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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야월 상세페이지

십오야월작품 소개

<십오야월> 난분분 난분분, 눈발 휘날리는 보름밤의 꿈

그는 강원도 첩첩산중 외딴 시골에서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여태 노총각인 그의 집은 외양간도 닭장도 텅 비어 있고, 잡종 사냥개만이 유일한 그의 벗이다(「십오야월」). 그는 노모를 도와 민박집을 꾸려나가거나(「이제 그는 시인을 믿지 않는다」) 고라니로부터 소중한 당근밭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도망치다가 멈춰 뒤돌아보는 버릇이 있다」). 혹은 면소재지의 작은 도서관을 근거지로 삼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향노루 연구에, 아니 문학에 몰두해 있다(「흰 등대에 갇히다」). 그러나 거의 유일한 혈육인 노모는 먹고사는 일 외에 그의 욕망과 열망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답답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감행한 그에게, 노모는 야밤에 불쑥 전화를 걸어 텔레비전 리모컨 사용법을 물어온다(「출가」). 어쩔 것인가. 그는 다만 늙은 사냥개를 앞에 앉혀놓고 자신이 쓴 시를 절실하게 읽어줄 도리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그는 환몽에 빠져들어 있다.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의 기억이 불쑥 달려들고, 고라니와 산양과 멧돼지와 늙은 사냥개가 능청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뿐인가, 할아버지 할머니 조상님 귀신들까지 나타나 한판 떠들썩한 난장을 벌인다. 현실과 환상이 서로 섞여들며 서로의 경계를 무화시킨다. 그는 해수욕을 갔던 것 같기도 하고 도서관 옥상으로 올라갔던 것 같기도 하다. 금강산 계곡에서 나무꾼을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려면 어떨까. 그의 누추한 삶이 현실이고 그의 욕망과 열망이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욕망과 열망이 현실이면 그의 누추한 삶은 오히려 꿈이 아닐까. 그것도 아무려면 어떨까. 이쯤이면 다만, 이리저리 휘날리는 삶의 누추와 열망과 환몽 따위만이 달빛에 선연할 뿐이다.

누추하고 곤궁한 삶을 감싸안는 환몽과 능청의 소설

김도연의 소설에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를 분간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꿈과 현실을 능란하게 교직해나가는 그 특유의 상상력과 소설 작법은 이미 첫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익히 보아온 바이지만, 『십오야월』은 그보다 한층 분방하면서도 손쉽게 현실의 장에서 이탈하지 않는 무게감과 함께 자조와 비애의 정서를 감싸안는 능청과 익살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런 점은 이 소설집의 큰 줄기를 이루는 산골 농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과는 다소 이질적인 몇몇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중편 「검은 하늘을 이고 잠들다」는 알코올 중독자가 돼 사북으로 돌아온 전직 광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 펼치는 ‘사북 해방 작전’은 우울하면서도 시종 어딘가 유쾌한 기운을 잃지 않는다.
해설을 쓴 평론가 김경수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 밖의 자연의 이질적인 선택항들을 하나의 통사로 엮어내는 김도연 특유의 서술법”이 “이미 이효석에게서 그 효용이 한껏 발휘된 바 있는 독특한 문체”라고 평하며, 이어 “인물들의 순박성과 그로 인해 발휘되는 순간순간적인 희화적 응전, 그리고 그런 것들로부터 종합되는 피카로적 성격이란 측면에서 김유정의 세계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적잖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그런 “특별한 문학적 자양” 덕분에 김도연은 “동시대 작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자신만의 자리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그의 문장들이 눈이 되어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온전히 독자들의 일이다.


울분(鬱憤)과 미혹(迷惑)을 비추는 십오야월의 달빛

강원도 첩첩산중 진부 땅에 사는 소설가 김도연이 소설집 뒤표지에 실을 헌사를 부탁하며 이메일을 보냈다. “이곳은 눈이 많이 와서 그저 화로(火爐) 껴안고 매일 술이나 마십니다. 대충 써주세요. 귀찮은 부탁 드려서 마음이 얼어붙은 눈밭입니다. 소주 한 병 부어야 할 듯합니다.”
다음날 소설을 보낸 뒤 그가 휴대전화로 전송한 문자 메시지를 나는 아직도 저장하고 있다. “소설 보냈습니다. 술 마시러 갑니다.”
여러 날이 지나서야 나는 수도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오피스텔 15층 창가에 앉아 앞을 가로막고 있는 맞은편 오피스텔을 바라보며 그의 소설을 읽었다. 언뜻 봄인 듯하였으나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천지간이 엄동으로, 강원도 산골짝을 휘돌아치던 칼바람에 쓸려온 싸락눈은 오피스텔 15층까지 쌓였다. 차고 불투명한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나는 오래도록 울분(鬱憤)과 미혹(迷惑)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심상대(소설가)

그의 소설은 화려하지 않고 기발하지 않고 유려하지 않다. 낯선 것도 아니다. 파격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새로움이란 망령에 들떠 있지도 않다. 누추하다. 이 누추함을 묵묵히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니 그것은 눈에 쌓인 첩첩산이거나 이승의 흉중과는 상관없이 그저 비추기만 할 뿐인 십오야월의 달빛이다. 담배연기가 그 달빛을 아주 잠시 차단하기는 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누추함은 자신의 삶에 연막을 치거나 음모를 꾸밀 여력이 없다. 누추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삶의 의의를 찾아야 하는 소설쓰기는 말의 게걸스러움과 탐욕스러움이 난무하는 시장판에서 흥행에 대한 기대 없이 현재를 견디는 방식이다. 첫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후 김도연 소설은 한 발짝도 아닌 반보 정도의 행보―차라리 제자리 뛰기라고 해야 할―를 겨우 진전시키고 있다.


저자 프로필

김도연

  • 국적 대한민국
  • 출생 1966년
  • 학력 강원대학교 불문학 학사
  • 수상 제3회 허균문학 작가상
    2000년 제1회 중앙 신인문학상

2014.12.02.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김도연
김도연 1966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다.

목차

십오야월
흰 등대에 갇히다
도망치다가 멈춰 뒤돌아보는 버릇이 있다
이제 그는 시인을 믿지 않는다
동부전선 별일 없다
북호텔
불개
하조대
출가
검은 하늘을 이고 잠들다

해설 김경구 백일몽으로서의 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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