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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상세페이지

소설 영미소설 ,   소설 SF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필립 K.딕 단편집
소장종이책 정가18,800
전자책 정가33%12,600
판매가12,600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작품 소개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시간과 공간, 현실과 꿈, 신과 인간, 인간과 기계……
모든 것이 무너진다!

현실을 뛰어넘은 상상력, 철저히 인간적인 감수성
창조력의 정점에서 쓴 필립 K. 딕 단편의 정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의 모티브가 된 <작고 검은 상자>
1990년 폴 버호벤 감독과 2012년 렌 와이즈먼 감독에 의해 두 번이나 영화화된 <토탈 리콜>의 원작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발리스 3부작’의 바탕 아이디어가 담긴 「시빌라의 눈」
『성스러운 침입』의 기본 틀을 마련한 「대기의 사슬, 에테르의 그물」
『닥터 블러드머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전 이야기를 볼 수 있는 「테란 오디세이」등
총 25편, 국내 최초 공개 신작 23편 수록!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한 작가 필립 K. 딕의 장편 12편을 추려 걸작선을 내고 있는 폴라북스에서 필립 K. 딕의 단편집 『도매가로 기억을 판매합니다』가 출간되었다. 1990년에 컬쳐쇼크를 주며 명작으로 등극한 폴 버호벤의 영화와 2012년 새로이 만들어진 렌 와이즈먼 감독의 영화 <토탈 리콜>의 원작 「도매가로 기억을 판매합니다」가 표제작이며, 이 외에 필립 K. 딕이 가장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던 시기의 단편들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도매가로 기억을 판매합니다』에 수록된 단편은 모두 스물다섯 편으로, 1963년에서 1981년, 필립 K. 딕이 죽기 겨우 몇 달 전에 쓴 작품까지 모은 것이다. 이 시기에 필립 K. 딕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유빅』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발리스 3부작’ 등 대표적인 장편들을 써냈다. 장편에 주력했던 시기이니만큼 상대적으로 단편의 수 자체는 60년대 이전에 썼던 단편의 수에 비해 적지만, 필립 K. 딕이 계속해서 탐구했던 주제인 “현실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이 작품집에 살아남아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 연민이 깊게 배어난다. 한 인간으로서 역동적인 삶을 살았고, 작가로서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때의 작품답게 그 울림이 크다.
『도매가로 기억을 판매합니다』에 수록된 작품들은 “나는 내가 아는 나인가?” “여기는 현실인가?”라고 물으며 공고한 현실로만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의심을 던진다. 필립 K. 딕 특유의 주제로 보여주는 그 의심의 대상에는 신, 인간, 죽음 등에 대해 보편적으로 믿는 관념도 들어가있다. 하지만 필립 K. 딕은 이러한 관념을 전복시키는 신선한 자극과 충격을 선사함과 동시에 여기에 등장하는 기반 없이 무너지는 세계 또는 적대적인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군상이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현해냄으로써, 필립 K. 딕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나간 작가인지를 탄복하게 한다.
『도매가로 기억을 판매합니다』는 필립 K. 딕이 어째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SF 작가, SF 작가 중의 SF 작가라고 불리는지, 또한 왜 문학사적으로 재평가받으며 비평계와 일반문학계에서도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지, 어째서 시대를 뛰어넘으며 끊임없이 회자되며 다른 매체로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준다. 아울러 이 단편집은 그의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확인시켜줄 가장 풍성한 선물상자일 것이다.


출판사 서평

나는 내가 아는 나인가? 여기는 현실인가?
- 의심의 세계

필립 K. 딕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자주 나오는 주제이며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문인 ‘현실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표제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위시해 「귀중한 유산」 「은둔 증후군」 「옛 선조들의 믿음」「전자 개미」가 대표적으로 이러한 주제를 파고든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내가 이제까지 나라고 알고 있던 존재가 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거나 의심하면서 시작한다. 그 깨달음이나 의심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명쾌하게 밝히지 않고, 한 번 더 독자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결국엔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함으로써 독자의 허를 찌르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필립 K. 딕의 특성이 가장 잘 형상화된 작품들이다.

