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하고 성격 나쁜 여장 남자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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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자극이란 것이 없는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임도현은 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을 행동을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굳이 그런 모험을 저지를 상황에 빠진 적이 없었던 데다가 본인 자체의 성격도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튀어 보이는 행동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매달 잊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헤어스타일과 시원하게 말끔한 이목구비가 좋은 인상을 선사하는 산뜻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는 좋게 말하면 친밀한 인상이고, 터부 없이 평가한다면 쉬운 인상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자였다. 무난한 스펙과 경력, 겉보기엔 특별한 점을 찾아보기 힘든 몰개성한 외형과 법 없이도 살 타입이란 사람 좋은 평가로 이루어진 평범한 소시민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었다. 스스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주인공에 어울리는 특별한 사람을 보좌하며 그들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빛낼 수 있도록 돕는 데에 보람을 느끼는 성격이기도 했다. 들인 노력에 비해 타인의 인정을 받진 못해도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라는 직업에 만족하는 충실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수고를 알아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장난 반 진담 반의 과로사 염려를 들을 만큼 오늘도 도현은 성실했다. 최근 큰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데뷔 때부터 줄곧 돌봐온 아이돌을 다른 매니저에게 인계한 후 간만의 휴식을 만끽하던 그는 아이돌이 될 생각만 있다면 어떻게든 키워주고 싶을 상대를 번화가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오늘만은 휴일답게 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고 자제할 틈도 없이 다가가 누구에게든 호감을 사게 된단 칭찬을 듣는 친절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중한 인사와 함께 명함을 내밀었다.
도현이 주목한 이는 시크한 블랙톤의 패션으로 늘씬한 체형이 더욱 세련되게 돋보이는 여학생이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고등학생 같아 보였다. 여학생 치곤 키가 큰 편이었지만 모델로 내세우기에는 안타깝게도 만족스런 신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보다 커 보이는 곧은 자세와 훌륭한 비율의 마른 몸매, 그에 어울리는 눈에 띄게 조그만 얼굴은 대단한 장점이었다. 미모 또한 멀리서 볼 때부터 짐작했던 대로 완벽했다.
어린 티를 채 다 벗지 못한 귀여운 얼굴의 타고난 날카로운 눈매와 우아한 분위기가 나이에 맞지 않은 어른스러운 매력을 자아내고 있어 스쳐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 번 더 돌아보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작은 얼굴을 감싸는 짧게 친 헤어스타일이 일견 새침하니 차가워 보이는 외모이지만 그런 자신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타인과 시선이 마주치면 가벼운 눈웃음으로 친밀하게 분위기를 반전시켜버린다. 연예인에게는 필수적인 스킬인 사람을 조련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있는 듯했다. 만약 이번에 추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비주얼 멤버로 끼우지 못한다고 해도 이 아이라면 CF 배우나 모델로서의 길도 추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데에 직업병에 가까운 희열을 느끼곤 하는 도현으로서는 이대로 놓치는 것이 안타까울 만치 훌륭한 원석이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 인사치레로 미소 지어주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건 분명히 된다, 라고 도현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막상 명함을 받아 든 학생의 표정은 대번에 시큰둥해졌다. 역시 이 정도로 눈에 띄는 외모면 이런 스카우트 제의야 귀찮을 정도로 많았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톱으로 꼽히는 소속사이니 이 나이대의 학생이라면 눈이 깜짝 뜨일 만도 한데 이런 무심한 반응은 예상외로 실망스러웠다. 금방이라도 손끝에서 놓아버릴 듯 가벼운 손짓으로 명함의 앞뒤를 돌려보던 학생은 자신의 눈치만 보며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도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고양이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보기 좋게 올라간 커다란 눈동자가 자신을 가늠하듯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자, 조바심이 난 도현은 다시 한번 트레이드마크인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동종업계에선 최고의 조건을 제시해드릴게요. 이쪽에 일절 연관될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잠시라도 좋으니 이야기라도 들어주지 않겠어요? 나로서는 정말이지 학생을 놓치기 아까워서 그래요."
"흐음. 그럼 들어보기만 할까요."
밝고 선명한 색의 커다란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 도현을 힐끗 올려다본다. 가까이서 내려다보니 아래 속눈썹까지 인형처럼 섬세하게 촘촘한 것이,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외모였다. 가벼운 컬러 립밤을 발라 투명한 핑크색이 감도는 붉은 톤의 입술이 드디어 움직였다. 도도해 보이는 인상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는 이 인형 같은 미소녀에게 한층 더 생기를 감돌게 만들었다. 여유를 띤 나른한 목소리에선 듣는 이를 자극하는 색기가 풍부하게 깃들어 있었다. 밝거나 혹은 경쾌하거나, 살랑살랑 달콤하게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또래의 여학생들보다는 약간 허스키하게 들리는 목소리와 예쁜 얼굴의 조합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손가락만 까닥이는 의미 없는 움직임에도 두근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단단히 이 아이에게 빠졌나 보다. 카메라 앞에 나오기만 하면 대중에게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끌어낼 것이 분명한 인재에 눈이 먼 도현은 학생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싶은 욕망에 무작정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한뼘 BL 컬렉션>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BL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BL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BL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아가씨의 비밀_유자에이드
이 결혼 괜찮을까_유자에이드
오메가 아이돌 X 알파 매니저_무화과
토끼 수인의 모험_파솔
제물의 조건_레네이제
위의 도서 외 매달 10여종 이상을 발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