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자 많아요, 사랑이나 사람에 환상 같은 게 없거든요. 가볍게 만나는 관계가 좋아요, 편하고 재미있잖아요.” 지수는 스스로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줄곧 여유로웠던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무거워진 공기를 깨뜨리며 단조로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취향이 불순하군. 그 취향을 나에게만, 지금부터 독점이야.” 그것이 우리 계약의 시작이었다. *** 태성그룹 계약직 사내 아나운서 한지수, 대학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