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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상세페이지

가정/생활 육아/자녀교육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나를 두드리는 사유
소장종이책 정가14,000
전자책 정가30%9,800
판매가9,800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작품 소개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불안의 시대, 우리에게는 철학하는 엄마가 필요하다”
자꾸만 엄마의 등을 미는 육아 방식에서 벗어나는 방법

나지만, 내가 아닌 존재.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 마주하는 존재와 연결되던 순간부터 엄마들에게는 불안함이 밀려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에 뜨는 거짓말 같은 사건과 사고, 종잡을 수 없는 환경과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공포, 무성의한 타인들의 세계에서 이토록 작고 연약한 존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이 앞선다.
세상에서 유연하게 흔들리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방법을 아이에게 일러주고 싶지만, 사실 엄마들조차 어떻게 감내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젖을 물리는 순간이 자신에게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조차 빠르게 변화하고 이기는 것보다 생존하는 것부터 걱정해야 하는 지금의 시대를 걱정하는 엄마들은 다시 책을 펼친다. 하지만 각국의 육아 방법이라고 쏟아지는 책 속에서 마음은 다시 허물어진다. 정답의 가면을 쓴 채 결국 해답 없는 방법만이 무수하게 솟아 있을 뿐이다. 이제는 ‘방법론’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아이를 표준화하고 획일화한 도표식 육아는 이 불안의 시대와는 연결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시대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엄마식 철학’을 곁에 두는 것이다. 종종걸음 치다가도 멈춰 앉아 꽃을 바라보고 민달팽이들의 맨몸을 아무렇지 않게 매만지는 아이들. 그 따듯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엄마가 가장 간절하게 탐해야 하는 건 나와 내 아이를 위한 ‘단단한 사유’다. 그렇게 철학하는 엄마만이 불안정한 이 시대를 성숙하게 건널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수많은 육아서에서 결코 찾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쏟아진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철학자를 육아 도우미로 두다

한국과 미국에서 오랜 시간 철학을 공부한 작가는 철학은 일상에 있고 작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작가 또한 아이가 태어나자 비로소 한나 아렌트와 니체, 장자와 루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육아와 한 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의 탄생은 엄마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라는 질문 앞에서 ‘아이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아렌트의 신선한 사유를, “엄마의 몸은 아이를 키우는 도구일까?”와 같은 질문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예론을 연결한다. 수많은 질문으로 이루어진 철학의 기본을 마트와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터에서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물과 같다. 거품기 하나만 쥐여 줘도 손가락 열 개를 전부 사용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니체가 말한 아이로 돌아가라는 말은 삶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유쾌함을 지니라는 뜻과 같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어른들에게 무엇이든 “왜?”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아이가 반가운 이유다.

철학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부모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은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아닐까요. 질문을 만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생각을 해보고 또 나름의 싱싱한 질문을 다시 만들어냅니다. 산파술이란 그렇게 단지 아이를 낳은 육체적 출산의 시점에만 행해지는 게 아니라, 이후의 시간에도 일상에서 부지런히 행해져야 합니다. 아이는 좋은 생각과 질문을 낳아 엄마에게 던지고, 엄마는 또 그걸 받아 고민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큽니다.
- <프롤로그>에서

질문하고 골몰한다는 건, 철학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과 같다. 작가 또한 엄마가 된 이후 난생처음 ‘가슴 해방 운동’을 찾아보고 부부간 관계를 장자가 말한 ‘달리는 수레’로 재정립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인 자신도 자라나는 일이다. 철학자를 육아 도우미처럼 곁에 두며 세상과 진중하게 대화하고 깊이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아이가 살아갈 사회에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는 엄마”
사회가 던진 ‘가슴 달린 자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

