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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상세페이지

소설 기타 국가 소설

자고 싶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
소장종이책 정가14,000
전자책 정가31%9,600
판매가9,600

자고 싶다작품 소개

<자고 싶다> “달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비치는 한줄기 빛을 보여줘라.”
최고의 작가, 그리고 최고의 번역가가 일구어낸 최고의 작품들
단편소설의 선구자이며, 단편소설만으로 ‘대문호’라 평가받는 안톤 체호프의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기 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는 ‘문학의 변방’이었던 단편소설을 가장 중요한 문학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한 작가다. 막심 고리키, 나딘 고디머,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블라디미르 나르코프 그리고 또 다른 체호프라 불리는 레이먼드 카버와 앨리스 먼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가 체호프의 작품에게 배웠거나 영향을 받았다. 단편소설의 선구자이자 완성자이며, 단편소설만으로 ‘대문호’라 평가받는 체호프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어로 이루어진 간결한 문장 안에 웃음과 비애, 체념과 전복을 동시에 담은 ‘가장 위대한 단편’들로 인간과 삶에 대한 더 없이 깊은 통찰을 보여준 ‘칼날처럼 날카롭고도 우아한 빛줄기’였다.

러시아어 원전 번역으로 체호프의 문장을 더 정확하고 더 생생하게 구현한 『자고 싶다』는 「관리의 죽음」, 「베짱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 체호프의 대표작뿐 아니라 「우수」, 「반카」 등 현실 고발적 작품부터 「6호 병동」, 「상자 속의 사나이」 등 인간의 위선과 삶의 속됨을 비판한 작품까지 엄선해 수록한 한편, 「자고 싶다」, 「삶에서 하찮은 일」 등 더없이 ‘체호프적’인 작품이지만, 대개의 ‘체호피언’이 아직 만나보지 못했을 작품까지 찾아 더해 ‘체호프라는 세계’의 전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문득은 공명의 문학 브랜드 스피리투스가 야심차게 소개하는 문학 시리즈다.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득 시리즈는 이상과 프란츠 카프카에 이어 에드거 앨런 포, 김유정, 그리고 체호프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을 수 없었던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장이 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사소한 일상에 유머와 풍자를 더해 ‘비극적 유머’로 승화시킨 현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이자 완성자

“나는 거짓과 모든 형태의 폭력을 증오한다. 내게 가장 신성한 것은 사람의 육체, 건강, 지혜 영감, 사랑, 그리고 모든 형태의 거짓과 폭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위대한 예술가라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강령이다. 간결함은 재능의 자매다. 요점이 있고 간결해야 잘 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잘 쓴 이야기를 읽는 일은 한잔의 보드카를 마시는 것과 같다.”

