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대학생 희재는 번화가에서 우산 없는 사탄을 만났다. “당신, 누구예요? 누군데 자꾸 신부님 행세를 하고 다녀요?” “왜? 궁금해? 내가 누군지?” 그는 희재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인 유진과 모든 게 똑같았다. 얼굴, 키, 심지어 목소리까지. “사탄이야, 나는.” 그는 짓궂었다. “그럼 난 간다. 오늘도 자기 전에 기도 열심히 하고 주무시고. 그럼 꿈에 유 신부가 홀딱 벗고 나타나 줄지도 모르잖아.” 그는 무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