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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상처작품 소개

<나비의 상처> “……뭐지?”
침묵이 거북해서 먼저 말은 꺼낸 건 사쿠라이 쪽이었다.
“갑자기 안는 건 기본을 모르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런 계약이었는데?”
아야토가 사쿠라이의 애인이 되는 대신에 시노노메 류를 원조한다. 애인이 되면 당연히 그런 행위도 포함된다. 누가 뭐래도 사쿠라이는 그를 손에 넣고 싶어서 이 계약을 제시한 것이다.
사쿠라이가 그렇게 말하자, 아야토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었다.
“무신경해.”
“……어?”
“게다가 실망이야. 갑자기 나타나서 처음 보는 사람을 애인으로 삼다니. 머리가 이상한 건가 생각했더니 거기에 운치도 몰라. 외모는 꽤 괜찮으니까 기대도 했지만, 엄청난 속물이야. 점심에 낫토가 나오는 정도로 무신경해.”
“……어이, 사람을 낫토랑 같은 취급하지 마.”
“그냥 낫토가 아니라 점심에 나오는 낫토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야 거기에!”
“그런 뉘앙스도 모르는 미숙한 인간이 잘도 대단한 사람인 척 하는 군. 돈만 내면 어떤 일이라도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적어도 내 애인이라고 큰소리 칠 남자가 그렇게까지 못났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뭐야, 이 녀석은.
눈앞에서 신랄한 말을 내뱉는 그가, 그 유현한 무용수와 같은 존재라는 건가?
말이 없을 때까진 아직 이미지가 남아 있었지만, 아름다운 입술에서 총알 같은 독설이 튀어 나오는 것을 사쿠라이는 반쯤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다.
“너, 평소에는 그런가?”
“그런 거라는 건?”
“항상 그렇게 입이 험하냐고 묻는 거야.”
“설마. 당주나 선배에게는 제대로 예의를 갖추고 있어.”
“하긴 그렇겠지.”
“하지만 점심 낫토에게는 달라.”
“……그러니까 언제 나는 낫토가 된 거냐?”
이 몸이,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렸다.
사쿠라이는 그 사실에 어이없고 괘씸하다 생각하면서도, 어디선가 재밌어하는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인을 따르게 하고 정복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풍속관련 가게를 메인으로 경영하는 탓인지, 상당히 깊은 성의 세계도 봐왔다. 그러면서 사쿠라이는 자신이 상대를 굴복시키는 쪽의 인종이라고 생각해왔다. 즐겨서 그런 플레이를 하는 일은 그다지 없지만, 설설 기며 애원과 용서를 조르는 상대방을 보는 건은 즐겁고 귀엽다 생각했다.
결코, 냉정한 말을 듣고 기뻐하는 타입은 아니었을 텐데.
“……원래 나에게는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어.”
“못 들었어, 그런 건.”
“당신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야. 자신의 행동도 잊어버렸어? 뭐 그만큼 무신경하고 기본을 모르는 거라면 할 수 없지.”
독설을 들은 것보다도, 그의 마음에 깃든 상대가 있다는 것에 움찔 가슴이 타서 눌러 붙었다.
“누구야, 그 녀석은.”
“말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조만간 알게 될 거야.”
아야토는 휙 턱을 젖히고 어딘가 이 방이 아닌 곳을 보는 듯한 눈을 했다. 그런 표정을 지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사쿠라이는 또 기본을 모른다고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아야토의 몸을 억지로 끌어안았다.
─상대의 계략에 빠졌다.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이건.
첫머리부터 주도권을 잡혔으니, 앞으로의 탈환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여기에서 솔직히 몸을 내맡기면, 분명 자신은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아야토의 반응은 아니나 다를까, 사쿠라이가 걱정한 대로였다. 조금 전 차갑게 거절했던 눈을 내리깔고, 고급 기모노에 에워싸인 몸이 자신의 품에 폭 안겼다.
─아아.
좋은 냄새다, 라고 생각했다.
기모노에 배인 향이 아야토 자체의 어딘가 달콤한 냄새와 어우러져 어질어질 취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을 때, 아야토는 양손으로 사쿠라이의 아래에서 빠져나가 상체를 일으키고 도망쳐버렸다.
너무하다,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드니 또 부채 끝이 사쿠라이의 목에 닿았다.
“……놀릴 작정이면 이쯤 해둬. 울고 난 뒤엔 늦어.”
읊조리듯이 말해봤지만 허세로 들릴지도 모른다.
“놀려? 기본을 모르는 남자는 그런 것도 모르나?”
말의 의미는 신랄한데도 어딘가 감싸는 듯 치유되는 음성이었다. 이대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다.
“나도 어린아이가 아니야. 당주가 어떤 식으로 시노노메를 지켜왔는지 알고 있어. 그리고 그 풍파를 뛰어 넘은 자만이 무대에 설 자격을 얻을 수 있지.”
무용의 세계는 아수라장이다, 라고 아야토는 말했다.
꿈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귀신이 잠복해 있는 세계. 아야토는 그런 가운데에서 계속 자라온 거겠지.
“시노노메 마나즈루의 육체를 당신에게 맡길게. 그러니까, 마음껏 좋을 대로 해봐.”
여기에서 역학관계가 결정되었다, 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걸 수정하려는 마음이 어쩐지 들지 않아서, 사쿠라이는 아무 말 없이 아야토의 몸을 다시 시트위에 넘어뜨렸다.

*****

조직의 보스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넘긴 ‘일본무용계의 유파 시노노메 류 종가의 스폰서’를 끝내기 위해 찾아간 사쿠라이는 미모의 젊은 무용사 아야토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다.
원조를 계속하는 대신 억지로 애인 계약을 하게 되었지만, 선배이자 의형인 소스케를 맘에 두었던 아야토는 사쿠라이에게 마음만은 주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그에게 더욱 반한 사쿠라이는 몸만이 아닌 마음마저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사쿠라이에게 아야토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 와중 아야토의 재능을 시기하던 소스케가 뜻밖의 행동을 저지르는데……!


저자 프로필

니시노 하나 Hana Nishino

2018.09.12.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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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니시노 하나

코우사카 아키호 그림
유 옮김

목차

나비의 상처
나비의 입맞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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