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나타난 것은 사채업자들이 다녀가고 난 며칠 뒤였다. 빚을 못 갚으면 내장이 발릴 때까지 쫓아다닌다더니, 내 공간을 멋대로 점유한 남자는 스스럼없이 행동했다. “똑같네. 복사기로 뽑아낸 것처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수상하고 위험해 보이는 남자를 날카롭게 노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걱정 마. 너 어차피 그 돈 못 갚아. 그러니 입이나 벌려.” 저 때문에 불편해서 씻지도 먹지도 못한 것이 재미있었는지, 남자는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