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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닥터의 불순한 치료 상세페이지

집착 닥터의 불순한 치료작품 소개

<집착 닥터의 불순한 치료> 잔잔한 수면이 햇빛을 반사하며 눈부실 만큼 빛났다.
나도 그의 시선을 좇아 바다 건너편에 빌딩숲을 배경으로 떠 있는 화물선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내가 옆에 있을 때라니…… 또 이렇게 만나 줄 건가요?’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준다면, 안경 뒤에 숨어 있는 눈동자에 나를 비춰 준다면 좀 더 말하기 쉬울 텐데.
“하다노 선생님…….”
“도쿄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대단히 아름답게 느껴지는군요.”
그는 말을 하면서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손등을 살그머니 쓰다듬던 긴 손가락이 얽혀 오며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난 하다노 선생님에게 잡힌 손을 의식하면서 흩어지는 이성을 추슬렀다.
이건 치료다. 무슨 치료인가 하면, 하다노 선생님 이외의 남성도 익숙해지기 위한 치료…….
하지만 그와 손을 잡은 채 걷고 있으려니, 다른 상대와는 이렇게 손을 잡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우리는 대화를 멈춘 뒤 그저 손을 단단히 잡은 채 해안 길을 걸었다.
파도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말소리에 맞춰 내 고동이 두근두근 리듬을 만들었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
이제 마음을 속일 수 없었다. 가슴의 두근거림은 사랑의 전조를 느끼는 소리였다.
“하다노 선생님……. 오늘 선생님과 함께해서 정말 좋았어요. 저기, 오늘 만난 건 남성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라는 사실은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선생님과 둘이서 걷고 있으니까…… 그냥 즐겁네요.”
“치료라…… 그렇군. 세키구치한테 당한 건가.”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다노 선생님은 나를 똑바로 내려다봤다. 그렇지만 햇빛이 안경에 반사되어 그 안쪽에 있는 눈동자를 가리고 있었다. 다만 입매가 기묘하게 비틀어진 건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고 싶었던 나는 안경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이이다카 씨, 너무 빤히 쳐다보면…… 곤란한데.”
하다노 선생님이 햇빛 너머에서 괴로운 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난 왠지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그저 빛에 감싸인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면…… ‘치료’가 과한걸…….”
그가 장신을 반으로 접듯이 허리를 굽혔다.
‘아, 선생님의 눈이 보여.’
난 가까이 다가온 그의 눈동자를 보며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에 따스함을 느낀 뒤에도 그것이 키스라는 걸 한참 동안 깨닫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내 윗입술을 쪽 머금었다가 떨어졌다.
“……어?”
“기분 나쁩니까?”
하다노 선생님은 흡사 촉진을 하면서 반응을 살피는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마치 진찰을 받는 것처럼 ‘아니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다행이군요.”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는 또다시 몸을 굽혔다.
안경 안쪽에 있는 눈동자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키스를 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엔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러자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난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며 무의식중에 그의 입술을 맞이하러 갔다.
입맞춤을 하는 순간, 그는 거기에 있는 정열의 불길을 숨기듯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키스를 하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살짝 뜨겁고 부드러워.’
다시 빈틈없이 맞물린 입술은 처음보다 오래 머물렀다.
그가 비어 있던 손을 뒤통수로 뻗어 내 짧은 머리카락을 바람처럼 어루만졌다.
입술이 떨어지자 우리는 상기된 얼굴을 마주한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감정 때문에 뒤엉킨 사고가 몸속에서 날뛰었다.
심장이 폭발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크게 뛰어 호흡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은 왜 나한테 키스한 걸까?’
묻고 싶었지만 목이 굳어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한 번 더 입술을 겹치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몽상을 하는 자신에게 놀랐다.
좀 더 키스하고 싶다.
나는 하다노 선생님이 좋다.
“선생님…… 왜…….”
“……치료입니다, 이이다카 씨.”
하다노 선생님은 내 질문을 차단하는 것처럼 바다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내 손을 강하게 잡은 채로.

*****

촉진하는 거니까 힘을 빼.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남성과 접촉하는 걸 두려워하는 카즈나.
당연히 스물여섯이 될 때까지 경험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레이디스 클리닉의 의사 하다노.
남성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와 유사 연애를 해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분명 ‘치료’였던 그의 다정한 손길이 점차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입고 있는 걸 벗어. 전부.”
“힘을 빼. 여성의 몸을 아는…… 나한테 맡겨.”
집착 닥터의 진심이 담긴 두근두근 러브 스토리!

슈가처럼 달콤하고 강렬한 TL 소설
슈가 노블 SUGAR NOVEL

매월 20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저자 프로필

아오이 치즈 Chizu Aoi

  • 국적 일본

2019.06.19.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아오이 치즈

우에하라 타이치 그림
이혜인 옮김

목차

하나, 입술로 치료
둘, 울적한 마음
셋, 망설임의 종착점
넷, 욕망의 타깃
다섯, 의사의 눈에도 눈물
후기
초판 한정 SS 『집착 닥터의 불순한 치료』
전자책 한정 SS 『집착 닥터의 불순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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