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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간 책들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역사

전쟁터로 간 책들

진중문고의 탄생

구매종이책 정가15,000
전자책 정가10,500(30%)
판매가10,500
전쟁터로 간 책들

책 소개

<전쟁터로 간 책들> 전쟁터에서 포화가 빗발칠 때보다 더 힘든 순간은
총을 쏘지 않고, 탱크에 올라타지 않는 순간!
셀 수 없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망치지 않고 미치지 않고 견뎌내기 위하여……

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전쟁터에 간 책들에 관한 이야기


1933년, 독일 총리가 된 히틀러는 독일 사회를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게 개조하려고 했다. 나치 독일은 그들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라디오와 영화를 이용하고, 평화주의와 사회주의, 개혁과 자유 등의 대의를 옹호하는 인사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그리고 ‘비독일적’인 책과 문헌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독일의 독재자가 된 히틀러는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키워나갔고,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여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2월, 미국 정부와 출판계는 나치 독일의 ‘책 학살’과 ‘문화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아주 비상한 계획의 첫발을 내딛었다. 먼저 책이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사상전의 필수 무기라는 데 동의한 출판사들이 모여 책을 승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이후 작가, 언론인, 편집인, 발행인, 주요 정부 인사 들이 모여 ‘전시 도서 보급 계획’을 추진했다. 대형 출판사의 대표들과 출판계의 핵심 인사들로 구성된 전시도서협의회가 발족되었고, 전시도서협의회는 ‘사상의 자유를 수호하고 위대한 가치를 담아낸 책, 군인들이 호주머니와 배낭에 휴대할 수 있는 가볍고 작은 페이퍼백’, 즉 진중문고(Armed Services Editions)의 제작을 추진했다. 전쟁과 책, 낯설지만 밀접한 상호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은 미국사와 문학사를 전공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변호사 몰리 굽틸 매닝이 한 출판사의 기록보관소에서 발견한 군인들의 독자편지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편지가 전장에 책을 보급해준 데 대한 고마움과 독서를 통해 얻은 영혼의 울림,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군인, 총과 탱크, 전략뿐 아니라 전쟁을 수행한 또 하나의 무기인 책. ‘진중문고’의 탄생에 얽힌 비화와 이를 통해 전쟁터의 군인과 작가, 시민 들이 나눈 특별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독서는 유일하게 허락된 오락이자 휴식이었습니다.
정신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도 독서였고요.
진중문고는 ‘사막에 내리는 비’와 같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육군과 해군을 비롯한 정부 부처, 지업사와 인쇄소를 비롯한 제작 업체, 수많은 출판사와 책 선정 자문 위원회 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이 진중문고 계획에 참여했다. 또한 제작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효율적인 판형의 개발, 새로운 조판 및 인쇄 방식, 저자들의 인세 조절 등 미국의 가치를 지켜내고 승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의 제작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희생이 뒤따랐다. 1943년 9월, 드디어 첫 번째 진중문고 시리즈 30종이 출간되었고, 진중문고 사업이 종료된 1947년 9월까지 총 1억 2천만 부가 제작되어 전장의 군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진중문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식사나 이발을 위해 줄을 서면서, 포탄을 피해 들어간 참호 속에서, 정찰 비행을 위한 비행기 안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시행을 기다리면서, 태평양 섬들의 지옥 같은 밀림에서, 야전병원의 침대 위에서 병사들은 책을 읽었다. 진중문고는 모든 전선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오락거리였다. 웃음, 영감 혹은 희망을 얻고 싶을 때, 전쟁의 공포에서 도망치고 싶고 불안을 없애고 싶고 권태로부터 탈출하고 싶을 때, 책은 병사를 잠시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어떤 병사들은 떠나온 고향을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었고, 어떤 병사들은 자신을 둘러싼 지옥을 잊어버리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은 그들의 피곤한 영혼을 위로했고, 지친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었으며, 차갑게 식어버린 가슴에 온기를 채워 넣었다.

