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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수비수들 상세페이지

이별의 수비수들

문학동네 시인선 223

  • 관심 1
소장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30%↓
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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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4.11.04 전자책 출간
  • 2024.10.21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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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2.9만 자
  • 34.5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08149
ECN
-
이별의 수비수들

작품 정보

“인류의 구십 퍼센트는 이별한 사람입니다
십 퍼센트는 이별할 사람이구요”

성실한 이별의 조합원이 되세요!
‘이별을 쓰는 밤의 경비병’ 여성민 9년 만의 신작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223번으로 여성민 시인의 두번째 시집 『이별의 수비수들』을 펴낸다.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쓰기 시작해 2015년 첫번째 시집 『에로틱한 찰리』(문학동네시인선 68)를 펴낸 지 9년 만이다. 그 오랜 기다림은 “찰리는 죽었다”는 선언 앞에서 “부고에 죽었다는 말 대신 좋아하는 낱말을 넣”(「찰리 브라운」)으며 보낸 시간이었을까. “한 편의 시를 위해 이 세상의 감각과 이별하고 상징과 이별하고 자신의 낡은 언어와 이별하는 사람”(미니 인터뷰)이 시인이라면, 이 시집을 여성민이 좋아하는 낱말로 써내려간 지난 9년의 ‘이별 기록’이라고 불러봐도 좋겠다. 첫 시집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오은 시인)하는 공격수의 면모를 선보였던 그는 이별의 수비수가 되어 아직 저물지 못하는 밤의 시간을 펼쳐 보인다.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불가능한 슬픔」, 『에로틱한 찰리』) 하고 말하던 포즈를 바꾸어 “여기까지 내가 아는 슬픔”(「브라운」)이라고 담담히 고백한다.
이번 시집에서 “사랑으로 약해진” “이별의 수비수들”(「나의 아름다운 사회주의」)은 “밥을 먹고 더 약해져야지 좋은 수비수가 돼야지”(「생각」) 하고 다짐한다. 사랑의 수호자 대신 이별의 수비수가 되기를 자처하는 그들은 힘을 빼는 방식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지킨다. 잘 이별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별은 “밥처럼 윤이”(「시인」) 나고 “바밤바 같”(「이별의 눈부심」)이 “부드러운 노동”(「나의 아름다운 사회주의」)이 된다. 더 나아가, “사랑은 어두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복서의 사랑」) 화자에게 이별은 “잠든 얼굴을 찾아 순회하는 선한 목자”(「기적」)가 “물로 포도주를 만”(「반 파인트의 기적」)드는 “종교적”(「루터」)인 행위로 승화한다.
이번 시집은 총 53부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엮었다. 앞선 3부의 제목은 각각 ‘숙희’ ‘선희’ ‘경희’이다. 첫번째 시집 『에로틱한 찰리』에서 각 부마다 ‘보라색 톰’ ‘에로틱한 찰리’ ‘모호한 스티븐’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과 대조적이다. ‘톰’ ‘찰리’ ‘스티븐’이 외국인 남성의 이름이라면, ‘숙희’ ‘선희’ ‘경희’는 한국인 여성의 이름이다. 사랑과 이별은 모든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는 일이란 점에서 보편적이고 통속적인 소재이며, 동시에 한 인간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개별적인 경험이다. 시인은 살면서 한 번쯤 사랑하거나 이별했을 법한 이름들을 통해 그러한 이별의 순간을 고유한 이름으로 호명한다. 제삼자에게는 비슷비슷한 사랑과 이별일지언정, 오롯이 나에게 속한 환희와 슬픔을, 언어로 규명할 수 없는 그 찰나를 ‘숙희’ ‘선희’ ‘경희’와 같은 이름으로 불러보는 것이다. 가령, 숙희에게 사랑은 두부 속에 있는 느낌이다.

이별한 후에는 뭘 할까 두부를 먹을까 숙희가 말했다

내 방에서 잤고 우리는 많이 사랑했다 신비로움에 대해 말해봐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숙희는 말했다

눈이 내렸을까 모르겠다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두부 속에 눈이 멈춘 풍경이 있다고 두부 한 모에 예배당이 하나라고

