 정리하고 있는 매튜를 한번 바라보고는 교실을 나섰다.
매튜는 노트를 정리하다 말고 교실 문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나가고 있는 꽤 체격이 좋은 학생의 가방 끝이 보일 뿐 교실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긴장했나. 후우."

<참고 - 한뼘 BL 컬렉션 소개>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BL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BL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BL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그 남자들의 사랑 찾기_헬로미니
올리브 이야기_헬로미니
수가 주짓수를 너무 잘함_대흉근강화주간
고간에 XX가 있었다_방앗간주인
새살이 솔솔_님도르신
위의 도서 외 매달 10여종 이상을 발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