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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상세페이지

책 소개

<늑대의 왕> “《레미제라블》과 《양들의 침묵》의 환상적인 만남”
이정명, 프레드릭 배크만, A. J. 핀이 극찬한 괴물 신인의 등장!
인간의 탐욕과 원초적 본성을 파헤친 스웨덴판 셜록 홈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35개국 출간, 2018 스웨덴 올해의 책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라는 낯선 이름의 소설가가 돌풍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그의 첫 소설 《늑대의 왕(원제 1793)》은 1793년 스웨덴을 배경으로 신원을 알 수 없는 훼손된 사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로, 비평가들로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같은 수많은 명작에 비견되며 찬사를 받았다. 도발적인 상상력과 섬세한 리얼리티가 결합된 ‘히스토리컬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으며 스웨덴에서 30만 부 이상, 독일에서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법관 출신으로 이성을 상징하는 세실 빙에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싸움꾼 방범관 미켈 카르델이 잔인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데,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과 가을-여름-봄-겨울 순으로 시간을 역행했다가 순행하는 구성을 통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파헤치며, 전쟁과 전염병, 빈곤으로 죽어간 시체들 위에 쌓아 올린 18세기 스톡홀름의 전체상을 그려 보인다. 미켈 카르델이 등장하는 ‘벨만 시인 칼 벨만은 18세기 스웨덴을 상징하는 인물.
누아르’ 삼부작 중 첫 권이다.

충격적 폭력 묘사와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 18세기 북유럽 풍경을 현대 스릴러의 다이내믹한 속도감으로 복원한 역사추리소설. 잔혹함과 아름다움의 긴장감을 통해 인간의 사악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동시에 그려낸다. 탐욕과 타락, 끔찍한 공포로 얼룩져 있지만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_소설가 이정명(《밤의 양들》 《뿌리 깊은 나무》)


출판사 서평

■ 출판사 서평

1793년, 왕이 암살된 이듬해의 스톡홀름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는 호수에 팔다리 없는 사체가 떠오른다

1793년은 프랑스에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스웨덴의 전제군주 구스타프 3세가 가장무도회에서 수하에게 총격당해 죽은 지 일 년이 지난 후다. 갑작스레 왕위에 오른 어린 왕과 그를 조종하는 섭정은 무능하고 귀족들은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벌인 수년간의 전쟁으로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프랑스에서는 혁명 소식이 전해져 민중의 불만을 더욱 끓어오르게 한다.

1793년 가을, 방범관 미켈 카르델은 파트부렌 호수에 사람이 죽어 있다는 부랑아들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스톡홀름의 오물이 모이는 장소인 더러운 호숫물에 직접 뛰어든다. 토막 난 짐승 사체인 줄 알았던 그것은 팔다리가 절단된 시신으로, 눈도 없고 이도 없고 혀도 잘린 채로 달빛 아래 금빛 머리카락을 빛내며 둥둥 떠 있다. 카르델은 사체를 붙들고 헤엄쳐 뭍으로 돌아오면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러시아와의 해전에 참전했던 카르델은 포탄에 한쪽 팔을 잃는 바람에 물에 빠진 전우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한편 명석한 두뇌와 끈질긴 심문으로 법관으로서 유명세를 떨치면서도 외톨이로 지내던 세실 빙에는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폐결핵을 선고받은 터다. 어느 날 그는 호수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해 비밀리에 수사해달라는 치안총감의 부탁을 받게 된다.

죽어가는 탐정과 공황에 시달리는 조력자,
두 사람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검시를 위해 시체안치실을 찾은 빙에와 호기심에 거짓 핑계를 대고 참관한 카르델은 시신의 몸에 난 상처 중 어떤 것도 직접 사인은 아님을 파악한다. 양팔과 양다리는 절단된 부위가 아물고 나면 다른 부위를 절단하는 식으로 목숨을 붙여둔 채 오랫동안 공들여 훼손되었던 것이다. 빙에는 사체에서 살인자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을 읽어낸다. 빙에는 수사를 위해 카르델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카르델은 끔찍한 시신 앞에서도 냉정할 만큼 침착한데다 자신의 약점과 거짓말까지 꿰뚫어보는 빙에의 태도에 애꿎게 화를 내고 만다.