사랑하면 두부 속에 있는 느낌이야 집에 두부가 없는 아침에 우리는 이별했다

숙희도 두부를 먹었을까 나는 두부를 먹었다
_「숙희」 부분

두부 속을 걷는 감각은 두부의 맛처럼 희미한 동시에 눈보라 속을 걷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이다. 시인은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그 희미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숙희’라고 불러본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육호수는 이 시에서 이별 후의 사랑이 “두부 속에 눈이 멈춘 풍경”이라는 불가능한 이미지 속을 걷는 일이 된다는 점을 가리키며, 사랑과 이별의 실패를 경험한 독자만이 읽어낼 수 있는 기묘한 은유와 더불어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뒤섞는 여성민 시 특유의 재치와 전복을 포착해낸다.
“사랑이 신의 속성이”고 “이별은 인간의 영역”(미니 인터뷰)이라면, 시인은 그 경계에 있는 존재이다. 이 시집의 첫번째 수록작 「인간의 밤」에는 “시인의 가죽을 끌어다 덮어” 밤을 맞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이 잠든 시간 동안 시인이 깨어나 밤을 지킨다. 그의 시에서 밤은 “안을 부드럽게 파내고 한 사람을 가득 채우는”(「인간의 집」) 시간, 즉 사랑의 시간이므로 시인은 곧 사랑을 하는 사람인 셈이다. 또 한 편의 시 「단어의 밝음」에서 ‘나’와 당신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애인이 되거나 시인이 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처음 물이 언 세계가 있고 처음으로 얼음을 깎은 사람이 있다면 얼음을 깎으며 얼굴에 튄 불이 인간의 첫 화상이었을 거예요 손으로 만진 첫 마음이어서 우리가 밤에 하늘을 보며 타인을 덜컥 사랑하는 건 매일 밤하늘을 덮는 저 거대하고 밝은 화상 때문입니다 빛나는 알갱이가 가득해 당신은 애인이 되고 나는 시인이 되지만 우리는 같은 사람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다른 컵으로 물 마시겠지요 식도에서 얼음 깎는 소리를 듣는 당신은 얼음 속의 야곱이겠지요 물을 마시며 화상자국처럼 좁은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진달래를 봤다면 팥죽 쑤는 야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이 밝은 사람이에요 연애하는 시인이거나 시 쓰는 애인이에요
_「단어의 밝음」 부분

시인으로 등단하기에 2년 앞서 소설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여성민은 당선 소감에서 “이 소설은 짧은 시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소설이 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그의 일상에서 쓰인 시 또한 그가 꿈꾸는 이야기의 낙원일 테다. 앞서 인용한 「단어의 밝음」에서 “우리는 같이 밝은 사람이에요 연애하는 시인이거나 시 쓰는 애인이에요”라는 마지막 시구에도 드러나는바, 시인과 화자의 구분이 모호한 여성민의 시는 창작과 생활의 영역이 교차한다는 인상을 준다.
「웨하스」에서 “타인이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써먹어서 시인이” 된 화자는 “「타인과 귤나무」 이런 시도 썼”다고 말한다. 2부에 수록된 「타인과 귤나무」에는 실제로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화자가 등장한다. 한편 「루터」의 첫 행은 “비는 샐러드처럼 와요” 하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고, 「나의 아름다운 프랑켄슈타인」에는 “비는 샐러드처럼 온다고 쓴 시인”이 나온다. 쉬이 연결 짓기 어려운 비유로 쓰인 메타시들은 현실과 상상을 뒤섞으며 이상하고 엉뚱한 낙원으로 독자를 이끈다.
마지막 4부 ‘선희 경희 숙희’는 ‘나’와 세 명의 수비수가 모두 등장하는 시 「낙원」 한 편만이 수록된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이 시에서 네 사람은 “우리를 둘러싼 희미한 대지”를 걸어다니며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금을 긋”고 언젠가 “낙원에 가서 각자 그은 선을 찾아다니자”고 약속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점점 주어를 특정하기 묘연해진다.

허연의 「장마의 나날」을 장미의 나날로 읽은 것이 나인지 선희인지 모릅니다 경희나 숙희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 다시 시작된다고 믿었을까요 (…) 내가 그은 선이 미루나무나 언덕이나 비라고 믿으며 더 많은 선을 그으면 장마의 나날이 올지도 몰라 그 말을 한 사람이 나인지 선희인지 모르지만 들판 여기저기 길고 짧은 선이 늘었습니다 나중에 회색 종이를 구기면 낙원이 생기겠지 사람들은 모르지 언덕을 만들고 급류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외과의사는 자신이 그은 선을 구별한대 언젠가 말이야 낙원에 가서 각자 그은 선을 찾아다니자 그런 말을 하며 걸어가다 돌아오는 나날입니다
_「낙원」 부분

시의 화자는 어떤 시의 제목을 잘못 읽은 것이 “나인지 선희인지 모”르고 “경희나 숙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떤 “말을 한 사람이 나인지 선희인지 모”르며 “언덕을 만들고 급류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시적 순간을 지칭하던 고유명사들이 수비수들을 포괄하는 보통명사가 되고, ‘나’의 경험이 우리의 영역으로 폭넓게 확장하는 대목이다. 혼자만의 슬픔에 한정되어 있던 ‘나’가 타인의 슬픔을 헤아리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랑이 시작되어도 사랑이 끝나도 무관한” 낙원은 다만 시 속에 존재할 따름이다. “그는 자신을 가둘 만한 완벽한 시를 원했지만 어떤 시도 그를 가두지 못했”(「시계의 아름다움」)던 것처럼 현실의 낙원은 결코 끝없이 펼쳐지지 않는다. “여기까지 내가 아는 슬픔”(「브라운」)이라고 말하는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디디고 선 자리에 이별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이제 그 자리에서 당신의 슬픔이 자라날 차례이다.

이별은 좋은 씨앗

이 씨앗을 너에게 옮기고 평생

인간으로 남으리
_‘시인의 말’ 전문

작가

여성민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67년
학력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안양대학교 학사
데뷔
2010년 세계의문학 소설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이별의 수비수들 (여성민)
  •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 (여성민)
  • 에로틱한 찰리 (여성민)
  • 신춘문예 당선시집 2012 (류성훈,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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