“우리의 군인들은 일본 놈들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악천후, 질병과도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잊게 해주는 뭔가가 없다면, 그들은 분명 미쳐버릴 거예요.”


참혹한 전장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하여, 셀 수 없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망치지 않고 견뎌내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미래를 그려내기 위하여 군인들은 책을 읽었다. 백 그램짜리 진중문고 한 권은 군인이 가져갈 수 있는 무기 중 제일 가벼운 것이었다.

전쟁은 전장과 도서관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1933년 5월, 대학의 휘장을 자랑스럽게 내세운 수천 명의 독일 대학생들이 번쩍거리는 횃불을 들고서 베를린의 한 광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장작더미가 세워져 있었고, 내부를 책으로 가득 채운 자동차 행렬이 광장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한 학생이 첫 번째 자동차 안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그 책은 다음 학생의 손에 건네졌고, 책은 손에 손을 거쳐 장작더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생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 학생은 그 책을 힘차게 타오르는 장작더미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 순간에 이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던 4만여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책들은 이런 식으로 ‘화형대’로 전달되었고 어떤 학생들은 자동차에서 책을 몽땅 꺼내어 불길 속에 그대로 던져 넣었다.

《타임》은 그 사건을 ‘책 학살(bibliocaust)’이라고 하면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의 뢰머 광장에서는 책들이 화형대에 던져지는 순간,
악단이 쇼팽의 ‘장송 행진곡’을 연주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독일의 자랑거리로 꼽히던 독일의 대학들이 왜 이렇게 수치스러운 행위를 하게 되었을까?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를 배출한 문명국가 독일이 어쩌다가 책을 불태우는 일을 허용하게 되었을까?
이 행위는 히틀러가 고안한 문화 정책의 일환이자 선전전의 수단이었다. 반독일적인 책들이 화형에 처해졌고, 독일이 점령한 유럽 각국의 문서 보관소, 박물관, 연구소, 도서관이 사라졌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국가 지정 필독서가 되었다. 학교에서 인종주의를 필수적으로 가르쳤으며, 유대인과 좌파 지식인은 교사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나치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한 1945년 5월 8일까지 유럽에서 1억 권이 넘는 책이 불태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독일과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있었지만 결국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고, 미국의 사서들은 히틀러의 사상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독일은 침공하기 전 라디오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을 이용하여 상대국의 사기를 꺾는 사상전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고, 이러한 전략은 침공 6주 만에 항복을 선언한 프랑스를 통해 효과가 증명된 바 있었다. 미국의 사서들은 독일의 사상전에 미국의 정신을 어떻게 보호할지를 논의했고, 가장 좋은 무기와 갑옷은 책 그 자체라고 결론을 내렸다. 히틀러가 인쇄된 글자를 파괴함으로써 파시즘을 강화할 때, 미국의 사서들은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독서를 권했다. 나아가 책을 기증받아 전선의 군인들에게 보내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군인을 위한 책, 전쟁터에서 읽힌 책. 진중문고의 모든 것
책이 미국의 전선에 처음 등장한 때는 남북전쟁이었다. 자원봉사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헌책을 수집하고, 종교 단체들이 찬송가나 기도문을 소책자로 만들어 병사들에게 전달하였다. 불규칙하고 적은 부수였지만 일단 전선에 도착한 책들은 군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책이 도착할지, 책이 몇 권이나 도착할지는 대체로 운에 맡겨야 했다.
미군을 위한 책 보급은 1차 세계대전 때 크게 향상되었다. 적십자와 YMCA, YWCA, 구세군, 미국도서관협회 등의 민간단체들이 훈련병들에게 책을 전달하는 일을 담당했고, 책 수백만 권을 수집하여 군대에 보급할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전쟁부는 책을 훈련소의 필수품으로 지정했고 육군 도서관과를 창설하여 군대 내에 도서관을 운영하게 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도서관 예산이 해마다 삭감되어 새 책 구입이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1940년, 2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한 징병이 시작되었을 때 육군 도서관에는 쓸 만한 책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군부대의 사기 저하와 텅 빈 서가에 대한 소식에 직업적 의무감을 느낀 도서관 사서들은 주변의 훈련소를 위한 도서 수집 운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했다.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며 수만 권의 책이 모여들었고, 이 현상을 눈여겨본 미국도서관협회는 전국적인 도서 수집 운동을 계획했다. 그리고 사서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어받아 미국 정부와 출판계가 ‘전시 도서 보급 계획’, 즉 진중문고 사업을 추진했다.

