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문장이 어지럽게 적힌 계약서에서 승우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본인을 지칭하는 '을'이라는 단어뿐이었다. ‘혼인계약서’ 결혼하겠다고. 이런 기묘한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은 마당에 아직 상대의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을 터였다. 그렇지 않으면 JS 그룹의 투자를 받을 수 없으니까. JS 그룹의 막내 오메가와 결혼하여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조건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승우는 IMF에 가족이 겪은 절망을 다시금 느끼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