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X 대표님 - 기내식이 친절하고 승무원이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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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건설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편인데, 횟수로는 1년에 서너 번 정도였다. 그 시기에는 임원이고 직원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바빴다.
그런데 그중 이번 시기는 임원들, 특히 대표이사인 유현에게만 유독 바쁜 시기로, 직원들도 물론 각자의 일로 저마다 바쁘겠지만 임원들은 주로 '공적인 일' 때문에 바빠야 했다.
내향형 인간인 유현도 군말 없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파티와 크게 열리는 행사에 모두 참여하며 수시로 음주를 해야 하고, 또 그 와중에 업무 역시도 부지런히 해내야 하는 이 시기. 또 모두가 설레하기도, 또 어떤 이는 씁쓸해하고 허무해 하기도 하는 왠지 뒤숭숭한 이 시기.
연말이 도래했다.
"다들 크리스마스에 계획 있으세요-?"
오늘도 유현은 기업인들이 모이는 파티에 참석하여 얼굴이 아플 정도로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다. 별로 재밌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때에 따라 적절히 하하하. 하. 하. 하. 웃어주며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던 유현이 슬쩍 고개를 돌리곤 술을 마시는 척 아픈 얼굴 근육을 잠깐 풀어주고 있던 그때, 처음으로 귀가 쫑긋거리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 질문을 듣자마자 유현의 눈은 자동으로 누군가를 찾았다. 오늘 파티에 함께 참석한 사람. 젊은 CEO들과 모여있는 저와 달리 주로 비서들로 구성된 무리 사이에 앉아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참 과묵해 보이는 남자.
그는 역시나 유현의 비서이기도 하지만 또 연인이고, 앞으로의 장래를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 배우자이기도 한 하진이었다.
그러게, 여보. 우리 크리스마스에 뭐 하지?
"소 대표님은 아직도 꿀 떨어지는 신혼이시니까 사모님이랑 단둘이서 오붓하게 시간 보내실 거고-"
한가하게 잠시 한눈을 팔았던 유현은 사실 지금 모여있는 이 사람들 중 가장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입장이었다. 결혼을 했다고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끼고 다니는데 배우자의 얼굴은커녕 생김새나 나이조차 알려지지 않았지, 그런데 정말 결혼을 하기는 했는지 안 그래도 잘났던 얼굴이 나날이 좋아지지, 또 이쯤 됐으면 슬슬 아내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풀어놓을 법도 한데 여전히 아주 철저하게 꽁꽁 감추고 있지, 도저히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이 젊은 CEO들 가운데서도 가장 젊고 액면가는 심지어 '어려' 보이기까지 하는데, 저 곱상한 얼굴과 말라서 작은 몸을 하고서는 그 커다란 So건설을 손수 일으켜 세운 기적의 인물이라고 수시로 화제에 오르곤 했었다. 그 와중에 묘령의 배우자라는 새로운 컨텐츠가 생겨 버렸으니, 유현은 도무지 이런 모임에 빠질 수도, 또 나와서도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잠깐 풀어냈던 얼굴을 다시 환하게 밝히며 제 현실로 빠르게 돌아온 유현이 하하, 웃으며 답했다.
"네, 뭐. 특별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아마 둘이서 푹 쉬지 않을까 싶네요."
"같이 쉬신다니, 사모님도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네, 바쁩니다.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사람이라."
"아하-"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베일에 감춰진 소유현 대표의 아내에 대해 '공사다망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며 눈을 빛냈지만, 사실 그들은 절대, 꿈에도 알지 못할 것이었다. 소유현 대표의 배우자라는 그 묘령의 인물이 바로 이곳에 함께 있고, 또한 유현이 대놓고 데리고 온 비서 두 명 중 한 명인 이 비서라는 걸.
청순하고 늘씬한 미인일 것이다, 아니, 귀염상의 러블리한 이미지일 것이다, 라며 뜬소문만 자자한 그 인물이 바로 저 멀리에 대놓고 있는데도, 심지어 남들보다 머리 하나 이상은 족히 큰 키에 덩치도 커다래서 눈에 단번에 띌 수밖에 없는 저 이하진 비서가 바로 그 묘령의 사모님이라는 사실은 정말 그 누구도 몰랐다.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면 모두가 알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영영 밝히지 않을, 정확히는 밝히지 '못할' 비밀을 마음 가득 안고서 유현은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아, 정치 쪽에 손을 좀 대볼까.... 누구 동성 결혼 합법화 추진하는 정치인 없나....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줄 자신 있는데.
유현은 그렇게 다른 생각에 잠깐 빠져 또다시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고 말았는데도 주변의 사람들은 계속 그 묘령의 사모님에 대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토론하기 바빴다.
"소 대표님 요즘 운동 꾸준히 하신다던데, 그것도 사모님이랑 같이 하는 거라면서요-"
"사모님이 플랜도 다 짜서 리드해 주신다고도 들었어요!"
"그럼 혹시 운동하시는, 아니, 하셨던 분이시려나-? 선수 출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쵸, 그쵸?
하는 눈빛을 열심히 쏘는 그들에게 유현은 그저 생긋, 눈웃음만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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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올 한뼘 BL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BL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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