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라서 죄송한 오메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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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교실 창밖에서 매미가 맴맴 울었다. 날씨는 푹푹 찌고 여름 햇살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고요는 물통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인간의 성별은 원래 2가지였습니다. 여성과 남성. 성염색체는 XX, XY로 표기합니다."
선생님 목소리와 함께 개인 모니터 화면에 자료 사진이 떴다. 고요는 태블릿에 수업 내용을 필기했다.
"자료 화면을 보면 알 수 있듯 Y 염색체는 X 염색체에 비해 굉장히 크기가 작습니다. 작은 만큼 DNA 정보 손실률도 높고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도 높습니다."
사진 속 Y 염색체는 X 염색체랑 같은 쌍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라했다. 크기가 X의 반절, 아니 4분의 1도 안 됐다.
창백한 하얀 점.
고요는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곱씹었다.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진이자 과학 도서 제목이기도 한 '창백한 푸른 점' 이 떠올랐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중간값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고요는 사진 아래 조그맣게 낙서를 했다.
"알파와 오메가는 Y 염색체 돌연변이로 나타난 새로운 성별입니다. 겉모습은 베타, 남성과 같지만 내부 생식기 구조가 다릅니다."
가장 다른 부분은 내부 생식기 옆에 형성된 페로몬 분비기관이다. 이 분비기관이 코를 비롯한 눈, 귀, 입, 피부 등에 발달한 페로몬 수신기관과 뇌에 위치한 페로몬 해석기관에 각각 영향을 줘서 초상 능력을 발현시킨다.
초능력과 마법, 신성 그리고 기타 등등. 인류는 현대과학으로 해석할 수 없는 힘을 초상 능력, 그 힘을 가진 사람을 초상 능력자라고 정의했다. 모든 초상 능력자가 알파나 오메가는 아니지만 모든 알파와 오메가는 초상 능력자다. 베타나 여성에 비하면 소수인 알파와 오메가가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덕분이었다.
"오늘날 인간은 4가지 성별로 구분됩니다. 여성, 알파, 베타, 오메가."
그래봤자 화장실은 여전히 여성용, 남성용 이렇게 2가지 밖에 없지만 말이다. 고요는 어깨를 으쓱했다.
딩동댕, 벌써 1세기를 풍미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학교 종이 울렸다. 수업이 끝나자 개인 모니터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청소년 보호 모드로 다시 켜졌다. 이렇게 해도 할 녀석은 어떻게든 우회해서 이상한 짓을 하지만 말이다.
고요는 컴퓨터로 평범하게 학교 메일을 확인했다. 오늘 나왔을 전국 학력평가 성적이 궁금했다. 정확히는 교육청이 내부 자료로 수집했을 전국 석차가 궁금했다. 고요는 핸드폰을 열어 우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핸드폰이 금방 뜨거워졌다.
프로그램 로딩이 끝나자 고요는 학교 컴퓨터 본체에 핸드폰을 연결했다. 그리고 학교 컴퓨터로 교육청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인트라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담임선생님 것을 빌렸다.
선생님께 온 공지 사항과 메일을 쭉 살펴본 고요는 학력평가 담당 부서로 들어갔다. 게시판에 들어가자마자 막 작성된 따끈따끈한 게시물이 보였다. 고요는 게시물과 함께 올라온 첨부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인트라넷 접속을 끊었다.
아이콘 더블클릭, 첨부파일이 열렸다. 잘 정리된 문자와 숫자들이 보였다. 학력평가 전국 석차 맨 위에는 이번에도 '제선우' 라는 이름이 있었다. 같은 페이지에 고요도 있었지만 이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고요처럼 전국에서 노는 학생들은 학교행사에 자주 참가한다. 생활기록부를 충실하게 채우기 위해서다. 학교행사에 자주 신청한다는 것은 과학발명품 대회를 비롯한 교내 대회에 전부 참여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대회는 대부분 전국 대회로 이어진다.
형평성 때문에 기록에는 학교에서 주는 상장만 반영되지만 전국 대회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상품권 형태지만 상금도 있고 보육원 평가에도 반영돼 원장 선생님에게 예쁨 받는다.
고요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까지 12년 동안 과학 관련 전국 대회에 대부분 출전했다. 그러다 보면 1년에 한 번씩 혹은 여러 번, 동시대 살고 있는 과학 꿈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매번 나오는 애만 나오니 좋든 싫든 이름과 얼굴을 외우게 된다.
전국 학력평가 석차 1페이지에 쓰여 있는 이름 중 고요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맨 위에 있는 제선우 한 명뿐이었다.

<한뼘 BL 컬렉션>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BL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BL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BL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S급 각성자들의 사생활_나비양
S급 각성자들의 가정사_나비양
S급 각성자들의 직장생활_나비양
떠돌이 마법사 유즈_나비양
고추를 붙여 주세요_님도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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