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님, 오셨습니까?” “……?” “기다렸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예, 어서 나가시지요.” 어제도, 오늘 아침도 기방에서 눈을 뜬 하진이었으므로 제 몸에 비해 큰 전모를 앞으로 눌러쓰고 긴 너울까지 드리운 꼴을 보니 밤마실이 아닌 밤도망을 치는 것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래? 그럼 네 얼굴이나 한번 보자, 얼굴도 모르는 년과 마실을 나갔다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겠지 않겠느냐?” 유수가 말릴 새도 없이 하진은 너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