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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칼 상세페이지

붉은 칼작품 소개

<붉은 칼> “살아서, 같이 여기서 나가자”
우주로 날아간 ‘나선정벌’ 이야기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 7년 만의 장편소설


“소년은 아름다웠다.” 제국의 군대에 붙잡혀 어딘지도 모를 미지의 행성에 총알받이로 끌려가는 우주선에서 그녀가 견딜 수 있었던 건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소년 덕분이었다. 소년은 그녀의 상처와 흉터와 흔적들을 모두 알고 있었고, 소년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괜찮은지, 정말로 괜찮은지, 진심으로 원하는지 되풀이해서 물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도 소년에게 괜찮은지 물었고, 소년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소년은 우주선에서 내리자마자 죽었다.

“그걸로 제국인을 죽여.” 죽은 소년이 나타나 자신의 총을 주며 말한다. 사랑을 잃은 그녀는 싸운다. 칼로 베고 찌르고 때리며 하얀 외계인과 싸우고, 검은 새와 싸우고, 총을 쏘며 제국의 회색 병사들과 싸운다. 그리고 언니들이 있다. 남색 치마의, 연녹색 치마의 언니들이 그녀와 함께 싸운다. 전쟁 노예로 끌려온 남자들과 함께 싸운다. 애초에 목적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총알받이로 죽어 나간다.

그런데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죽었던 남자가 다시 나타나고, 남색 치마의 여자가, 연녹색 치마의 여자가, 그리고 그녀 자신이 또 나타나서 그녀와 함께 싸운다. 안 그래도 악몽과도 같은 전쟁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이 행성은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땅인가. 이 전쟁에 끝은 있을까. “도망쳐. 전쟁 따위 필요 없어. 우린 이미 다 죽었어. 우린 모두 속았어.”

러시아를 비롯 슬라브어 권의 명작들을 꾸준히 번역해서 소개하고, 보태어 수준 높은 호러 SF/판타지 창작으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보라 작가의 여섯 번째 저서이자, 세 번째 장편소설이 7년만에 나왔다. 작가는, 17세기 청나라의 총알받이에 동원되었으나 기적적으로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돌아온 나선정벌을 모티브로 하고, 그 세계를 우주로 확장해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전쟁 이야기를 엮어냈다.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나는 나선정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 나오는 ‘제국의 모델은 스타워즈가 아니고 나선정벌의 원인 제공자인 청 제국이다. 그런데 나선정벌을 우주로 옮겨놓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쓰다 보니까, 쓰면 쓸수록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갔다. 그러나 소설이란 원래 그런 것이므로 딱히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속 썼다.”

그렇게 우주로 날아간 나선정벌 이야기는, 정보라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안개와도 같은 소설이 되었다. 이것이 호러인지, 무협인지, 판타지인지, 역사소설인지, SF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소설이란 원래 그런 것이므로 딱히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저 끝나지 않은 세상의 싸움에 내던져진 한 개인이 견뎌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다면,

“살아서, 같이 여기서 나가자”


출판사 서평

어떤 전쟁 이야기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미래, 성간 여행이 가능한 우주 제국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국군에게 사로잡힌 포로들이 있습니다. 어떤 별에서, 이 포로들은 제국군을 위한 전투에 투입됩니다. 상대는 하얀 외계인입니다. 피부도 하얗고 피도 하얗고 그들이 사용하는 광선 무기의 빛 색깔도 하얗습니다.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포로들은 이 외계인들을 상대로 화약식 발사 무기(현대의 총에 가깝습니다)와 긴 칼을 사용합니다. 《붉은 칼》이기 때문일까요, 이 두 가지 병기 중에서는 칼의 비중이 높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 묘사 중에 특히 백병전에 속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겠죠. 자신이 죽이려는(또한 나를 죽이려 하는) 상대와 가까이 접근할수록 전투와 살인 행위는 감정적인 소모를 필요로 합니다. 이렇듯 백병전에 참여하는 이들의 마음은 감정적으로 증폭되고 고조되며, 이 고조된 이들, 즉 칼을 비롯한 근접 병기를 잘 쓰는 이들이 《붉은 칼》을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백병전의 귀재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깊은 진폭을 지닌 여성들이죠. 이들의 성격이 백병전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는지, 아니면 계속된 전투가 그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흔들어 놓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연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삶이란 그런 거니까요. 내가 어쩌다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자문하기에는 매일 다가오는 오늘을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쟁 중이라면 더하겠지요. 고찰보다는 성능과 효과가 필요합니다. 선조치 후고찰입니다. 스토리 속의 결정적인 순간들은 백병전과 함께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폭발시킵니다.