빙에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평생 의지해온 이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행동하려 하며, 고통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그에 비해 카르델은 전장에서의 참혹한 기억으로 환상통과 악몽에 시달리며 알코올과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던 중이다. 거구의 싸움꾼인 카르델과 냉철한 이성의 수호자 빙에는 상극처럼 보이지만,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두 사람 사이에는 차츰 우정 비슷한 것이 생겨난다.

하지만 과연 빙에의 의지가 병약한 신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들을 돕는 치안총감은 상부의 미움을 사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새로운 총감이 부임하면 수사는 물거품이 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1793년의 냄새와 온도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철저한 고증과 사실적인 묘사

《늑대의 왕》의 독특한 위상은 미스터리이되 한편으로는 역사소설이라는 점에 있다. 20년간 전제군주로 군림하던 구스타브 3세의 암살은 스웨덴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했고, 18세기 후반은 세계사적으로 중세의 어둠이 물러나지 않은 채 근대성의 맹아가 움트고 있는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소설 속 스톡홀름은 18세기 스웨덴에 대해 일반적으로 떠올리기 쉬운 목가적인 이미지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고통과 절망을 드러내 보인다. 준비 없이 시작된 대러시아 전쟁의 참상과 그 후유증,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쌓여가는 시체들, 빈민 구역의 열악한 환경, 기형으로 뒤틀린 신체, 분뇨가 가득 쌓인 거리… 특히 땅이 얼어 매장되지 못하고 쌓인 채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신들, 강렬한 시취를 풍기며 부패한 시체의 몸속에 자리 잡은 벌레나 쥐떼, 끔찍한 방법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 등은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묘사되었음에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한편 이 소설의 작중인물들은 양털이며 말털로 만든 가발을 쓰고 아침이면 요강을 비우고 우물에서 몸을 씻는데, 당시 사람들다운 행동과 일상이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의사는 나쁜 피를 빼내는 방법이라며 환자의 가슴에 양잿물로 상처를 내고, 사형집행장에는 구름 같은 구경꾼이 몰려 참수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왕실에 대한 비난이며 프랑스혁명 소식이 은밀히 퍼져 나가는 카페와 술집, 퇴폐적인 환락가와 매음굴, 인물들이 추격전을 벌이는 스톡홀름의 뒷골목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현장감을 자아낸다.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
입체적으로 설계된 1793년의 가을, 여름, 봄, 겨울

4부로 나뉜 《늑대의 왕》 1부와 4부는 빙에와 카르델의 수사를 다룬다. 가을이 지나 겨울에 접어들면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지만 빙에는 점점 더 병세가 깊어지고 매일같이 죽음에 가까워진다. 2부와 3부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봄과 여름으로 돌아가 서로 다른 두 인물을 따라간다. 각 부는 독립적으로도 극적인 이야기로서 완결성을 지니고 있거니와, 핵심 사건과 인물들의 연관성은 전개에 따라 서서히, 으스스하게 드러나며 긴장감을 지속시킨다. 4부에서 모든 의문이 풀리면, 단순히 역사적 배경이나 스쳐가는 장면, 단역으로 보였던 인물들이 중요한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와 함께 작품 곳곳에 숨겨진 비유와 상징, 아이러니를 찾아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 도시에서는 누군가의 선의가 오히려 타락할 기회를 제공하고, 불의는 친절을 가장해 접근한다. 술수와 계략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늑대들은 속내를 감춘 채 물어뜯을 기회를 노리고, 이들을 피하지 못한 토끼들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더 깊은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늑대 중의 늑대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거침없고 독특하게 장르를 뒤섞어 범죄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단숨에 새로이 정의해 버린 《늑대의 왕》은 독자를 강렬한 불안에 휩싸이게 하면서 외면할 수도 없게 하는 페이지터너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이 책은 지적이면서도 생경한 스릴러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Niklas Natt och Dag
1979년생으로 칼마르 대학에서 수학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작가를 꿈꿨다. 스웨덴 남성잡지 〈슬리트Slitz〉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칼럼과 소설을 쓰고 있다. 2017년 발표한 데뷔작《늑대의 왕(원제 1793)》은 스웨덴에서 30만 부, 독일에서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독일, 스웨덴, 프랑스, 포르투갈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35개국에 번역계약이 체결되었다. 18세기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벨만 누아르 삼부작’ 중 첫 번째 책으로, 2019년 출간된 후속작 《1794》 또한 출간 즉시 여러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밤과 낮’이라는 의미를 지닌 나트 오크 다그는 현존하는 스웨덴 최고最古의 귀족 가문으로, 이 성은 가문의 문장인 금색과 푸른색으로 위아래가 나뉜 방패에서 유래했다.

