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abi
로망띠끄
4.0(87)
“당신을 업고 이 산에 들어온 순간부터 제게는 여인이었습니다.” 낙산의 날개 없는 새로 살았다. 새로 태어나 땅을 걸었다. 마음에 무언가 피어나기를 빌었다. 텅 빈 허공에, 꽉 차게 피어나는 꽃을 기다렸다. “삯을 치를 거야. 나는 그러기 위해 온 것이니.” 날개 없는 새를 오랜 시간 기다렸다. 설원의 꽃나무 밑에서 깨어날 때까지. 피할 수 없다면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홀로 걷던 길이 더 이상 자신만의 길이 아님을 뒤늦게야 알았다. -본문
소장 3,500원
박소연
로담
4.1(468)
5년 전, 아직 어렸던 사내를 만났다. 야만족의 왕. 전쟁의 패자(敗者). 쏟아졌던 야유와 조소 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불쌍해 자비를 베풀었다. 그것이 배신이 되어 돌아오고, 그녀는 사내의 땅으로 끌려갔다. 피. 연기. 비명. 불길. 새하얀 달마저 물들이는 듯한 붉음.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사랑했던 고향의 마지막 기억. 그렇기에 은효은은 사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주겠다 했다. 이용하고 싶다면 마음껏 이용해도
소장 3,800원
방은선
우신출판사
4.2(321)
피, 울음, 통곡……. 질척한 절망. 긴 손가락에 묻은 희생자의 피를 혀로 핥는다. 흑야(黑夜). 깊고 깊은 밤, 그보다 더. 어둡고 어두운 시야. 그 존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덫……. 그러나 사악하게 빚어진 아름다움이었다. 숨을 삼키고 유사처럼 시선을 빨아 당겨, 미혹케 하는 잔악한 아름다움이었다. 덫. “날 구해내.” 그가 은로를 보며 다정하게 웃음 지었다. “할 수 없다면, 너라도 내게서 구해내 봐.” 요역의 문이 열렸다.
소장 4,000원