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올래?’ 한 시간 전, 발코니 난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친 이 잘생긴 러시아 남자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내동댕이치듯 신혼여행지인 모스크바 공항에서 버려진 혜린. 사랑도 믿음도 없는 결혼이었지만, ‘보통’도 되지 못할 앞으로의 삶에 절망할 때쯤 나타난 찬란한 금발머리의 남자는 혜린을 완벽하게 현실과 격리시켰고, 머릿속까지 녹진하게 녹여놓았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러니 당분간은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