이 책의 표제작이자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일 〈자고 싶다〉는 가볍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안톤 체호프가 증오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신성한 ‘사람의 육체’의 처절한 저항과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그 어떤 작품보다 극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처럼.
‘열세 살 먹은 어린 애보기’ 바르카는 너무 너무도 자고 싶다. ‘두 눈이 감기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하지만 아기는 자지 않고 계속 칭얼댄다. 몽롱해진 바르카.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가 죽어가던 순간도 보인다. 순간,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이가 우는데 잠을 자!”, 주인이 귀를 아프게 잡아당긴다. 아기의 요람을 흔들며 노래를 흥얼거리지만 바르카는 금세 다시 혼미해진다. 새벽이 오자 안주인이 그런 바르카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바르카, 난로에 불 피워!” “바르카, 차를 준비해!” “바르카, 주인님 덧신을 닦아!” “바르카, 계단을 닦아!” “바르카, 맥주 사 와!” 종일 바쁘게 움직이며 일한 바르카. 그런 그녀에게 그날의 ‘마지막 명령’이 내려진다. “바르카, 아기 좀 흔들어 재워!” 바르카는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자기 팔다리를 붙잡아 매고 내리누르며 못살게 구는 그 힘이 무엇인지’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마침내 적을 발견한다. 그 적은 과연 누구일까? 바르카는 그 적을 어떻게 했을까?
〈관리의 죽음〉은 ‘기침’이라는 사소한 사건 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에 길이도 극도로 짧은 소품이지만, ‘자신이 던진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의 비극을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와 대사로 그려낸 ‘비극적 유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따분한 일상의 희미한 바다에서 비극적 유머를 드러낼 수 있는 작가”라는 막심 고리키의 평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관리의 죽음〉이 아이러니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면, 어린 아이와의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해버리는 어른의 이야기를 스피디한 문체로 전하는 〈삶에서 하찮은 일〉은 패러독스에 기댄 작품이다. 거짓 혹은 거짓말 두 개가 엉켜 진실을 드러내는 한편, 아이의 천진함(childlike)과 어른의 유치함(childish)이 엉켜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 그 진실과 부조리를 ‘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귀여운 여덟 살짜리 꼬마’가 오롯이 감당해야만 하는 결말에 이르면, 아이와 눈물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또 하나의 역설을 말이다.
흔히 현진건을 한국의 체호프라 한다. 〈우수〉을 읽다 보면 그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 앞에 놓인 인물의 비참한 현실과 내면을 치밀하고 섬세한 사실주의적 묘사로 전하는 것이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이다. 다만 〈운수 좋은 날〉이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한 차가운 시선으로 이야기했다면, 〈우수〉는 인물의 내면과 하나가 된 뜨거운 목소리가 이야기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또한, 영화 〈올드보이〉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엘라 휠러 월콕스의 시 〈고독〉의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자고 싶다〉의 바르카처럼 〈반카〉의 반카 역시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고된 일상과 가혹한 삶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 반카를 견디게 해주는 것은 ‘오로지 할아버지뿐’이다. 아니 할아버지와 관련한 기억뿐이다. 그런데 그 기억이 너무도 목가적이어서 반카가 처한 현실의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게, 따뜻한 유머가 흐르는 기억과 냉기, 아니 살기 가득한 날카로움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전하면서도 체호프는, 페이소스 가득한 유머로 삶의 비극성을 꿰뚫어 보여준다.

“많은 인물을 그려내는 건 필요하지 않아.
중력의 중심은 두 사람 안에 있어야 해. 그 남자와 그 여자.”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중력은 대개는 사랑을 동반하지만, 가끔은 서로를 밀어낸다. 끊임없이, 그리고 가차 없이. 사랑이 대개는 환상이고, 가끔은 속물적인 것이기도 하기에. 아니, 어쩌면 사랑은 대개 속물적인 것이고, 가끔 환상적인 것이기에.
〈베짱이〉의 올가 이바노브나는 다양한 재능을 갖춘 예술가(라고 주위에서 속삭이는 것을 듣는, 예술가가 되고픈 열정까지는 없는 예술가)다. 그런 그녀 주변에는 출중한 재능이 있는(사람이라고 올가가 믿고 싶어 하는) ‘유명 인사’들로 늘 북적인다(정확히는 북적이게 하고 싶은 것이 올가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유명 인사’가 아닌, 다만
‘선량하고 겸손한’ 의사인 ‘디모프’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 결혼이 ‘하지만’을 전제하고 있었기에 올가는 다른 행복을 찾는다. 그 행복은 유명 인사를 찾는 것. 매번 새로운 유명 인사를 찾는데 열중하던 그녀는 이윽고 재능 있고(사실은 재능 있다고 믿게 된), 앞날이 유망한(실은 그럴 리가 없지만) 화가 랴보프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럼에도 남편, 디모프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아파할 뿐, 그녀를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가는 그런 남편을 “관대함으로 날 짓누르는 사람이야”라는, 그 자신 ‘무척 마음에 든’ 표현으로 ‘자기 연애 사실을 아는 화가들 앞에서 남편 애기를 할 때마다’ 힐난한다. 하지만 랴보프스키와의 사랑은 오래지 않아 끝난다(아니 랴보프스키의 사랑이 끝난다). 올가는 그 사랑의 끝을 ‘질투, 분노, 모멸감과 수치심’과 함께 견딘다(아니 발광한다). 그리고 그 무렵, 남편 디모프카 디프테리아에 걸린 소년을 치료하다(아니, 소년의 ‘디프테리아 딱지를 대롱으로 빨아들여’) 감염, 죽을 지경에 이른다. 올가는 그제야 디모프야말로 “비범하고 드문 사람이라는 것, 자기가 아는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떠올리게 하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결혼 생활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된 ‘참으로 순결하고 정숙하며 순진한 젊은 여인’ 안나가 ‘남편에게 아프다고 하고’ 휴양지 얄타에 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미친 여자처럼 쏘다’니던 중 같은 곳에서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나이가 두 배나 많은’ 바람둥이 구로프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경멸할 만한 천박하고 타락한 여자가 되어버렸’다고 자책하는 한편 끊임없이 ‘자기를 존중하지 않고 전혀 사랑하지 않으며 추악한 여자로 여긴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안나의 사랑과 ‘존재의 고위한 목적과 인간적 가치를 망각한 채 우리가 생각하고 저지르는 일들을 빼고 나면 실상 세상 모든 것이 훌륭하지 않을까.’라고,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채’ 생각하는 구로프의 사랑이 같은 것일 수는 없다. 결국 휴양지에서의 같지만 다른 사랑은 곧 끝나고 안나는 집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안나 세르게예브나도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다른 여자들이 그랬듯 어쩌다 꿈속에서나 애틋한 미소를 지을 것이라 생각했’던 구로프는 ‘어느새 기억은 소망이 되고 과거가 미래와 섞여들’자 결국 안나를 찾아 무작정 도시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둘은 ‘밀회’를 시작한다.
〈베짱이〉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체호프의 말마따나 ‘중력의 중심’에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있는,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다. 두 작품은 모두 한낱 불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체호프의 세계에서 그런 전락은 일어나지 않는다. 두 작품 모두 겉으로는 가장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정작은 인간의 허영과 사랑의 속물성, 그리고 ‘미망과 광기’의 다른 이름이 되곤 하는 사랑의 환상성에 대한 더 없이 가차 없는 진실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통해 인간 삶과 인간 존재의 진실을 발견하게 하는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처럼 말이다.