신, 시간, 죽음, 기계는 정말 우리가 아는 모습일까?
- 관념의 전복

필립 K. 딕은 진실과 거짓, 현실과 기억 또는 꿈, 나의 존재만이 아니라 신과 죽음, 시간과 같이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개념들에 대해서도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약속은 어제입니다」에서는 모든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지만 그것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세계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시간관념을 시험한다. 「작고 검은 상자」「신성 논쟁」「표지로 판단하지 말지어다」「시빌라의 눈」 「라우타바라 사건」은 신과 구세주, 종교지도자, 불멸 등에 관해서 서구 기독교적인 관점, 형이상학적인 관점, 인간 중심의 관점을 의도적으로 뒤집음으로써 신선한 자극과 상식이 뒤집히는 충격을 동시에 선사한다. 현실과 진실에 관한 의심을 주제로 한다고 앞서 소개했던 「옛 선조들의 믿음」은 신에 관한 관념을 전복하고 약물로 인한 현실 붕괴까지 그리는 등 필립 K. 딕 특유의 요소가 총체적으로 들어간 작품이다.

시대를 뛰어넘은 현대인의 초상
- 마음의 병리학

위의 주제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중심적으로 다루는 단편들도 있다. 우주전쟁이 일어나는 미래부터 우주여행, 혹은 다른 행성 식민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도 언제나 병든 인간이 등장하고, 그 한 사람이 멸망과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을 그린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웃음과 해학을 글 전체에 기조로 삼고 있지만 사실은 소심하고 능력 없는 남자의 여성에 대한 타자화와 경탄을 동시에 보여주는 「모자란 비버 캐드버리」나, 낙태 가능 기한이 점점 더 길어져 어린아이도 살해할 수 있게 된 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를 한층 공격적으로 드러낸 「전 인간」, 핵 전쟁 이후의 정상적이지 않은 인간 군상들이 엮어가는 「테란 오디세이」는 풍자 SF라고도 할 만하다.
「운이 필요 없는 게임」과 「복수전」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정부나 기업과 같은 거대 세력에게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그린다는 점에서, 「컴퓨터 씨가 나무에서 떨어진 날」 「대기의 사슬, 에테르의 그물」 「죽음에 관한 이상한 기억」 「어서 그곳에 도착했으면」은 고립되고 고독한 인간의 마음에 어떤 병이 생겨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21세기 현대인에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시킬 만한 명작들이다.

■ 추천사

“자신의 사상을 펼치는 데 가장 적합한 형식으로 SF를 선택한, 위대한 철학가의 자질을 가진 작가에게 어울리는 헌정 단편선”_《인디펜던트》

“그의 세대에 속한 다른 어떤 작가도 그와 같은 뛰어난 지적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의 기억만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 자체에마저도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_브라이언 얼디스

“모든 장르의 소설가들을 통틀어 가장 독창적인 작가들 중 한 명인 필립 K. 딕은, 유럽의 대부분의 아방가르드 작품을 막다른 골목에서 한 가지 문제에만 집중하는 어리석은 소설로 보이게 만든다.”_《선데이타임스》

“세계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명민함을 보이는 SF 작가…… 내가 셀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훌륭한 단편 소설을 쓴 작가”_존 브루너

■ 본문 중에서

화면에 머서가 돌을 맞는 장면이 나왔다. 돌이 그의 어깻죽지를 때렸다.
조앤은 감응 상자를 들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와 함께 그 고통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면? 저 사람이 정말로 죽을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그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우리도 몰라.” 레이가 조용히 대답했다. - 「작고 검은 상자」

“젠장, 프눌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소령님. 유타 주의 프로보 일대를 점거한 상태입니다.” CIA의 에드가 라이트풋 대위가 보고했다.
호크 소령은 신음 소리를 내며 비서에게 손짓을 해서 기밀 서류함에서 프눌 관계 서류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무슨 꼴을 하고 있나?”
“부동산 판매원입니다.”
호크 소령은 생각했다. 놈들이 마지막으로 나타났을 때는 주유소 직원 모습을 하고 있었지. 이것이 프눌의 특징이었다. 한 놈이 특정한 형상을 취하면, 그 종족 모두가 똑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다. 물론 덕분에 CIA 현장 요원들의 작업이 꽤나 쉬워지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지닌 프눌은 불합리한 존재였고, 호크는 불합리한 적과 싸우는 일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서로의 전열을, 그리고 그 자신의 사무실까지도 흐트러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 「프눌과의 전쟁」