옮긴이 송섬별
이화여자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더 잘 읽고 쓰기 위해 번역을 시작했고, 출판 번역을 시작한 이래 주로 여성, 성소수자, 노인과 청소년을 다루는 책에 관심을 가졌다. 앞으로도 소수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꾸준히 소개하고 싶다. 옮긴 책으로는 《패시지》《당신 엄마 맞아?》《애너벨》《다크 챕터》《너를 비밀로》《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등이 있다.

수상 내역
스웨덴 추리소설가협회 “2017 올해의 신인”
스웨덴 크라임타임 스펙세이버스 어워드 “2018 올해의 데뷔작”
스웨덴 스토리텔 어워드 “2019 최고의 소설”
스웨덴 보니어스 북클럽 선정 “2018 최고의 책”
노르웨이 〈아드레세아비센〉선정 “2018 최고의 범죄소설”
노르웨이 〈아프텐포스텐〉선정 “2018 최고의 범죄소설”
노르웨이 〈다그블라데트〉선정 “2018 최고의 인기작”
벨기에 〈우모〉선정 “2018 최고의 소설 12권”
영국 〈선데이타임스〉추천 “2018 여름에 읽을 책”

추천사
강력하고, 잔인하고, 복잡하며, 매혹적인, 지난 20년간 읽은 것 중 최고의 역사 스릴러
_A. J. 핀, 《우먼 인 윈도》 작가

스릴과 불안을 안겨주는, 영리하고도 아름다운 작품
_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작가

치밀한 반전과 강렬한 감정을 지닌 뛰어난 이야기
_나타샤 풀리, 《필리그리 거리의 시계제작자》 작가

<늑대의 왕>은 거침없고 독특하게 장르를 뒤섞어 범죄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단숨에 새로이 정의해 버린 뜻밖의 걸작이다.
_아르네 달, 《미스테리오소》 작가

<늑대의 왕>은 멋진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친 듯이 멋진 책.
_말린 페르손 지올리토, 《퀵샌드》 작가

<늑대의 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주목할 만한 좋은 작품이다. 우선 1793년이라는 시대를 솜씨 좋게 묘사하고 있으며, 또 지극히 잘 쓴 작품이다.
_레이프 GW 페르손, 《용을 죽인 형사》 작가

윌리엄 호가스의 그림 〈난봉꾼의 행각 일대기〉, 조반니 다 모데나의 〈연옥〉을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 살인과 신체훼손은 물론 폭행, 강간, 알코올중독, 전염병, 부패한 권력, 절도, 스파이 행위, 매춘, 사형 등이 등장한다. 18세기 유럽에 비하면 〈왕좌의 게임〉이 더 밝게 느껴질 정도다. 《늑대의 왕》의 가장 큰 성취로는 당대의 정치 상황에 대한 신중한 묘사와 함께 타락한 세상을 고통스러울 만치 선명하게 그려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셜록 홈스를 조금씩 연상시키는 강력한 소설.
_실비아 가르시아 모레노, 《뷰티풀 원스》 작가/ 〈NPR〉 서평