이 책은 부자나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 독촉하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석구석을 먼저 둘러보는 걸 우선순위로 둔다. 순진한 표정으로 “아빠, 저 아저씨는 추운데 왜 길에서 코 자?”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해묵은 잘못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다. 부모가 되어서야 생각지 않았던 곳까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내 아픔만 보였던 빈약한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안전망을 고르게 타인에게 두어야 한다고, 특히 나보다 연약한 존재에게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우리 사회에 날로 부풀어가는 혐오를 누그러뜨리고 분노를 매만져 주는 일이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측은지심이 옅어지고 혐오와 분노가 가득한 사회. 이런 사회의 문제는 그 사회의 일원인 나 자신도 결국은 그 돌고 도는 분노의 희생양이 된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내 일이 아닌 일은 없다. 불의와 혐오는 방치하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온다.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로 사회의 공포가 점점 더 강력해지는 시대다. 나보다 약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측은지심을 품는 일, 각박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일을 우선시할 때 사회로부터 받은 내면의 공포는 자연스럽게 엷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단단함은 내 아이의 단단함으로 이어지고, 내 아이에게 건강한 세상이 주어질 것이다.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제가 생각하는 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인류 대화의 기록입니다. 그것도 엄청 똑똑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생 고민하신 거라 그 맛과 내공이 남다르지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철학적 주제로 삼아 진지하게 들여다본 철학자는 많지 않지만, 철학자들이 여기저기 한마디씩 언급한 것들은 꽤 많습니다. 직접적으로 아이나 부모 됨에 관해 언급한 것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여기저기 흩뿌려진 이 이야기들을 모아 아이와 육아라는 주제로 엮어보고 싶었습니다. 경험해 보니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인간 존재에 관한 물음에 수없이 부딪히는 과정이더군요. 임신과 출산, 육아의 길을 걸으면서 저는 그 길에 철학의 꽃들이 무수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되니 일상에서 철학이 피어납니다> 중에서

하지만 어디에도 표출할 수 없었던 내 슬픔을 녹여주고 허탈감을 채워준 것 역시 레비나스가 말한 이 ‘나지만 나는 아닌 존재들’이었다. 당시 아직 두 살도 되지 않았던 첫아이는 엄마가 우는 게 낯설어서 떨어지는 눈물을 작은 손가락으로 만져보며 이상한 미소를 지었고, 배 속의 작은아이는 슬픔이 빗방울처럼 뚝뚝 새어 들어오는 그 전셋집 안에서도 무탈하게 꼬물거리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잠시 누워 있을 때 한 놈이 옆에서 꼬무락거리고 또 한 놈은 배 속에서 꼬무락거리면, 바닥에 닿은 등에서부터 천천히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냥 독립적인 나로서만 존재했다면, 엄마가 아니라 그저 한 개인으로만 사고했다면, 아니 애초에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현재 내 삶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내 안의 타인, 나도 아니고 타인도 아닌 존재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임신, 내 안에 아기를 품는다는 것> 중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인생을 살면서 엄마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종교로도 채워지지 않는, 엄마만의 자리. 세상과 처음 만나는 연결고리이자, 내가 이 세상에서 따끈한 밥을 공짜로 얻어먹어도 마음 편할 유일한 사람. 아이에게 엄마의 자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종종 필요할 텐데, 내가 잘 버텨줄 수 있을까. 일단은 수술을 잘 버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그렇게 나는 내 손에 맡겨진 생명들과 잠시 이별을 하고 또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러 갔다.
---<출산 전야, 죽음과 처음 눈 맞추고 인사를 나누다> 중에서

서양철학이 대체로 ‘죽음’과 ‘사유’를 중심으로, 즉 언젠가 ‘죽을’ 운명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사유’에 몰두해 왔다면, 아렌트는 대조적으로 ‘탄생’과 ‘행위’를 철학의 중심에 두었다. 이렇게 ‘탄생’한 인간들이 ‘행위’를 통해 이 우주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그녀에게 탄생이란 귀하고 아름다운 시작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로서 이 세상에 새로 온 존재들. 생각해 보면 엄청난 일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태어났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라니! 그렇기에 우주는 한 인간의 탄생을 기점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아렌트의 인간은 모두 “새로 시작하는 자”들이다. 부모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또 다른 누군가를 자식으로 탄생시킨다. 시작이 시작을 낳고, 우주는 온통 새로운 시작들로 가득하다.
---<탄생, 아기와의 만남> 중에서

