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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기 전 상세페이지

자기를 찾기 전작품 소개

<자기를 찾기 전> 어떠한 장질부사 많이 돌아다니던 겨울이었다. 방앗간에 가서 쌀을 고르고 일급을 받아서 겨우 그날 그날을 지내가는 수님(守任)이는 오늘도 전과 같이 하루종일 일을 하고 자기집에 돌아왔다.

자 기 집이란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안방 주인인 철도 직공의 식구가 들어 있고 건넌방에는 재깜장사<野菜行商> 식구가 들어 있고 수님이의 어머니와 수님이가 난 지 몇 달 안되는 사내 갓난아이와 세 식구는 그 아랫방에 쟁개비를 걸고서 밥을 해먹으면서 살아간다.

수님이는 몇 달 전까지는 삼대 같은 머리를 충충 땋고서 후리후리한 키에 환하게 생긴 얼굴로 아침저녁 돈벌이를 하러 방앗간에를 다니는, 바닷가에 나와서 뛰어다니는 해녀 같은 처녀이었다.

그 런데 몇 달 전에는 그는 소문도 없이 머리를 쪽찌었다. 그리고 머리 쪽찐 지 두서너달이 되자 또 옥동 같은 아들을 순산하였다. 아들을 낳고 몇 달 동안은 그 정미소에 직공 감독으로 있는 나이 스물 칠팔 세쯤 되고 머리에 기름을 많이 발라 착 달라붙여 빤빤하게 윤기가 흐르게 갈라붙이고 금니 해박은 얼굴빛이 오래 된 동전빛같이 붉고도 젊은 사람 하나이 아침 저녁으로 출입하며 식량도 대어주고 용돈량도 갖다 주며 어떤 날은 수님이와 같이 자고 가기도 하였다.

그러더니 그 동리에 새 소문 하나가 떠돌기 시작하였다.

“수님이는 처녀 때 서방질을 해서 자식을 낳아다지!”

“어쩌면 소문 없이 시집을 가?”

“그러나 저러나 그나마 남편 되는 사람이 뒤를 보아주지 않는다데.”

“벌써 도망간 지가 언제라고. 방앗간 돈을 2백 원이나 쓰고서 뒤가 몰리니까 도망을 갔다든데.”

하는 소문이 나기는 그애 아버지 되는 직공 감독이 수님이 집에 발을 끊은 지 1주일쯤 되어서였다.

수님이는 집에 들어와 머리수건을 벗어놓고 방문을 열며,

“어머니 어린애가 또 울지 않았어요?”

하고 아랫목에 누더기 포대기를 덮어서 뉘어 놓은 어린애 앞으로 바싹 가서 앉아 눈 감고 자는 애의 새큰한 젖내 나는 입에다 제 입을 대어보더니,

“에게 어쩌면 이렇게두 몸이 더울까, 아주 청동 화로 같으이.”

하고는 다시 아래위를 매만져준다.

옆 에 앉아 있는 그의 어머니란 나이 50이 넘어 60을 바라보는 노파는 가뜩이나 주름살이 많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 실룩하게 삼각진 눈을 더욱 실룩하게 해 가지고 무엇이 그리 시덥지 않은지 삐죽한 입을 내밀고서 귀먹장이처럼 아무 말이 없이 한참 앉았더니 잠깐 체머리를 흔드는 듯하더니 말이 나온다.

“얘 말 마라. 아까 나는 그 애가 죽는 줄 알았다. 점심때가 좀 넘어서 헛소리를 하더니 두 눈을 허옇게 뒤집어쓰고서 제 얼굴을 제 손으로 쥐어뜯는데……에 무서! 나는 꼭 죽으려는 줄 알았어.”

수님이는 걱정이 더럭 나고 또 죽는다는 말에 무서운 생각이 나서,

“그래 어떻게 하셨소?”

“무얼 어떻게 해. 어저께 네가 지어다 둔 그 가루약을 물에다 타 먹였더니 지금은 조금 덜한지 잠이 들어 자나보다.”

“그래 그 약을 다 먹이셨소?”

“다 먹였지? 어디 얼마 남았더냐. 눈꼽짹이만큼 남었든걸.”

“그래 아주 없어요?”

“다 먹였다니까 그러네.”


<작가 소개>
1
2
3
판권


저자 소개

서울 출생. 본명은 나경손(慶孫)이며 필명은 나빈(彬). 1921년에 ≪백조≫ 동인으로 등단하였고, 객관적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을 썼다. 작품에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이>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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