…《늑대의 왕》은 현대 경찰소설의 전형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탐정과 떠들썩한 조수라는 구도, 그리고 부패한 경찰 관료와 이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정치인 사이의 덧없는 춤사위, 심지어 스톡홀름의 경찰들이 마셔대는 커피까지도 경찰소설의 전형을 닮아 있다. 마지막 50페이지에서는 스릴에 굶주린 독자들을 만족시킬 정도의 풍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소름이 돋은 독자들이 밤새도록 읽게 만드는 것은 단언컨대 이 소설의 잊을 수 없는 마지막 문장일 것이다.
_엘리자베스 핸드, 《별난 장난감》 저자/ 〈워싱턴포스트〉 서평

강렬한 현장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인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마치 〈트루 디텍티브〉의 한 시즌처럼 읽힌다… 쉽게 잊을 수 없을 책.
_〈USA 투데이〉

노련한 데뷔 소설… 이안 피어스의 《핑거포스트 1663》을 연상시키는 플래시백과 다중시점을 사용한 이 책의 구조는 서스펜스를 고취시키고 인물의 깊이를 더한다. 스웨덴 범죄소설가협회가 2017년 최고의 데뷔 소설로 선정.
_〈퍼블리셔스 위클리〉

나트 오크 다그는 데뷔 소설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이를 수사하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찰하는 동시에 이 범죄의 심리학적 동기를 탐구한다… 으스스하면서도 생각을 자극하는 소설. 거침없으면서도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쓰인 미스터리.
_〈커커스 리뷰〉

역사적 긴장감에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양들의 침묵》이 만난 듯하다. 톰 롭 스미스의 소설 《Child 44》 이후 이런 장르의 책은 처음이다.
_〈보크복센〉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배경 묘사가 뛰어나고 시대의 초상을 훌륭하게 복원했다. 당대의 전형적 표현과 오늘날의 소설적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_〈다겐스 뉘헤테르〉

매력이 넘치는 책이고,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저자는 결코 더러움, 숙취, 오물, 냉소, 가난, 질병의 묘사를 외면하지 않는다. 매 페이지마다 눈물 나게 흥미롭고, 독자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놀라운 데뷔작이며 소설의 메시지도 뛰어나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에 대해 이처럼 잘 쓴 책도 드물다.
_〈아프톤블라데트〉

목차

차례
1부 인데베토우의 유령_1793년 가을
2부 피와 포도주_1793년 여름
3부 나방과 불꽃_1793년 봄
4부 늑대 중의 늑대_1793년 겨울

본문 발췌
시체는 조금도 썩지 않은 상태였으며 눈알이 없는 텅 빈 눈구멍이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찢어진 입술 안에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머리카락에는 여전히 광택이 남아 있었다. 밤과 호수의 어둠이 아무리 그 색을 흐리게 했어도 머리카락이 밝은 금빛인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는 바람에 카르델은 물을 먹고 컥컥댔다.(17쪽)

“인베토에서 일하는 빙에 씨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인데베토우 청이지. 어쨌든 내가 세실 빙에다.”
아이는 마치 증거가 없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저분한 금빛 머리카락 뒤에서 그를 슬쩍 보았다.
“성곽 언덕에서 여기까지 제일 빨리 뛰어오는 사람한테 돈을 준다고 했어요.”
“그래?”
아이는 모자에서 비죽 튀어나온 머리 한 가닥을 입으로 질겅질겅 씹었다.
“제가 제일 빨리 뛰어왔거든요. 옆구리가 아프고 입에서 피 맛이 나고 이제 젖은 옷을 입고 밖에서 자야 할 신세예요. 이런 고생을 했으니 대가를 받아야겠는데요.”
소년은 자기의 대담한 제안에 스스로 놀랐다는 듯 숨을 참았다. 빙에는 소년에게 차디찬 시선을 던졌다.
“똑같은 심부름을 하는 다른 아이들도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다들 올 텐데 그때 다시 흥정하면 되겠구나.”
소년이 실수한 걸 깨닫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빙에는 동전지갑을 열어서 아이가 달라는 동전을 꺼내 엄지와 검지로 쥐었다.
“네가 오늘은 운이 좋았구나. 나는 참을성이 없거든.”
소년이 어렴풋이 웃었다. 앞니 두 개가 다 없어서 뻥 뚫린 구멍 사이로 혀가 쏙 나오더니 코에서 흐르는 콧물을 훑었다.
“치안총감님이 찾고 계세요. 지금 당장 대장장이 거리로 오라고 하시던데요.” (26~27쪽)