이 결정적인 순간 외에도 《붉은 칼》은 전투로 가득합니다. 화약 병기와 광선 병기들이 교차하고, 시체가 즐비하고, 전장이 되는 별에 사는 기묘한 토착 생물이 시체의 피를 빨아먹으며, 어째서인지 인간을 죽이려 드는 거대한 검은 새들이 날아다닙니다. SF임을 감안하면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붉은 칼》이 그려내는 전투 및 전후 상황 묘사가 독특합니다. 분명히 치열한 싸움인데, 이 싸움이 그려내는 이미지는 빛과 색채와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칸딘스키풍의 추상이나 20세기 초 미래파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죠.

그래서 《붉은 칼》은 전쟁을 주요 소재로 하는 보통의 SF/판타지와는 다른 느낌을 안겨줍니다. 이 소설 속의 전장은 치열하게 꾸며진 추상 이미지의 전시장처럼 느껴집니다. 이 초현실적인 풍경 안에서 펼쳐지는 백병전은 무협 혹은 거기서 파생된 한국식 판타지 액션 씬과 닮아 있고요. 격렬하고도 상세한 행동 묘사와 '승리 포즈'라고 할 법한 세레모니 행위까지, 이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결국 《붉은 칼》을 지배하는 끝없는 전투의 이미지가 이 소설을 이끈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감수성을 지닌 전투 장면들 말이죠.

이 독특한 전쟁 이미지를 통해 밝혀지는 스토리는, 옛날 조선 조총수들이 청나라에 차출되어 조청 연합을 이룬 뒤 러시아군과 싸웠던 나선정벌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다고 합니다. 춥고 낯선 땅에서 자신들을 업신여기면서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싸워야 하는 운명이죠. 물론 《붉은 칼》의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해 더욱 내밀한 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고독(에 기반한 결핍)이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을 감싼 채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결핍은 어디서 왔을까요?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는 해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전쟁의 이야기, 싸우는 이야기라는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쓰다 보니까 이야기는 내가 아는 종류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로 조금씩 자리가 잡혀갔다. 어떤 투쟁이든 그 싸움 전체는 나라는 한 개인보다 훨씬 크게 마련이고, 나는 그 안에서 내가 겪은 일들밖에 알지 못한다. 글을 쓰면서 나는 세월호 1주기를 많이 생각했다. 광화문 현판 아래 세월호 부모님들과 나의 동지들과 차벽으로 막힌 채 앉아 있던 것, 차벽 위로 물대포가 솟아오르고 차벽 사이로는 우리 편의 끝없는 깃발들이 보였던 것을 생각했다. 앉아 있는 우리를 향해 경찰이 줄지어 다가올 때 옆에 함께 앉아 있던 세월호 어머님하고 손을 꼭 잡았던 것을 생각했다. 민중총궐기를 생각했다. 고공농성 하시는 분들을 만나러 전광판 아래로 굴뚝 아래로 행진하던 것을 생각했다.”

《붉은 칼》은 17세기의 전쟁 이야기를 모티브로, 먼 미래 우주 낯선 외계 행성에서의 전쟁을 다루지만, 작가는 바로 지금 여기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같은 땅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족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투쟁의 현장으로, 싸움으로 내몰린 그 모든 한 개인 개인들의 전쟁 같은 현실 말입니다. 수많은 싸움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다시 사지로 내몰리는 이 소설의 마지막 결말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입니다. 아무리 많은 싸움에서 이기거나 지더라도 아직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요.

“탄핵 가결안이 통과되었을 때 국회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이겼다! 이겼다!’고 외치던 목소리와 하늘을 향해 치켜든 수많은 주먹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개인은 정말로 작고, 그 개인이 던져진 세상은 크고 넓고 그 안에는 수많은 불의와 수많은 싸움들이 있었다. 그 싸움은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깨닫는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그 안에서 나와 같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고,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렇게 누군가를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 작품 《붉은 칼》은 꿈속의 이미지 같은 전장 속에서 결핍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여성들에 대해, 그리고 결국은 작가의 헌사 그대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견디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어쩌면 낯설고 어쩌면 기묘하고 어쩌면 무서운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손을 건네며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서, 같이 여기서 나가자.”


저자 프로필

정보라

  • 국적 대한민국
  • 학력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슬라브어문학과 박사
    미국 예일대학교 동유럽지역학 석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영어영문학 학사
  • 경력 연세대학교 강사
  • 수상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본상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2021.07.07.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SF와 환상문학을 쓰기도 하고 번역하기도 한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붉은 칼》,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등의 장편소설과 《저주토끼》, 《씨앗》, 《왕의 창녀》 등의 소설집이 있고, 많은 앤솔로지에 활발히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안드로메다 성운》, 《거장과 마르가리타》, 《구덩이》, 《유로피아나》, 《일곱 성당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1장 안개 속의 유령들
이중나선 1
2장 더러운 강
3장 이스포베딘
이중나선 2
4장 새
이중나선 3
5장 허공의 별들
6장 행성의 밤
이중나선 4

제2부
7장 소년
8장 잠입
9장 모선
10장 결투
11장 추락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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