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남겨두고 또다시 홀연히 자유를 찾아 떠나 버렸다. 발정 난 짐승처럼 새끼들만 주야장천 낳고는 무책임하게 버려두고 떠나는 아버지라는 작자를 보며 서윤은 생각했다. 섹스는 즐기되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달랑 등에 배낭 가방 하나 메고, 다 헤진 토끼 인형을 손에 쥔 채 바들바들 떨며 서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땅바닥만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이 아이. 이름이 유진이라 했나? 딱 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