전시도서협의회는 새로운 판형과 제작 기법을 고안해냈다. 우선 책 표지를 종이 한 장,
즉 페이퍼백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었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또한 잘 휘어졌기에 군인들은 더욱 간편하게 책을 주머니나 꽉 찬 배낭에 쑥 밀어넣을 수 있었다.


전 세계의 모든 전장에 보급된 진중문고는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군인들은 책을 읽고 나치에 맞서 싸우겠다는 정신을 함양했으며 승리를 거둘 때까지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결의를 다질 수 있었다. 또한 이 책들은 미국이 왜 참전을 하게 되었는지, 즉 나치 독일이 유럽에서 사상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고 이제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전 미국인에게 일깨워주었다.
진중문고 발행 전까지만 해도 ‘볼품없다’는 이유로 포켓북스와 펭귄북스 출판사만이 페이퍼백 판형을 제작하였지만 이후에는 수많은 출판사가 페이퍼백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페이퍼백이 더 이상 약국이나 싸구려 잡화점의 전유물이 아닌, 가볍고 경제적인 책으로 인식이 전환된 것이다. 전시의 도서 보급 계획은 《위대한 개츠비》를 고전으로 만들었고, 작가들과 수천 명의 병사들이 펜팔 친구가 되게 해주었고, 수백만 남녀의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졌다. 이 책은 칼보다 강했던 펜의 이야기다.

<책속으로 추가>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앤 오헤어 매코믹이 그다음으로 연단에 올랐다. 그녀는 책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전시(戰時) 필요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그 세 가지를 충족시켜주는 책을 원한다. 첫째는 왜 전쟁에 참여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주고, 둘째는 해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셋째는 미국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화하고 또 그 어려움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위대한 사상, 위대한 꿈, 미국의 원숙하면서도 꾸준한 목적의식을 표현해주는 책, 미국의 규모에 맞추어 집필된 책, 이런 책들은 100만 정의 총이 불을 뿜게 하고 1000척의 군함이 발진하게 할 것이다. (4장)

협의회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동안 협의회 위원들은 주마다 추천 도서가 너무 많아 일반 대중을 짓누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협의회는 다음의 목적에 부응하는 책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가가 전쟁에 참여한 이유를 명백하게 밝히고, 어떤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어떤 조건에서 전쟁이 끝나야 하는지 밝혀주는 책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 도서 자문단이 구성되어 이 조직이 어떤 책을 심사하여 선정하면, 협의회의 허가 아래 출간하기로 했다. (4장)

진중문고와 관련한 협의회의 시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폭넓은 기준을 설정하고 군인의 독서를 제한하는 검열을 피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협의회가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책이든 출판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출판사들과 협의회가 일차적으로 진중문고의 목록을 선정하면, 협의회의 독자들은 미국의 동맹에 무례하거나, 적에게 도움이나 위로를 제공하거나, 미국의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거나, 혹은 그 어떤 종교, 인종, 사업, 직업을 모욕하는 구절을 거부할 수 있었다. (5장)

