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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술에 서약의 말을 상세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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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술에 서약의 말을작품 소개

<그 입술에 서약의 말을> 문이 조용히 닫히자마자 남자는 벌떡 일어났다. 목욕 가운을 걸친 뒤 테이블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커튼 뒤에 숨어 밖을 훔쳐보았다. 이 방 아래에 호텔의 정면 현관이 있다.
휴대전화로 어떤 번호를 불러냈다.
“아키, 나다. 지금 어디 있지? ……그럼 바로 로비로 내려와.”
명령한 뒤 조마조마해하며 휴대전화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정면 현관에서 날씬한 모습이 나타났다. 늦을 것 같아서 무심코 혀를 찼다. 도어맨이 청년을 위해 택시를 불렀다. 청년이 탄 택시의 문이 닫혔을 때 한 남자가 서둘러 현관 앞으로 나왔다.
“좋아. 시간 맞췄군. 지금 택시를 탄 남자야. 아키, 뒤를 밟아서 주소를 특정해.”
“저는 탐정이 아닙니다만.”
전화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보고 기다리지.”
처음 택시가 출발하고, 아키라 불린 남자가 다음 택시를 타는 것까지 지켜본 뒤 휴대전화를 내렸다.
초조한 듯 커튼을 닫은 남자는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일부러 눈에 바로 띄는 곳에 휴대전화를 두었는데도 그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쪽의 정보를 얻을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룸서비스로 시킨 샴페인 옆에 몇 장의 지폐를 발견하자 남자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그게 그 청년의 의지인 것이다.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웃기지 마. 이대로 순순히 놓아줄 리가.”
남자는 지폐를 구기고는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룸서비스를 시켰다. 곧바로 향긋한 커피와 작은 스카치 병이 도착했다. 손을 대지 않았던 쪽을 물린 다음 커피에 스카치를 부었다. 위스키와 커피의 향이 적절히 뒤섞이자 남자는 만족스럽게 냄새를 즐기며 컵을 기울였다.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더니 전화가 울렸다.
“……그래, 알았어. 그럼 그에 대해 상세히 조사하고, 겸사겸사 카타오카 물산을 철저하게 조사해.”
지시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남자는 씩 웃었다.
“카타오카 미즈키, 24세. 카타오카 물산 사장의 아들이라.”
그런 것치고는 자유분방한 섹스를 하는 남자였다. 의도치 않게 사정하게 된 것이 강하게 인상에 남아 있다. 오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그를 그런 식으로 농락한 상대는 없었다.
그날 중으로 남자에게 상세한 보고서가 올라왔다. 아키가 보고서를 내밀면서 ‘공사 혼동입니다.’ 하고 불평했지만 남자는 웃으며 흘려 넘겼다.
보고서에는 후처의 소극적이고 얌전한 아들이라 적혀 있었다.
“소극적이고 얌전? 무슨 개그지.”
첨부된 사진을 보고 남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갸름한 얼굴에 안 어울리는 검은 테 안경을 쓴 탓에 더없이 답답한 인상이다. 센스라고는 조금도 없는 데다 심지어 체형과 전혀 맞지 않는 정장을 입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찍힌 사진이었다. 이래서야 미모의 편린조차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쭈뼛거리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버릇이 있다고 적혀 있어도 이 사진을 보면 수긍이 갔다. 후처라고 해도 원래는 정부였고 본처가 죽어서 정식 아내가 되었다고 한다. 철이 들었을 때는 그늘 속에 있던 몸이라 한다면 조사서에 적혀 있는 성격이 되는 것도 그럴싸했다.
“어머니는 이미 병으로 사망이라.”
재미있다. 대체 어느 쪽이 진짜 그인 건지 확인해 주마. 확 눈길을 끄는 미모와 자유분방한 섹스를 하는 미즈키인지, 아니면 보고서에 적힌 쪽인지.
어떤 방법으로 재회할지 즐겁게 머리를 굴렸다. 같이 조사한 카타오카 물산의 상세 정보를 읽어 보니 파고들 틈은 다양하게 있어 보였다.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아키가 못 해 먹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쪼록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만 너무 제게 폐를 끼치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비아냥을 남긴 아키가 물러났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나온 남자가 돌아온 곳은 고층 빌딩 최상층에 있는 펜트하우스다. 거실 발코니에 달린 창문을 통해 숨이 멎을 듯한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

사생아로 자란 미즈키는 평소엔 나약하고 소극적인 남자를 연기하면서 냉혹한 아버지와 형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한편, 밤거리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화사한 미모로 남자를 유혹해 찰나의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바에서 자기 취향의 남자를 도발한 미즈키는 남자와 호텔에 가 화상을 입을 만큼 농후한 한때를 보낸다.
한 남자를 두 번 만날 마음이 없는 미즈키와,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는다고 오만하게 선언하는 야나기사와.
두 사람의 관능적이고 스릴 넘치는 고저스 러브 게임의 행방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끈적한 BL 소설
크림 노블 CREAM NOVEL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저자 프로필

타치바나 카오루 Kaoru Tachibana

2018.05.29.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타치바나 카오루

짓소지 유카리코 그림
현노을 옮김

목차

그 입술에 서약의 말을
아키
약혼자 소동
타츠키
후기
초회 한정 단편 『그 입술에 서약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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