“프레드, 진짜로 가치 있는 경품을 주는 게임을 찾는 일이 중요한 거다.” 그의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알아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노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훌라훌라 인형 같은 것은 필요 없지. 소금물 캔디 상자도 마찬가지고.
카니발 어딘가에 진짜 보물이 숨겨져있을 것이다. 동전 던지기 판일 수도 있고, 다트나 빙고 게임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프레드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운이 필요 없는 게임」

“흠, 그렇다면 한 가지 거래를 제안하고 싶네. 자네의 작은 가족이 화성에 도착하면 일단 그들을 맞아들이게. 그런 후에 자네가 테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주선해주기로 하지. 우리가 모든 비용을 대겠네. 그대신, 자네는 재개발 기술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거나, 그 외 다른 방법으로 자네의 그 불확실한 예감 같은 것을 퍼트리지 않는 거야.” 드윈터박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찌됐든 중요한 시기 아닌가. 곧 첫 이민자들이 도착할 테고. 우리는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바라지 않고 말이네.”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가발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이빨이 가짜라는 것도요. 선생님이 테라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말입니다.”
드윈터 박사는 가발을 기울여 보이고 틀니를 빼 보였다. - 「귀중한 유산」

“진짜로 지구에 와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닙니까, 쿠퍼티노 씨?” 마이어스가 물었다. 그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별다른 변화의 흔적이 없었다. “당신은 이 세계 모두가 약물로 인해 만들어진 죄책감의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그 유치한 약물중독자들과 같은 부류인 거죠……. 당신은 지금 자신이 가니메데에 있다고, 방이 한 스무 개 되는 장원의 거실에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도 자동 하인들에게 둘러싸여서요. 그렇죠?” 그는 날카롭게 웃고는 동료 경관에게 몸을 돌렸다. “가니메데에서는 요즘 자주 일어나는 일이네. 약물이야. 그 추출물을 프로헤다드린이라고 부르더군. 말린 줄기를 갈아서 곤죽으로 만든 다음, 끓이고 졸여서 걸러낸 다음에 종이에 말아서 피우는 거지. 그걸 피우고 나면—”
“나는 프로헤다드린을 피운 적이 없습니다.” 존 쿠퍼티노는 그대로 앞을 보면서 멍하니 말했다. “내가 지구에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뭔가가 잘못되어있어요. 잘 보세요.” 그는 손을 뻗어 자동차의 두꺼운 계기판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마이어스 경관은 그의 손이 손목께까지 사라져버린 것을 볼 수 있었다. - 「은둔 증후군」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동생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해보렴.”
에디 켈러는 부드럽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음……. 저는 동생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가끔 그 애가 대답하기도 하지만 잠자는 시간이 더 많아요. 거의 내내 자고 있어요.”
“지금도 자고 있니?”
아이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대답했다. “아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이 앞으로 가서는 말했다. “네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구나.”
아이는 자기 왼쪽 옆구리 아래쪽을 가리켰다. 스톡스틸 박사는 생각했다. 충수로군. 그곳이 아프다고 했었지. 보니와 조지 켈러는 그 고통 때문에 아이가 걱정되어 병원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 「테란 오디세이」

레러는 신문의 나머지 부분을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의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엥이 일을 끝마치고 나면, 세계에는 더 이상 스와블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신뢰할 수 없는 F.N.M.의 무뢰한들이 불법으로 두어 개 숨겨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사실 아직 엥의 책의 막권, 즉 마지막 한 권이 남아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와블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사각형이었던가? 작았나? 아니면 둥글고 거대했던가? 흠.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이마를 문지르며, 아직 가능한 동안에 그 물체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려 시도했다. 이제 곧 엥이 자신의 막권을 잉크가 묻은 타자기 리본과 반 연의 종이 묶음과 깨끗한 카본지로 돌려놓고 나면, 그 책이나 그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기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떠올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약속은 어제입니다」

