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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란서 영화처럼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불란서 영화처럼

문학동네포에지023
소장전자책 정가7,000
판매가7,000

불란서 영화처럼작품 소개

<불란서 영화처럼>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를 되살리고자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시작했던 문학동네의 [포에지 2000] 시리즈. 그 맥을 잇는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문학동네 포에지] 23번째 작품집은 전연옥 시인의 『불란서 영화처럼』이다.

"똑같은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시인이 시를 안 쓰고 어떻게 살아?” 그러게 말이다. 시도 안 쓰는데 나는 왜 무탈하게 사는 걸까? 아무래도 불치병이다.”
- 개정판 시인의 말 중에서


출판사 서평

■ 편집자의 책소개

난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될까
눈 내리는 변방에 그림자를 구기고 앉아
내 이마를 때리는 고통의 눈발들이
그대의 야윈 발등 위에 일용할 슬픔으로 쌓이기 전에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배운 것이라곤
시린 처마끝에 슬픈 꼬랑지를 감고
어두운 지붕을 향해 묵묵히 그네를 타는 일뿐
--- 「거미」 중에서

누가 뭐라 해도 너의 다리는 아름다워
어두운 찬장 서랍 속에서도
기교적으로 달릴 수 있고
아침햇살과 만나면
눈부신 사랑의 평등한 힘으로
내 발등 위에 신발 자국을 낼 수도 있지만
--- 「바퀴벌레」 중에서

자정이 넘자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예리한 핀침에 의해 나는 표본되었다 숲에는 아직도 곤충들이 살고 있는지 굳어오는 손끝을 움직이며 나는 황홀하지만 풀 한 포기 없는 이곳에서 나는 무얼 먹고 사나 포충망 가득히 날아오르는 날개를 바라보며 조카는 내 몸 깊숙이 또 한 개의 핀침을 박고 한 방울의 에테르로 나를 잠들게 하지만 무엇 때문일까 자꾸만 살고 싶어지는 이 이유는
--- 「곤충채집」 중에서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전연옥 시인의 첫 시집 『불란서 영화처럼』을 문학동네포에지 23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0년 3월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31년 만이다. 초판과 동일한 55편의 시를 싣고 몇 편의 순서만 조정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에서 박재삼, 황동규 시인은 당선작 「멸치」를 가리켜 “우리가 항용 당선작으로 만나는 시보다 스케일이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인 단단함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느낌과 생각에서 오는 단단함이다. 험난한 길을 계속 걸어 ‘전연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쓴다. 초판 해설에서 이광호 평론가는 전연옥의 시에 대해 친근한 일상적 소재들을 가지고 삶과 현실의 묻혀진 부분을 드러나게 하는 명징한 비유체계를 축조하고 있다고 평한다. 그가 택한 소재와 상징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들이지만 시라는 문학적 관습의 틀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적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쉬인이 아닌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당선 소감)로 그는 아직 걸어가는 중일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방법들은
어찌하여 이 모양 이 꼴로 매양 피곤한 것뿐일까
고통의 다리를 뻗고 누워 안식의 깊은 잠을 청할
미래의 내 묫자리가 사나워서 그런 것일까
주일날 늦은 아침
아득한 벌판에 홀로 서서 해바라기를 즐기고
그대로 어둑한 그림자가 되어 저물녘을 헤매일 때
내 사랑은 불란서 영화처럼 우아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때로,
유치했던 기억들은 몸살 나게 아름다워
접어두었던 미래와의 약속을 새롭게 하거나
부재중인 희망도 달무리로 돌아오게 한다
그래서 침묵은 이다지도 낯선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뒤틀린 손금을 보고 진저리를 치겠지만
그리하여 지극히 간단한 보폭으로
악몽의 길고 긴 회랑을 빠져나오겠지만

나는 그때 얼마나 가득해진 모습으로
병약한 내 일생의 녹슨 고리를 벗겨낼 수 있을까
잘 영근 생각으로 선택의 생각을 공손히 다듬고
나를 가두고 있는 불치의 소문들도 떨쳐버릴 수 있다면
그때 내 사랑의 방법들은 좀더 구라파식으로

좀더 삼류적으로 비감해질 수 있을까
사나운 잠자리를 탓하지 않고
원색의 현란한 꿈의 밧줄에
내 사랑의 방법론을 매달 수는 없을까
--- 「불란서 영화처럼」 중에서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올겨울에는 코피 터지게 연애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나의 소박한 희망을 듣고 직장 선배 한 분이 “그럼 권투 선수와 연애하면 되겠네” 하신다.
나는 가끔, 가장 쉽고 가장 단순한 방법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 공연히 서글퍼진다.
그래 올겨울은 권투 선수다.

1990년 2월
전연옥

개정판 시인의 말

똑같은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시인이 시를 안 쓰고 어떻게 살아?”

그러게 말이다.
시도 안 쓰는데 나는 왜 무탈하게 사는 걸까?

아무래도 불치병이다.

2021년 6월
전연옥



저자 소개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불란서 영화처럼』이 있다.

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불란서 영화처럼 / 멸치 / 굴비 / 내 나이 스물하고 아홉에 / 솔베이지 노래 / 제비붓꽃 / 불효 / 로맨스 그레이 / 양파 / 영등포 여자 / 유령 / 콜걸 / 첫사랑 / 실업 / 처세술 / 물위의 집 / 나는 그게 우습다 / 안개 / 선운사 / 거미 / 한강엔 나팔꽃 / 고추 / 연필 / 들러리 / 실연 / 김밥 / 프리 댄서 / 노모 / 고백 / 클레멘타인 / 새우 / 청진동 블루스 / 민달팽이 / 손금 / 마늘 / 메두사 / 내 사랑도 한 편의 시가 되어 / 낙지 / 수제비 / 숨바꼭질 / 영천에 가면 / 방게 / 시인, 그리고 쉬인 / 별 / 까치는 참 춥겠네 /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 콩나물 / 사마귀 / 물잔디 / 바퀴벌레 / 빨래를 하며 / 곤충채집 / 입영일기 / 하면 된다 /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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