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촬영장에서 만난 꼬맹이가 너구나. 평생을 온갖 잡귀와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온 무진은 주변을 시끄럽게 맴돌던 잡귀들의 외침이 한순간 사라지는 이 자유를, 어릴 적에 딱 한 번 경험해 본 바가 있었다. 그동안 빌었던 간절한 기도의 대한 선물이었을까. 이 우연한 재회가 신이 내린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것을 무진은 단숨에 깨달았다. 허나, 동시에 냉정히 계산했다. 선주의 직업도, 성정도 모르는 상황에서 솔직하게 제 정체를 밝힐 필요 또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