장자는 타인이란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 없는 것’이므로 ‘타자라는 수레에 올라타 노닐라’고 조언한다. 그러다 보면 ‘중中’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는데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거 남의 차에 올라타 노는 게 뭐가 어렵겠나 싶지만, 장자의 말은 멈춰 있는 차에 타라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수레, 그것도 내가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수레에 올라타라는 얘기다.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 목숨 걸고 뛰어오르는 제임스 본드처럼. 허공에 뜬 비행기 위로도 폴짝폴짝 뛰는 톰 크루즈처럼.
나는 나 자신의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타인이라는 수레는 나보다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다. 내 속도보다 빠른 경우든 느린 경우든 내 입장에서는 거기에 올라타는 순간 속도 차이 때문에 현기증을 느끼고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자는 그걸 즐기라고 조언한다. 타인을 멈추려 하지 말고 타인의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균형 감각(中)을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타인은 ‘부득이’한 존재라는 점을 유념하자. 타인은 내가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내가 그 속도에 맞춰 균형을 찾는 수밖에.
---<아이를 사랑하기, 남편을 사랑하기> 중에서

우선은 위험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고 스스로 너무 불안해하지 말아야 했다. 똑같은 상처도 엄마가 웃으면서 “괜찮아, 별거 아니야” 하는 경우엔 덜 아픈 것 같은데 엄마가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지르면 훨씬 아픈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불안하다고 아이를 우리에 넣어 키울 수도 없는 법. 아이는 좀 다치고 놀라더라도 세상을 만져보고 그 위에서 걷고 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최대한 아기에게도 안온한 파장을 내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모빌 달 자리 아래에 얼굴을 넣어보고 아, 아기가 주로 보는 공간은 이렇게 보이겠구나, 하며 둘러보는 우리 집은 내 눈에도 새로웠다. 그네를 타다 머리를 아래로 하고 거꾸로 보는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있듯이, 시선을 돌려보니 새로 보이는 것들이 꽤 많았다. 아기가 주로 눕는 곳 바로 위로는 눈부신 조명이 없게끔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머리를 그렇게 넣어보고서야 들었다.
---<흉악한 곰 인형, 무서운 베이비파우더> 중에서

분리 불안은 사람이나 물건 등 애착 대상으로부터 분리될 때, 혹은 분리될 것으로 예상될 때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아이들이 거쳐 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한다. 애착 대상과 떨어지게 되면 심리적 안정을 위해 대신할 물건을 찾기도 하는데, 스누피 만화에 나오는 라이너스의 담요가 대표적이다. 담요를 항상 질질 끌고 다니고 손가락을 빨며 데카르트를 인용하는 이 귀여운 꼬마 철학자가 어찌나 유명했던지 ‘라이너스의 담요LinusBlanket’는 심리학 용어로 굳어지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8개월 무렵이 되면 서서히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곳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아기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인지하고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와, 얼굴에 가시가 나서 조금 까칠하지만 역시 따뜻한 아빠가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엄마 아빠 말고도 더 넓은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고 차츰 느끼고 있다는, 아이의 세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아주 건강한 표시다.
---<분리되어야 연결된다> 중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공포는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다스려야 하는 것이었다. 자매품인 불안도 마찬가지다. 없애려고 들면 더 큰 불안이 찾아올 수도 있다. 불안을 없애준다고 내 곁에만 두었던 아이가 세상을 더 불안해하게 되듯이. 그러므로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는 그 뒤로 더 이상 ‘제거’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공포와 불안은 평생 내 가슴께 어디엔가 담겨 있는 것임을 알게 된 후로 공포라는 주제를 학문적으로 대하는 내 눈이 새로워졌다. 공포와 불안이 꼭 자유의 반대 개념인 것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게 시선의 전환이 있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분리되어야 연결된다> 중에서

