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 중세 유럽의 무술

흔히 유럽의 중세시대는 야만의 시대, 암흑기라 불린다. 시대 상황이 암울했던 만큼 전체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무술 관련해서는 단연코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절박한 필요성으로 인해, 각종 무술이 찬란하게 꽃 피웠던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으로 시작된 몸부림이었으나, 이윽고 거기에 철저한 철학과 과학, 논리가 접목되면서 하나의 유파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 동작 하나하나들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상대와의 간격, 시간, 보법, 페인트, 스피드와 파워, 기교, 마음가짐 등 무엇 하나 빠질 수 없는 고도의 지능싸움이었던 것이다. 힘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처법, 최단 거리와 시간을 고려한 섬세한 동작, 공포심을 이기기 위한 마음가짐, 각종 무기, 무술의 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용적 운영법 등 우리가 시중의 중세 관련 컨텐츠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검술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뿐만 아니라, 레슬링, 복싱 등 맨몸 격투에 있어서도 오늘날 우리가 격투 관련 영상에서 봐왔던 기본 기술들이 이미 완성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동작들을 저명한 무술가들이 자세한 그림과 글을 곁들어 완성시킨 것이 바로 당시의 무술 교본, 페히트부흐다.

이 책은 그러한 페히트부흐에 실려 있는, 중세 유럽을 풍미했던 모든 무술에 대해 최대한 상세하게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무술에 앞서서, 왜 그러한 무기와 동작이 출현했는지 시대 상황 및 과학과 철학, 대중들 사이의 유행, 사고방식 등 역사적 필연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아울러서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무술의 탄생 배경을 알아감으로써 당시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무술을 대했는지, 한층 더 깊은 시각과 더불어 뒤에 소개되는 각종 무술 동작들에 대한 빠른 이해를 돕고 있다. 다양한 당시 무술 관련 회화, 실제 무기 그림, 유명 무술가들이 남긴 말, 현대 최신 연구자료 등 최대한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며, 방대한 지식과 철저한 논리에 바탕을 둔 저자의 유려한 해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각 무기술에 따른 무술 동작들에는 모두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중세 유럽을 다루는 크리에이터는 물론 무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대단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흔히 접하는 무기뿐만 아니라 쌍검, 대낫, 큰 방패 등의 이색적인 무기까지 다루고 있으며, 중세 시대 외의 다양한 시대의 무술과 함께 이슬람의 무술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색적인 무기와 무술의 단순한 움직임 속에 담겨진 심오한 진의와 그 독창성 및 논리적 개념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무기술 외에도, 맨몸 격투인 레슬링과 복싱까지 다루고 있어, 현재 격투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관절기 기술의 원류 및 현대 무술로 이어지는 그 발자취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마상전투 및 서로 다른 무기간의 결투, 곡예적인 화려한 기술을 일러스트로 생생히 보여주고 있으며, 검의 위력, 제작, 잡는 법 등의 칼럼을 마련하여,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중세 유럽의 무술에는 그 당시의 역사와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당시의 시대정신을 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며, 현대 유럽 역사와 무술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든든한 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세 유럽 무술 안에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 완성된 고도의 기술, 그 정수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신 연구자료를 통한 개념 설명, 각종 당시 무술 관련 그림, 저자의 생생한 일러스트, 다양한 칼럼, 자세하고 유려한 해설을 동원하여 중세 유럽 무술의 진의를 마치 파노라마처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유럽 무술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컨텐츠 구상 중인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이 책은 전작과 더불어 최고의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어느 독자가 보더라도, 중세 유럽 무술이 전해주는 그 독창적 개념,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극도의 실용성,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오의 등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중세 유럽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 현대 무술에 대해 더욱 깊이 알고 싶은 독자,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