스태퍼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냥 수리공일 뿐입니다. 유지 보수를 하는 정도지, 고장 분석도 할 줄 몰라요. 그냥 명령받은 대로 작업할 뿐이죠.”
“그럼 우리가 명령하는 대로 하게.” 그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FBI 요원이 날카롭게 말했다. “왜 제눅스-B가 경보를 발령하고 SAC에 공격 준비 명령을 내렸으며, ‘보복 공격’을 계획한 것인지를 알아내게. 왜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경우에 그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고. 모아들인 정보를 분석해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자유 의지가 있을 리 없지 않나.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해서 행동할 리가 없다고.”- 「신성 논쟁」

퀘일은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았다. “이 비용을 낼 값어치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돈은 엄청나게 많이 드는데, 제가 실제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거의 실제로 화성에 갔다 오는 것만큼이나 비용이 많이 든다고, 그는 생각했다.
“선생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확실한 증거를 얻게 되지요.” 매클레인은 단호하게 그의 말에 반대를 표했다. “필요한 모든 증거를 얻게 됩니다. 자, 보여드리죠.” 그는 자신의 훌륭한 책상 서랍을 열고는, 서류철을 뒤적여 돋을새김이 들어간 마분지 조각을 꺼내며 말했다. “우주선 표 조각입니다. 화성에 갔다 왔다는 증명이 되지요. 엽서도 있습니다.” 그는 네 장의 3D 총천연색 엽서를 꺼내어 퀘일이 볼 수 있도록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사진도 있지요. 카메라를 빌려서 찍은 화성의 풍경 사진도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퀘일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뿐 아니라 선생이 만난 사람들의 이름과 200포스크레드 어치의 기념품도 있습니다. 이건 다음 달 안에 화성에서 도착하게 되지요. 그리고 여권에는 화성에 다녀오느라 맞은 예방 접종 증명서가 찍히게 됩니다. 게다가.” 그는 날카롭게 퀘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보다 선생 본인이 화성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나도, 우리 회사도, 이곳에 왔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선생 마음속에서는 실제 여행과 같을 거예요. 그건 확실하게 보증하죠. 이주일어치의 리콜입니다. 아주 사소한 세부 사항까지 전부 들어가 있죠. 이걸 기억하세요. 만약 선생이 실제로 화성에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언제나 전액을 환불해드립니다. 아시겠어요?”-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절대적인 보호자는 부드럽고 느린 어조로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나의 자식인 그대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민주 동방과 아메리카 서해안의 인민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어려운 임무를 앞두고 있는 하노이의 텅 치엔 동무. 우리는 모두 함께 이 훌륭하고 성실한 사람과 그가 앞두고 있는 임무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내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해 그를 기리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로 결정했다. 듣고 있는가, 치엔 동무?”
“네, 각하.” 치엔은 이렇게 말하고, 특히 그날 밤에 당 지도자가 그 한 사람을 직접 언급하며 치하해줄 확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동료애와는 거리가 먼 냉소적인 느낌만이 들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 방송은 오로지 그의 아파트로만 송출되는 것일는지도 몰랐다. 또는 최소한 이 도시에만 나오거나. 하노이 방송사에서 립싱크로 소리만 입힌 것일지도 몰랐다. 어느 경우든 그는 지도자의 연설을 보고 듣고, 그리고 흡수해야만 했다. - 「옛 선조들의 믿음」

“이렇게 빨리 전화기를 붙잡으시면 곤란합니다.” 의사는 그의 차트를 훑어보며 말했다. “가슨 풀 씨, 트라이플랜 전자의 사장이시군요. 대상의 뇌파를 이용해서 1000마일 반경 안의 특정 표적을 추적하는 목표 한정 발사체를 만드는 회사고. 성공한 분이시군요, 풀 씨. 하지만 풀 씨,당신은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은 전자 개미입니다.”
“세상에.” 풀은 얼어붙은 채로 간신히 대답했다.
“그 사실을 안 이상 우리에게는 당신을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부상당한 오른팔을 검사했을 때 즉시 그 사실을 알았죠. 전자 부품을 확인했고, 그래서 동체를 엑스레이로 검사해본 결과 우리 추론이 맞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전자 개미」