지난주에 우리는 캐플란 씨를 다룬 선생님의 책을 받았습니다. 읽으면서 얼마나 폭소를 터뜨렸는지 모릅니다. 하루는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전우들에게 선생님의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다들 웃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그런 웃음소리는 몇 달 동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이제 저한테 밤마다 캐플란 씨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달라고 조른답니다. 즐거움을 배급하라는 거죠. 저의 어눌한 사투리 발음으로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지만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5장)

금세 줄이 생겼고, 군인들은 다른 전우들에게 줄을 서라고 권했다. “무슨 책인지 살펴볼 시간조차 없었다네. ‘전우여, 책을 집었으면 빨리 비켜라’는 분위기였지. 그러고 나서 서로 마음에 드는 책으로 바꾸는 거지.” 롤링스가 말했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을 집어든 운 좋은 군인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크게 웃었다는 말도 남겼다. 인기 있는 책을 집은 군인은 빨리 읽고 다음 전우에게 넘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5장)

그는 《일요일마다 치킨을》이 “우리가 잠시 뒤에 남겨두고 온 일상생활이 우리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풍요롭고 즐거운 유산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라고 했다. 중국에 주둔 중인 또 다른 군인은 테일러에게 편지를 보내 《일요일마다 치킨을》의 팬이라고 밝히면서 책에 나오는 어머니의 요리에 관한 서술이 자기 어머니와 똑같다고 말했다. “손대중으로 요리를 하고 감에 의지하여 양념하고 시간을 재는 모습에서 제 어머니가 생각나더군요.” 책은 그에게 두고 온 고향의 풍성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일요일마다 치킨을》을 읽는 시간을 휴가에 비교했다. “책을 읽으면 몇 시간 정도 집에 다녀온 것 같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더군요. 멋진 사람들로 가득한 책 속의 아름다운 집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잠깐 함께 사는 동안에는 전쟁도 잊어버리고 마음껏 웃었습니다.” (6장)

보스턴의 금서 조치는 미국 전역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금지는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사상전을 하면서 이런 말을 들었다. 미국인들은 그들의 자유를 행사하고 히틀러의 도서 말살에 항의하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책은 무엇이든 읽을 수가 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놓고서 보스턴 시는 이 책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8장)

신문들이 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한 것은 E. B. 화이트의 《어떤 남자의 취미》에 내려진 금서 조치였다. 《어떤 남자의 취미》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의 삶을 묘사한 기발한 수필 모음집이었는데, 그의 수필들은 원래 《뉴요커》와 다른 정기 간행물에 연재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군인들은 같은 수필을 본국에서 온 잡지에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화이트는 왜 《어떤 남자의 취미》가 금서가 되어야 하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대범하게 그 상황도 나름 괜찮다며 이렇게 응수했다. “어쨌든 누군가 제 책을 읽는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8장)

영국의 출판계 역시 전쟁으로 크게 쇠락했고, 그 결과 공급 부족이 발생해서 서점의 선반은 텅 비었고, 영국 군인들에게 무료로 읽을거리를 배급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미군들처럼 영국 군인들도 책을 갈망했다. 한 미군 중위는 소속 부대가 영국군 수송선을 빌려 탔을 때의 일을 회고했다. 당시 그의 부대는 배에 오를 때 2개의 기름통 위에 진중문고 책 상자 하나를 올려두었는데, 영국 군인들이 그 책들을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미국 군인들에게 자신들도 읽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결국 진중문고를 공유할 수 있었는데, 중위는 그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영국 친구들은 미국 군인들이 받는 대우에 놀라면서 자기 나라에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많은 영국 군인은 왜 정부가 페이퍼백을 제공함으로써 영국군의 사기를 북돋우지 않는지를 의아해했다. (9장)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트라우트먼 중령은 유럽에서 겪은 경험을 말해주었다. 진중문고 책들이 굉장히 빠르게 마모되는 것은 그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군인들은 비나 눈을 맞으며 책을 읽기 때문에 책이 쉽게 망가집니다.” 트라우트먼 중령은 계속해서 말했다. “책보다 군인이 더 많은 경우에는 책의 특정 부분을 찢어내어 다른 전우에게 ‘네가 읽을 것을 확보했어’라고 말하며 그 부분을 넘겨주기도 합니다.” 트라우트먼은 “그런 식으로 마모된” 책들을 협의회에 보여주기 위해 그 책들을 회수하려 했지만, 군인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책을 회수하려고 하자 어떤 병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로 그 책을 가져가려는 겁니까? 아직 더 읽을 수 있는데.’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는 마모 본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트라우트먼 중령은 별 미안한 기색 없이 협의회에 말했다. (9장)

