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돼 줄까, 그 이유.’ 그저 별 뜻 없이 건넨 말 한마디였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내가 첫사랑이라도 닮았나 보네요.’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도깨비 방망이마냥 뚝딱이던 남자는 아무렇게나 던진 말에도 쉽게 낚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있는 그대로의 날선 눈매를 숨기지 않으면서 나에게만 뭉개지는 서늘함이 좋았다. 처음부터 고분고분한 태도도 성격이겠거니,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뒤에 뭘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