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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에세이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소장전자책 정가9,800
판매가9,800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작품 소개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내가 원하는 건 산책이나 도시라는 말을 중심으로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이다.”
도시 속에서 걷기, 건축 속에서 걷기, 예술 속에서 걷기,
사유의 리듬에 맞추어, 소설가 정지돈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소설가의 산문을 엮어 책으로 내는 방식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여러 매체에 실은 시의적 에세이들을 정리한 책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콘셉트 아래 써내려간 에세이.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소설가 정지돈이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담은 일종의 ‘도시 산책기’로,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밀도 높게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원고지 30~50매 분량의 글 스물세 편이 묶여 있으며 짤막한 단상에서는 다 펼쳐 보일 수 없는 확장된 사유를 하나의 주제 아래 넉넉하고 촘촘하게 담을 수 있었다. 정지돈은 젊은작가상 대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할 만큼 건축·미술계의 관심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이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에는 그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예술과 사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방식이 산책이라는 행위와 함께 담겼다. “계획은 모두 망상에 불과하지 않은가. 산책은 이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으며 걷고 머무는 것.” 건축과 혁명, 영화와 문학, 우연과 리듬, 연결과 확장… 사유의 리듬에 맞추어 서울과 파리를 오가다보면 272쪽이라는 페이지수를 능가하는 여러 층위의 시공간과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출판사 서평

서울의 구보, 파리의 플라뇌르
시작은 ‘구보씨’였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21세기 버전 에세이’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편집자의 제안. 그 소설의 내용이나 구보씨라는 인물보다는 문장의 세련된 리듬감이 그가 걷는 경성의 풍경과 만나 빚어내는 분위기가 정지돈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었다. 특히 주요했던 것은 구보씨가 자연이 아닌 도시를 걸었다는 점이다. 고요한 산책이 가져다주는 목가적인 사유와는 다른, 도시를 걸을 때 동반되는 일종의 산만함이 불러일으키는 심상이 있다. 21세기의 도시 산책자는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와 현재,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고 미술과 건축, 역사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온 정지돈 작가이기에 가능한 글이 있으리란 생각에서 시작된 책. 무엇보다 그가 산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구보씨는 플라뇌르fl?neur의 한국형 버전이기도 하다. 플라뇌르는 보들레르에서 시작되어 발터 벤야민에 의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으며 ‘도시 산책자’ ‘만보객’으로 번역된다. 때마침 파리에서 석 달간 체류할 기회가 생긴 정지돈 작가는 서울의 구보와 파리의 플라뇌르를 연결해 사유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낭만적인 도시를 걷는 고독한 예술가의 이미지로 이어지리라 기대할 순 없으리라. ‘정지돈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므로. 작가는 “파리의 도시 문화에서 연유한 플라뇌르는 이성애자 무직(또는 학자나 예술가 같은 얼빠진 직업을 가진) 남성 도시 산책자”이며 “상품과 여성을 소비문화로 누리면서도 산업화의 속도를 거부하고 도시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굴하는 저항적인 태도”를 보인 존재로 의미화하는 건 억지스럽고 따분한 일이라 쓴다. 1960, 70년대 소설과 영화 속 서울을 걷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영상매체가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여성들의 일과 대화, 일상을 다룬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남자들이 주체인 영화에서는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이 일상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소수에 불과하며 거리가 배경이 되면 언제나 성적인 요소가 따라다녔다.” 더불어 “작가에게는 시대를 말해야 한다는 (외부의) 요구와 그와 무관하게 움직이고자 하는 (내부의) 욕망이 존재한다. 구보씨는 이러한 요구와 욕망이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서 특정 사조와 연결될 때 등장할 수 있는 최선의 형상 중 하나”라는 관점은 “예술가를 경계에 선 인물로, 그리하여 플라뇌르로 만들지만 여전히 특정한 종류의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으며 주체로서의 예술가를 상정하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했음을 분명히 한다. “구보씨는 ‘나’의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의 고뇌가 중요한 고뇌라는 믿음 또는 이데올로기가 자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보씨는 작가로서 세계와 자기 자신을 관찰하지만 그러한 관찰을 관찰하진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정지돈 작가는 자신의 산책길 역시 낭만화될 것을 애초에 거부하고 경계한다. 산문 곳곳에 삽입된 작가의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는 흡사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되기까지 한다. 금정연, 오한기, 이상우 작가가 실명으로, 그러나 얼마간 변용된 캐릭터로 등장하여 함께 서울과 파리를 걷는다. 문학과 영화를 비롯해 다방면의 지식과 소양을 가진 그들의 대화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유로이 오가지만, 그 대화가 “검은색 롱패딩을 입은 삼십대 아시아인 남성 문학인 세 명”이라는 젠더/인종적 정체성을 뚜렷이 한 위에 이루어지기에 위트와 유머로 이어진다.

경험의 역설, 여행의 역설
‘예술가가 도시를 걷는다’라는 콘셉트에서 가지게 될 기대 하나를 상기한 바와 같이 빗겨갔다. 그렇다면 서울과 파리에서의 이 경험들이 일종의 여행담으로 분류될 수도 있을까? 하는 기대는 어떨지. 보고 느껴본 나라의 숫자와 그곳에서 체류한 기간, 들러본 곳들의 목록이 그가 진짜로 해본 ‘산 경험’인 것으로 여겨지곤 하는 시대에 맞춤하지 않을지.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도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나니. “경험은 상상력을 제한한다. (…) 동시대가 흥미롭지 않은 건 모든 게 개방되고 평평해져버렸기 때문이다(또는 그렇게 착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여행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으며 그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세상, 그리고 그걸 산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요컨대 “사람들은 뭔가를 겪고 나면 자신이 그걸 아주 잘 아는 것처럼 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연씨가 나보다 서울을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중요한 건 어떤 종류의 경험이냐는 것(어떤 서울이냐는 것)이다.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경험은 백해무익하다.”