취직은 군인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들이 육군이나 해군에 입대했을 때 미국의 경제는 대공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1940년에 실업률은 어림잡아 15퍼센트 선에 머물렀다. 거기에 더해 전쟁 동안에 여성들과 소수집단이 노동인구로 편입되어 전통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맡았던 일자리를 가져갔다.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한다면, 귀국한 참전용사들은 돌아갈 일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군인들은 또한 전쟁에서 습득한 기술을 써먹을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많은 군인들은 훈련을 받는 동안 여러 교육 과정을 이수했고 그 과정에서 시험에 통과하고 진급하기 위해 수학, 과학, 기술 서적을 오랜 시간 공들여 공부했다. 그들은 힘들게 얻은 지식이 제대 후에 아무 쓸모없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협의회는 미래를 고민하는 군인들을 위해 실용적인 논픽션 책들을 진중문고에 매달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10장)

전국에서 참전용사들은 대학 당국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학생의 모습을 보였다. 일반 학생에 비해 중퇴자가 적었고, 성실 근면한 태도로 많은 교수와 강사를 놀라게 했다.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참전용사들은 모든 선생의 열망에 부합하는 귀중한 한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학구열이죠.” 참전용사들은 수업에 열의를 보일 뿐만 아니라, 힘든 전공 수업들을 이수하려고 했다. 그들은 특히 경영학에 매료되었고, 그 뒤를 잇는 학문 분야는 법학, 의학, 치의학, 교육학 등이었다. 공학, 건축학,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도 거의 같은 비중으로 선호했다. (11장)


저자 프로필

몰리 굽팅 매닐 Molly Guptill Manning

  • 학력 벤저민 N.카도조 로스쿨 법학 박사
    올버니 대학교 미국사 석사
  • 경력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Second Circuit 변호사
  • 링크 공식 사이트

2016.08.29.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몰리 굽틸 매닝 (Molly Guptill Manning)
미국 뉴욕 시 제2순회법정 산하 미국 항소법원 소속 변호사이다. 미국 올버니대학교에서 미국사로 문학사와 문학석사, 미국 예시바대학교 벤저민 N. 카도조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미국 법률가 아서 트레인이 창조한 캐릭터 에브라힘 투트에 대한《에브라힘 투트의 신화(The Myth of Ephraim Tutt)》가 있고《컬럼비아 법과 예술 저널》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mollymanning.com

역자 - 이종인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지냈다. 현재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살면서 마주한 고전》《번역은 글쓰기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로마제국 쇠망사》《중세의 가을》《작가는 왜 쓰는가》《호모 루덴스》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chapter 1 불사조가 일어나리라
chapter 2 85달러어치의 옷이 지급되었지만 파자마는 없었네
chapter 3 산더미처럼 많은 책들
chapter 4 사상전의 새로운 무기
chapter 5 전우여, 책을 집었으면 빨리 비켜라
chapter 6 배짱, 대담함, 극단적인 용기
chapter 7 사막에 내리는 비처럼
chapter 8 검열 그리고 루스벨트의 네 번째 임기
chapter 9 독일의 항복과 외딴섬들
chapter 10 마침내 찾아온 평화
chapter 11 평균 학점을 높이는 지겨운 인간들

후기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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