그는 간신히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호킨스 양. 우리는 전부 재진입 시의폭발 때문에 죽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에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그 사실을 알았어요. 다른 누구보다 훨씬 오랫동안 알고 있었습니다. 비상 시간 버튼을 누르자마자 알게 된 셈이죠.”
“하지만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크레인이 말했다.
“아무도 다른 뭔가를 할 수 없었지.” 애디슨은 이렇게 말하며 그녀 허리에 팔을 둘렀다. 마치 데자부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순간 그는 깨달았다. 우리는 닫힌 타임 루프 안에 갇혀버린 거야. 계속해서 이 시간을 살면서 재진입 시의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지. 매번 이번이 처음의 시간이라고, 유일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거지. 몇 번째 시도인 걸까? 백만 번째일지도 몰라. 우리는 여기 백만 번째로 앉아서, 똑같은 사실을 계속해서 나열하면서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자 탈진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모든 사람들, 이런 불가해한 난제에 부딪히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 거대한 철학적 적개심을 느꼈다. - 「시간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

“그 애 부모는 새 법률이 실행되기 전에 그 아이를 보낸 거란다. 지금이라면 합법적인 방식으로 그 아이를 보낼 수는 없어. 이제 너를 잡아갈 수는 없단다. 자, 보렴. 너한테는 이제 영혼이 있단다. 법에 따르면 열두 살이 넘은 아이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런 아이들은 카운티 시설로 갈 수 없는 거야. 알겠니? 너는 이제 안전하단다. 낙태 트럭이 보이더라도, 그건 네가 아니라 다른 아이를 잡아가려고 온 거야. 절대로 너는 아니란다. 잘 알아듣겠지? 그 트럭은 아직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직 전 인간인 아이를 데려가려고 오는 거란다.”
월터는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말했다.
“아직 영혼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안 들어요. 예전이랑 똑같은 기분인걸요.”
“법적인 문제일 뿐이야.” 그의 어머니는 기운차게 대답했다. “연령에 맞춰서 나누는 것뿐이지. 그리고 너는 그 나이를 넘었단다. 주시자 교단이 영향력을 발휘해서 그 법률을 통과시켰지. 사실 그 교회 사람들은 대상 연령을 더 낮추고 싶어 했단다. 그 사람들은 세 살이 되면 영혼이 들어온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절충안이 통과된 거지. 중요한 사실은 이제 네가 법적으로 안전하다는 거란다. 네가 속으로 어떻게 느끼든 간에 말이야. 이제 알겠지?”- 「전 인간」

“오늘은 깔끔하게 회색 샤크스킨 더블버튼 양복을 입고 싶군.” 그는 옷장 씨의 문에 달린 마이크에 대고 똑똑한 발음으로 말했다. “빨간 셔츠에, 파란 양말로 하고.”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벌써 의류 출구는 윙윙대면서 커다란 여성용 실크 블루머 한 벌을 뱉어내고 있었다.
“주는 대로 입으시지.” 옷장 씨의 금속성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공허하게 울렸다.
조 콘템터블은 우울하게 블루머에 다리를 집어넣었다. 최소한 입을 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예를 들어 퀸스의 다중 관제 컴퓨터가 대大미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수건 한 장만을 건네주었던 그 ‘참혹한 8월’의 어느 날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 「컴퓨터 씨가 나무에서 떨어진 날」