우리는 모두 ‘우리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높이’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산다. 그리고 그 높이는 늘 상대적이다. 아이들에게는 대붕 같은 엄마지만, 다른 기준에서 보면 나 역시 그저 한 마리 메추라기인 것처럼. 그러므로 상대의 높이에 다정한 마음으로 시선을 두는 일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선을 바꿔보는 일은 의외로 재미있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세상이, 물구나무를 선 채 거꾸로 바라보는 세상이 재미있듯이.

우리들이 가진 그 다양한 높낮이가 악보의 멜로디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는 늘 까치발을 든다> 중에서

우리 사회에 이토록 혐오의 정서가 짙게 깔린 데에는, 작은 땅덩어리에 모여 살면서 비교하기 좋아하는 습성이 크게 한몫하는 것 같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위는 아래와 끊임없이 격차를 벌리고 싶어 한다. 그 와중에 위는 아래를, 아래는 위를 혐오하고 있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본다. 루소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좁은 땅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비교를 습관화했고, 끊임없이 격차를 벌리려고 했고, 그 결과 혐오가 가득한 사회로 타락해 버린 것이다. 내가 1등인 사회, 그렇지만 혐오가 가득한 비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내 아이가 최상위 계급에서 다른 모든 아이들을 발밑에 두고 그들과의 격차를 한없이 벌렸으면 하는 그런 부모들이 있다면, 루소를 한번 떠올려보면 좋겠다. 그런 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 아이를 파괴하는 악순환이 될 뿐이라는 루소의 말을.
---<남의 아이와 비교하기> 중에서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삼위일체로 마음에 안 들 때, 세상이 수학 문제집 같아서 개념은 없고 문제만 많다고 느낄 때, 그래도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연약한 아이들의 뺨을 때리고 토한 음식을 다시 먹였다는 어린이집 교사의 뉴스가 우리 마음을 한없이 괴롭히지만, 길거리에서 홀딱 벗고 있는 아이에게 점퍼를 입혀준 한 오토바이 운전사의 뉴스가 또 우리 마음에 따뜻한 불을 켠다.

“선로에서 사람을 밀어버리는 것도 사람인데, 그 떨어진 사람을 구하는 것도 사람인 거예요.”
소설가 정세랑은 말한다. 그녀의 소설 《피프티 피플》 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측은지심의 사회를 만드는 것도 사람, 분노와 혐오의 사회를 만드는 것도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비관적 낙관주의로 세상을 산다.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마음> 중에서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공포 앞에서는 모든 사상과 철학이 무기력해 보이지만, 나는 그렇기에 오히려 이런 상황에 철학이 더욱 힘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 우리는 파급력은 크되 파괴력은 크지 않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이 사태가 빨리 극복되려면 공포와 미움의 속도보다 지혜와 정의의 속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바이러스와 공포의 시간> 중에서

삶의 의미, 생生이라는 상태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니체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는 인간의 정신이 세 가지 변화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낙타에서 사자로, 최종적으로 아이로.
우선은 자신의 것도 아닌 남의 짐을 고집스럽게 짊어지고서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살아가는 낙타에서, 이 무거운 짐을 훌훌 내던지고 바람 같은 자유를 얻은 사자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큰소리로 불호령을 내리며 온 세상을 향해 “No!”를 외치는 사자에서, 다시 만물을 유쾌하고 성스럽게 긍정하는 아이로 한 단계 더 변할 것을 요구한다. 즉 내던져 버리고 부정하는 사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내 노력이 부정되더라도 끊임없이 모래성을 쌓으며 즐거워하는 아이, 늘 긍정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아이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세계, 철학자의 눈> 중에서


