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주의 헌터

[본문 중에서]

부드럽지만 강한 힘에 다리가 벌어지고 치켜 올라간다. 은우는 신음했다. 드러난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속수무책으로 열린 몸 사이,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간 차강준의 손이 이윽고 그의 아래에 닿았다.
“흐으!”
“이거 봐, 만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헤프게 입을 벌리고 있잖아.”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처럼 입맛을 다신 그가 협탁에서 가져온 젤을 한 손에 쏟아붓고, 흠뻑 젖은 손가락을 구멍에 천천히 삽입했다.
“으, 으응…….”
몰아닥치는 자극에 허덕이며 힘겨워하는 몸 주인과 달리 이미 부드러워져 있던 점막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윤활유와 능숙한 애무, 그리고 마찰에 빠르게 긴장을 풀고 몽글해져 이물의 침입을 받아들인다. 그래도 행여 다칠세라 서두르지 않고 공들여서 천천히 안을 넓힌 차강준은 네 개의 손가락이 애널을 무리 없이 드나드는 것까지 확인하고서 손을 빼냈다. 그러고는 단숨에 옷을 벗어 던진 뒤, 은우의 위로 나신을 겹쳐 왔다.
“!”
온몸을 내리누르는 탄탄하고도 묵직한 무게감에 놀랄 새도 없었다. 재차 내려앉는 입맞춤 그리고 입술을 가르고 들어와 휘젓는 혀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사이 몸이 반으로 접히듯 다리가 좀 더 벌어지며 올라갔다. 하체를 맞붙인 차강준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핏줄까지 생생하게 돋아 있을 정도로 한계까지 발기한 거대한 성기의 끝 부분을 은우의 항문 입구에 맞추었고.
“잠, 아, 안, 들어가요. 잠깐만요, 잠깐.”
“괜찮아. 충분히 풀었으니까, 들어갈 거야.”
“아니, 그래도, 흐, ……!!”
두꺼운 귀두가 입구를 짓찢듯이 헤치며 파고들었다.
어마어마한 격통과 몸이 벌어지는 느낌에 은우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경련했다. 커다란 두 눈에서 생리적으로 눈물이 투두둑 떨어지고 깔린 몸이 안쓰러울 만치 바들바들 떨려 댄다.
그러나 차강준은 가차 없이 허리를 움직여 그대로 흉기 같은 성기를 진입시켰고, 내벽은 이물의 모양대로 빠듯하게 벌어지며 꾸역꾸역 그의 것을 받아들였다. 오밀조밀하던 주름이 한 자락도 남지 않고 빳빳하게 펴진 채 잔뜩 붉게 충혈되어 버겁게 좆을 받아 문다. 찢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봐, 들어갔잖아.”
“……, ……!”
아래가, 아니 하체가, 몸이 반으로 갈라질 것 같다. 차강준의 말은 맞았지만 틀렸다. 다 들어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한계인데, 더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데 반 혹은 그 이상이 아직도 남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말은커녕 신음조차 억눌린 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소리 없이 오들오들 떨기만 하는 은우의 공포를 읽었는지, 차강준은 고개를 내려 계속해서 이마와 입술에 입을 맞추고 머리며 뺨을 쓰다듬으면서 그가 조금이나마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아무리 시간이 있어도 어마어마한 크기와 굵기의 성기에 적응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그래도 한참이 지나자 하얗게 질려서 당장이라도 숨넘어갈 것 같던 아까보다는 좀 나아져 힘겹게나마 짧은 호흡을 불규칙적으로 내뱉고, 흐리고 잔뜩 뭉개진 헐떡임이라도 토해 낼 수는 있게 되었다.
“……흐, 으, 아으, 하, 아윽, 우윽…….”
은우가 제대로 숨을 쉬고 있고 애널에서 피가 비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차강준은 상체를 겹치고 온몸을 집어삼킬 듯이 끌어안아 입을 맞추며 다시 한 번 허리를 쳐올렸다. 그러자 남은 살 기둥이 내벽을 가르고 쯔거걱 밀려 들어오며, 좆 뿌리가 항문의 입구를 짓뭉갬과 동시에 두꺼운 귀두가 내장의 휘어진 부분을 지나 결장을 뚫었고.
“……!”

[고유 특성 : 〈육식주의자〉의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각성 상태가 활성화됩니다.]

[〈특성 : 육식주의자〉
살아 있는 고기를 먹는 동안 각성 상태가 활성화됩니다.
먹는 고기의 육질이 좋고 크기가 클수록 등급이 상승합니다.
채식주의자 특성과 동시 사용 가능.
단, 아랫입으로 먹어야 합니다.
-현재 먹고 있는 고기 : 성기]

마침내 두 사람의 눈앞에 회색의 박스가 좌르륵 떠올랐으나, 상태 창을 사라지지만 않게 구석으로 치워 버린 차강준은 제 아래에서 헐떡이는 은우에게 다시 집중하며 천천히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기분, 좋지?”
“……우윽, 아읏, 아, 흐아아!”
몸을 통째로 뚫을 듯 들이박힌 거대한 성기가 결장에서 푹 빠져 즈즈즉 내벽을 긁으면서 빠져나가자, 엄청난 배설감과 내장이 통째로 딸려 나가는 듯한 감각에 은우가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지른다. 그도 잠시 귀두까지 나갔던 흉기가 헐어 버린 점막을 도로 파고들어 꾸물꾸물 밀려오자 다시금 배 속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에 숨이 턱 막혀 바르르 떨었다.
“네 배 속이 내 정액으로 가득 찰 때까지, 사랑해 줄게.”
아득해지는 의식 새로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들어 온다. 은우는 부릅뜬 눈을 연신 깜빡거렸다.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며 부옇게 흐려졌다 선명해지는 시야로 차강준의 얼굴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붙잡힌 몸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