프라하? 별로야. 관광객들만 바글바글해. 베를린? 이제 끝물이지. 아이슬란드? 시규어 로스가 탈세로 재판받은 거 몰라? 심지어 욘시는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구…… 멕시코시티가 짱이야. 아니면 트빌리시. 트빌리…… 뭐? 조지아, 그루지아라고도 하는데 거기 수도, 트빌리시. ……미술관도 루브르나 테이트모던 같은 곳은 경험의 축에도 못 낀다. 현지인들이 가는 곳(현지인 맛집), 심지어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곳을 발견해야 한다!(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름) 그러나 외지인과 현지인이 모두 잘 모르는 곳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여행의 역설이다. 평평해진 세계에서 진정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할 때 발생하는 역설. 그러므로 우리에겐 두 가지 역설이 있다.
1. 경험의 역설
2. 여행의 역설
진정한 여행의 달인은 이 두 가지 역설을 모두 뛰어넘는, 또는 개의치 않으면서 통과하는 사람이다. 아니면 플라뇌르처럼 본인이 역설 그 자체이거나.

버지니아 울프와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
도시의 밤거리를 걷는 낭만적인 예술가의 무드도, 여행자로서 내 몸으로 직접 감각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보는 무드도 아니라면 작가가 말하는 걷기와 산책은 무엇일까.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와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을 예로 든다. 정체성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태로 “우리를 잠시나마 일종의 무한 속으로 밀어넣는” 것으로서의 산책.

산책은 거창한 의미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세련된 숍과 산책로가 없어도 우리는 걸을 수 있다. 돈이 없고 친구가 없고 연인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걷는 것이다. 막차가 끊긴 서울 시내를 걷고, 가끔은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도 하고, 퇴근 후에 집에 가기 싫어 정처 없이 쏘다니기도 한다. 울프와 발저의 산책이 좋은 이유는 그들이 걷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않았고 우울해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의 산책은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것이었지만 멜랑콜리해지거나 심각해지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걸을 때만 진정으로 쾌활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산책과 글쓰기가 가진 유일한 공통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거나 결말을 맺어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실한 어느 지점에서, 주제와 의도, 인과와 의무를 망각한 지점에서만 진정한 글쓰기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픽션과 논픽션을 뒤섞는 작업방식, 아이디어와 우연성이 확장돼나가는 것을 관찰하는 그의 글쓰기와도 맥이 닿아 있는 대목이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특정 대의가 아니라-대의에 공감할 때조차-대의들 사이의 틈새였다. 대의를 실천하면서도 대의로부터 (거의) 자유롭게 생활하고 사유하기, 상충하는 대의를 함께 유지하기, 대의들 사이에 공유되는 공간에 머물기. 믿음 없이 살기, 하지만 어떠한 믿음 속에서”라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예술 없이 살기, 하지만 어떠한 예술 속에서’, ‘삶 없이 살기, 하지만 어떠한 삶 속에서’, ‘걷기 없이 걷기, 하지만 어떠한 걷기 속에서’에 가까울지 모른다. 겹겹의 레이어와 촘촘한 레퍼런스를 양껏 누리며, 책 한 권이 어디까지 팽창될 수 있는지 경험해보는 일, 삶과 세계를 소설가로서 접근하여 새로운 (논)픽션을 써나가는 작가의 리듬에 나의 리듬을 겹쳐보는 일,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한 ‘상실의 지점’ ‘망각의 지점’ ‘틈새’에 머무는 자유이리라. 요컨대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으며 걷고 머무는 것.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중편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 장편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산문집 『문학의 기쁨』(공저) 『영화와 시』 등을 썼다.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다.

목차

-들어가며
-말이 되는 도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는 그 반대다 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는 그 반대다 ②
-결국 쇼핑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①
-결국 쇼핑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②
-파리의 벤치들
-결국 쇼핑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③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으며
-샛길: 코로나19 시대의 산책
-인생에서 두 번 저항하기란 어렵다 ①
-인생에서 두 번 저항하기란 어렵다 ②
-두 사람이 걸어가
-라이드 시작 전에 브레이크를 확인합니다
-내가 팔을 들어올릴 때, 내 팔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제거하면 남는 것이 무엇인가?
-죽어서 승리를 거둔 사람들이 살아서 승리를 거두었다면 ①
-죽어서 승리를 거둔 사람들이 살아서 승리를 거두었다면 ②
-시카고는 아무 곳도 아니었다. 정해진 장소가 아니었다. 그저 미국이라는 공간을 향해 방출된 무엇일 뿐이었다 ①
-시카고는 아무 곳도 아니었다. 정해진 장소가 아니었다. 그저 미국이라는 공간을 향해 방출된 무엇일 뿐이었다 ②
-시카고는 아무 곳도 아니었다. 정해진 장소가 아니었다. 그저 미국이라는 공간을 향해 방출된 무엇일 뿐이었다 ③
-남북조시대의 예술가 ①
-남북조시대의 예술가 ②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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