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다 세지도 못할 정도로 숱한 연애 경험 따위, 지금만큼은 의미가 없었다. 혜수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백지가 되었다. 하물며 숨을 쉬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뻐근해졌다. 혜수의 빨라진 걸음, 두 사람의 거리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혜수 씨!” “아…….” 혜수의 옷소매가 잡히는 게 느껴지면서 일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예민해진 신경들에 혜수는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소매를 내려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