인간과 삶에 대한 더 없이 크고 깊은 성찰을 ‘단편소설’이라는 작고 얕은 그릇에 담아낸 ‘대문호’
체호프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6호 병동〉은 고결한 지성을 가진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6호 병동의 정신병 환자 이반 드미트리치를 만나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정신병 환자가 되어 6호 병동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이 작품은 체호프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고결한 지성이 사라진 현실에서 만난 단 한사람의 지성 이반 드미트리치가 정신병 환자라는 이유로 그와 교류한 또 다른 지성 안드레이 예피미치를 정신병 환자로 전락시키는 과정과 결말이 당시 러시아 사회와 정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6호 병동〉이 단순한 현실 비판적 작품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비판 속에 그보다 더 깊은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철학이,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자 속의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아주 좋을 때도 솜을 넣은 두툼한 외투에 방수덧신을 신고 우산을 챙겨 다녔기 때문에 남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었던 벨리코프는 주위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희랍어 선생이다. 동료 교사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까지 그런 그를 두려워한다. 심지어는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조차 꺼려한다. 하지만 자신들을 억압하던 벨리코프가 죽고 ‘채 한 주가 지나기도 전에’ 주의 사람들의 “삶은 이전과 똑같이 단조롭고 힘겨우며 무의미하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그들을 진정 억압하고 있었던 것, 아니 그들을 진정 억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자 속의 사나이〉는 이 물음에 대한 철학적 되물음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체호프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유머와 풍자, 역설과 아이러니를 통해.
체호프를 현대 단편소설을 완성한 작가로 평가하는 이유는 이렇듯 유머와 풍자를 통해 역설과 아이러니가 뒤범벅되어 있는 인간의 삶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그토록 짧은 작품에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성찰을 확인하는 일이 체호프를 읽는 진정한 즐거움이며, 이 즐거움이 백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체호프를 읽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저자 프로필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

  • 국적 러시아
  • 출생-사망 1860년 1월 29일 - 1904년 7월 15일
  • 학력 1884년 모스크바대학교 의학 학사
  • 데뷔 1886년 소설 추도회
  • 수상 1888년 푸슈킨상