“아무 말 마십시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당신이 말했듯, 저 역시 동정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이런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우정을 쌓자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의 시련을 함께 겪는 동안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터놓고 아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뿐입니다. 지금은 눈앞의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저는 위로의 말은 싫습니다. 제 친구가 되지 말아주십시오, 예안 미샤엘. 시간이 얼마 없고, 어차피 남는 건 슬픔뿐일 겁니다.” (106쪽)

세기 초, 네덜란드 상인이 스톡홀름에 역병을 가져왔을 때 죽은 자들을 묻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카타리나 교회 묘지에는 이불에 둘둘 말린 시체들이 높이 쌓였고 매장할 자리가 모자라 석회를 뿌린 뒤 그 자리에 일주일도 넘게 두어야 했다. 여기 목초지에 묻힌 나머지 시체들은 사정이 좀 나았다. 목초지 마지막 집들 뒤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서 그 안에 한꺼번에 묻었던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목초지는 다른 땅에 비해 비옥했다. 이 저택의 정원은 첫 서리가 내리기 직전까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시들 줄 몰랐지만 정원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절대로 삽을 깊이 집어넣지 말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129쪽)

“크리스토페르 블릭스, 채무가 돌아가는 구조를 전혀 모르는구나.” 그러면서 쉴반은 내 어깨에 팔을 걸쳤어. “자, 크리스토페르, 이곳에 갓 도착해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너에게 내가 대도시에서의 생존법을 한두 가지 알려주지.”
(…)
“중요한 건” 하고 쉴반이 속삭였어. “한 사람한테서 너무 많은 돈을 빌리지 않는 거야! 자, 예를 들어 네가 요나스 실페르한테서 이 리크스달러를 빌렸다고 치자. 당연히 그 돈으로는 포도주와 여자, 노래 같은 필수품을 사야 하니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지. 그럼 그때 또 다른 지인을 찾아가서 사 리크스달러를 꾼 다음에 실페르를 불러 상환 약속을 잡는 거야. 나머지도 곧 갚겠단 약속으로 일 리크스달러를 먼저 주고 나면, 자, 블릭스, 네가 흥청망청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남았을까?”
“삼 리크스달러!” 내가 속삭였어.
“그래, 크리스토페르. 이 공식을 되풀이하는 거야. 넉넉한 친구들을 여럿 사귈수록 잘될 거야. 새로 꾼 돈의 일부로 예전에 꾼 돈을 조금 갚아버리면 되니까.” 쉴반이 눈을 찡긋하더니 내 뺨에 장난스레 입을 맞췄어. “이게 바로 대도시의 생활법이야, 블릭스! 자, 오늘밤에 사귈, 실페르가 보낸 추심꾼들로부터 널 자유롭게 해줄 새 친구들을 위해 건배!” (151~152쪽)

“혀가 없어지기라도 한 게냐? 네 고통을 덜어주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겠느냐? 어서 네가 저지른 죄를 털어놓고 매춘행위를 참회해라!”
어쩌면 이어진 안나 스티나의 반응은 그녀가 가진 것이 너무 적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진실의 가치를 낮게 둔다. 그러나 뤼산데르의 노여운 시선을 받아내고 있는 지금, 안나 스티나는 자신이 가진 건 오로지 진실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진실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라웠다. 진실만이 그녀의 것이고, 세상에서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 (247쪽)

“빙에 씨, 제가 본 세상에서 인간이란 해로운 짐승, 힘겨루기를 하느라 서로를 갈기갈기 물어뜯는 피에 굶주린 늑대에 불과합니다. 노예가 주인보다 선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악한 일을 저지를 힘이 결여되어서입니다. 파리가 피바다로 변하기 전에는 모두가 자유, 평등, 박애, 인권을 외쳤습니다. 지금 스웨덴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저는 기요틴에 참수당한 이들의 가죽을 벗겨 무두질해 인권선언문을 장정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4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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