“이제 당신에게 감각 자극을 주입하려 합니다. 당신에게 가장 큰 위험은 감각의 상실이니까요. 만약 아무런 감각도 없이 10년을 보내게 된다면, 당신의 정신이 쇠퇴하기 시작할 겁니다. LR4 항성계에 도착하면 식물인간이 되어버리겠지요.”
“그래요, 그럼 어떤 감각을 입력할 생각입니까? 정보 저장고에 뭐가 들어있지요? 지난 세기의 비디오 드라마 같은 거라도 있습니까? 날 깨워주면 잠깐 돌아보고 싶은데요.”
“제 안에는 공기가 없습니다. 당신이 먹을 식량도 없지요. 모두가 수면 상태인 만큼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습니다.” 우주선이 대답했다.
“당신과 대화를 할 수 있잖습니까. 체스를 둘 수도 있겠군요.”
“10년 동안은 무리입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나한테는 공기도 식량도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 상태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안 좋은 절충안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내게는 따로 저장되어있는 정보 같은 것도 없어요. 이런 경우에 취할 수 있는 방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당신의 잊힌 기억을 파내어, 그중에서도 행복한 것들만 강조할 생각입니다. 당신은 206년 분량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중 대부분은 무의식 속에 묻혀있습니다. 이건 감각 정보를 얻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원천이죠. 긍정적으로 생각하십시오. 당신이 지금 겪는 이 상황은 독특한 것이 아닙니다. 내 영역에서는 결코 일어난 적이 없기는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습니다. 긴장을 풀고 나를 믿으십시오. 당신을 위한 세계를 제공해주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어서 그곳에 도착했으면」

아그네타는 헬멧을 벗었다. 이어서 부츠도 벗고 그것을 집어 들던 도중…… 그 형상을 보았다.
그 형상은 그들 세 사람 뒤에 서있었다. 바로 그리스도의 모습이었다.
“여기 좀 봐요.” 그녀는 트래비스와 엘름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형상은 고전적인 흰색 로브에 샌들을 신었고, 길고 옅은 머리카락은 달빛과도 같이 빛나고 있었다. 수염이 난 그의 얼굴은 온화하고 지혜로 가득 차있었다. 아그네타는 지구의 교회에서 하는 광고에서 본 것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로브에 수염, 현명하고 온화한 데다 팔을 살짝 들고 있는 자세까지. 심지어는 후광까지 있었다. 선입견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지. - 「라우타바라 사건」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 저자: 필립 K. 딕 Philip K. Dick
1928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일생을 보냈다. 태어날 때 미숙아였고, 쌍둥이 누이는 갓난아이일 때 사망하였다. 불안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안전강박증에 시달렸고, 마약에 중독되고 결혼과 이혼을 다섯 번이나 경험하는 등 불안한 삶을 살았다.
1952년에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여 36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하지만 딕은 평생을 생활고에 시달렸고, 죽기 몇 년 전에야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1982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가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블레이드 러너>로 영화화되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결국 그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 필립 K. 딕의 소설은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페이첵> <마이너리티 리포트> <임포스터> <컨트롤러> 등의 영화로 재탄생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영화, 드라마의 원작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필립 K. 딕은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대표적인 SF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필립 K. 딕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동시대의 SF들과는 차별화된 소재들을 다루었다. 암울한 미래상과 인간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리며 끊임없이 인간성의 본질을 추구하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확립했다. 1962년에 『높은 성의 사내』로 휴고상을, 1974년에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로 존 캠벨 기념상을 수상했다. 죽은 다음 해인 1983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필립 K. 딕상이 제정되었다. 이 상은 현재 휴고상 및 네뷸러상과 함께 대표적인 SF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 옮긴이: 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아동과학서 및 SF소설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이 브래드버리』『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마이너리티 리포트』『에일리언』『더블스타』『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등이 있다.

목차

서문

작고 검은 상자
프눌과의 전쟁
운이 필요 없는 게임
귀중한 유산
은둔 증후군
테란 오디세이
약속은 어제입니다
신성 논쟁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표지로 판단하지 말지어다
복수전
옛 선조들의 믿음
할란 앨리슨 선집 『위험한 예지』를 위한 모든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이야기
전자 개미
모자란 비버 캐드버리
시간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
전 인간
시빌라의 눈
컴퓨터 씨가 나무에서 떨어진 날
출구는 안으로 향한다
대기의 사슬, 에테르의 그물
죽음에 관한 이상한 기억
어서 그곳에 도착했으면
라우타바라 사건
외계인의 사고방식

부록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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