저자 프로필

이진민

2020.09.0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사 남매, 딸 딸 딸 아들 중 눈치 없이 셋째 딸로 태어나 책 탐 많은 아이로 자랐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맥주를 콸콸 마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만, 가끔은 이 산이 아닌가 보다 싶은 나폴레옹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다 정치철학을 만났고 이거다 싶었다. 정치사상에 깊이 발을 담그며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멜론 장학금을 받으며, 그리하여 또 맥주를 마시며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논문보다는 일상의 다수를 만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와 엄마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움켜쥐고 살았다. 젖을 물리며 안에서 깜빡이는 아이디어들을 황급히 메모했고, 아이를 재우며 둥둥 떠오르는 문장들을 더듬더듬 적어 나갔다. 그렇게 해서, 쓰고 싶었던 첫 책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현재 독일 뮌헨 근교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아직도 가슴속에 쓰고 싶은 책이 다섯 권쯤 들어 있어 행복하다.

brunch.co.kr/@jinmin111


저자 소개

이진민
사 남매, 딸 딸 딸 아들 중 눈치 없이 셋째 딸로 태어나 책 탐 많은 아이로 자랐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맥주를 콸콸 마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만, 가끔은 이 산이 아닌가 보다 싶은 나폴레옹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다 정치철학을 만났고 이거다 싶었다. 정치사상에 깊이 발을 담그며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멜론 장학금을 받으며, 그리하여 또 맥주를 마시며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논문보다는 일상의 다수를 만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와 엄마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움켜쥐고 살았다. 젖을 물리며 안에서 깜빡이는 아이디어들을 황급히 메모했고, 아이를 재우며 둥둥 떠오르는 문장들을 더듬더듬 적어 나갔다. 그렇게 해서, 쓰고 싶었던 첫 책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현재 독일 뮌헨 근교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아직도 가슴속에 쓰고 싶은 책이 다섯 권쯤 들어 있어 행복하다.

brunch.co.kr/@jinmin111

목차

목차
프롤로그_
엄마가 되니 일상에서 철학이 피어납니다


여는 글: 내가 키우는 존재들, 나를 키우는 존재들
임신, 내 안에 아기를 품는다는 것
: 레비나스와 함께 플라톤의 동굴을 탐험하다


엄마가 되었습니다
출산 전야, 죽음과 처음 눈 맞추고 인사를 나누다
: 사르트르를 만나고 돌아와 하이데거와 악수하던 밤

출산, 수술대에 올라 자유를 생각하다
: 자유의 사슬, 누구와 어떻게 묶일 것인가

탄생, 아기와의 만남
: 아이의 눈동자에서 아렌트의 시작을 보다


잠깐만요, 엄마가 된다는 게 이런 것이었나요
수유, 나는 가슴이 달린 채 존재한다. 고로?
: 젖을 물린 채 가슴 해방 운동에 대해 생각하다

엄마의 몸, 엄마의 삶
: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예론이 서글프던 시간들

아이를 사랑하기, 남편을 사랑하기
: 부부의 세계에는 장자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_아빠로 변신하기





그렇게 엄마로 크고 있습니다
흉악한 곰 인형, 무서운 베이비파우더
: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 엄마의 시선 바꾸기

분리되어야 연결된다
: 홉스에게 분리 불안을 묻다

아이는 늘 까치발을 든다
: 아이의 눈높이와 대붕 이야기


아이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남의 아이와 비교하기
: 클레의 그림으로 루소를 읽다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마음
: 맹자, 마루야마 마사오와 함께 아이들이 내몰리는 사회를 진단하다

산타는 대체 언제 와야 하는가
: 시몬 베유, 세상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

바이러스와 공포의 시간
: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접는 글: 아이처럼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경이로운 세계, 철학자의 눈
: 니체는 왜 아이처럼 살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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