2014.11.2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안톤 체호프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사실주의 희곡의 대가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 Чехов, 1860∼1904)는 러시아 남부의 흑해 연안 항구 도시인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파벨은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잡화점을 운영했다. 그는 자식들에게 새벽 기도와 성가대 활동을 강요했는데, 그것이 작가의 유년 시절의 지각(知覺)을 지배하게 된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파산해 온 가족이 모스크바로 떠난 후 체호프는 타간로크에 혼자 남았다. 이때부터 체호프는 독립심과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학비를 벌며 공부하던 그는 고학으로 중등학교를 마친 뒤 1879년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단편소설들을 쓰기 시작했고, 졸업 후 의사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에 나섰다. ‘안토샤 체혼테’, ‘내 형의 아우’, ‘쓸개 빠진 남자’와 같은 필명으로 생계를 위해 유머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초기 단편들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소품들이 대부분이었다. 1885년 12월 체호프는 레이킨의 초대를 받아 페테르부르크로 가게 된다.
거기서 드미트리 바실리예비치 그리고로비치와 알렉세이 세르게예비치 수보린을 알게 된다. 1884년 의사 자격을 얻은 후 결핵을 앓는 와중에도 의료 봉사와 글쓰기를 병행하며 풍자와 유머가 담긴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리고로비치는 체호프의 『사냥꾼』을 읽으면서 그의 위대한 재능이 소모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이 무렵 그에게 당대 최고의 작가 그리고로비치가 천재적인 재능을 낭비하지 말고 문학에 집중하라는 조언의 편지를 보내 온다.
이 충고 이후 1887년 봄 무렵부터 체호프는 이전과는 다른, 보다 객관적인 작가로 변모하게 된다. 한편으로 수보린은 체호프에게 고정 지면을 내주었고, 경제적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그의 경제적 후원 덕택에 체호프는 원고 마감 시간과 주제의 제약과 같은 현실적 부담에서 벗어나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황야』, 『지루한 이야기』, 『등불』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되었고, 30세 때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기점으로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다루며 사회 활동에도 참여하였다.
이후 작가로서의 자각을 새로이 하여 단편집 『황혼』(1887)으로 푸슈킨상을 받고 희곡 『이바노프』(1887), 중편소설 『대초원』(1888)을 발표하며 그동안의 스타일에 작별을 고했다. 1890년에는 사할린 섬으로 가 당시 제정 러시아의 유형 제도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에 관한 르포르타주 『사할린 섬』(1895)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대중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으며, 사할린에서 만난 하층민 유형수들과 정부 제도의 부조리는 이후 발표되는 그의 작품이 민중의 삶에 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1892년 모스크바 근교의 멜리호보에 정착한 작가는 왕성한 창작열로 『6호실』(1892), 『문학 선생』(1889∼1894), 『롯실트의 바이올린』(1894), 『대학생』(1894), 『3년』(1895), 『다락이 있는 집』(1896), 『나의 삶』(1896), 『갈매기』(1896), 『농군들』(1897)과 같은 후기 걸작들을 집필했다.
한편으로 농민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톨스토이, 코롤렌코와 함께 기근(饑饉)과 콜레라 퇴치 자선사업을 펼쳤으며, 학교와 병원 건립 등 사회사업에도 참여했다. 1898년 지병인 결핵이 악화되어 크림 반도의 얄타로 이사한 체호프는 우울과 고독 속에서 나날을 보냈는데, 모스크바 예술극장 여배우 올가 크니페르와의 결혼으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시기에 그는 『용무가 있어서』(1899), 『사랑스러운 여인』(1899),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1899), 『바냐 외삼촌』(1899), 『골짜기에서』(1900), 『세 자매』(1901), 『약혼녀』(1903) 등을 발표했다.
1904년 1월 17일 체호프의 생일에 초연된 [벚나무 동산]과 창작 25주년 축하연은 그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었지만, 그의 건강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같은 해 6월 독일 바덴베일레르(Баденвейлер)로 아내 올가 크니페르와 요양을 떠나 거기서 생을 마감했다.


역자 : 이상원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번역을 시작해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콘택트》 《아버지와 아들》 《레베카》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등 90여 권의 번역서를 출판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며 인문학 글쓰기를 비롯한 교양 강좌들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업》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등이 있다.

목차

관리의 죽음
삶에서 하찮은 일
우수
반카
자고 싶다
6호 병동
베짱이
상자 속의 사나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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